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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퓌센 알프제(Alpsee) 호수와 뮌헨 중앙역에서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Germany) 2021. 6. 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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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부족해 퓌센의 성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보았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성 안에 들어가보기 위해 그리고 마리엔 다리에 올라서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퓌센에 꼭 다시 와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걸었다.




    성으로 가는 길을 따라 쭉 걷다가 보면 넓은 호수와 마주치게 된다. 이곳은 알프제(Alpsee) 라고 불리우는 호수였다. 날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푸른 하늘이 투명한 호숫물에 아른아른 비쳤다.




    어찌나 맑던지 일렁이는 호수 아래로 조그만 조약돌들이 하나하나 다 보였다. 내리쬐는 태양은 잔잔한 호수 위로 비쳐 반짝반짝 빛이났다. 호수 위에 별이 떠잏는 것 같았다. 바라만 보아도 낭만적인 그런 풍경이었다.




    다음에 퓌센에 오게 된다면 꼭 이 근처에서 1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 아름다운 호수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숙소를 잡고,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엔슈반가우 성을 보고 올 것이다. 그리고 해가 질락 말락하는 노을 질 즈음에 이 알프제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 온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호숫가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멍멍이 마저도 물 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며 호수를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멀뚱멀뚱 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벌옷이라도 있었으면, 샌들을 신고 왔더라면, 반바지를 입었더라면 등등. 핑계는 여러가지였다. 정말 들어가고 싶었다면 들어갔겠지만 나는 물놀이 후의 찝찝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쾌적한 상태로 뮌헨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건 모두 마찬가지였나 보다. 다들 호수에 살짝 손을 담궈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는 필름카메라를 꺼내 눈앞에 보이는 멋진 풍경들을 담으며 물놀이를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번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되면 꼭 수영복을 챙겨 와야겠다며 서로 이야기했다.

    퓌센에서 마주한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가르미슈 대신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하나도 아쉽지가 않더라. 그저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언젠가 독일을 찾게되면 가르미슈도 가고 퓌센에도 다시 오면 그만이다 생각하며, 이날 마주친 퓌센을 가슴 속에 추억으로 새겼다.





    뮌헨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알프제 호수에 잠깐 있다가 퓌센역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짧은 퓌센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뮌헨으로 돌아오니 여덟시 반 정도 되었다. 해가 거의 다 저물었고 어렴풋이 지평선 너머로 붉은 하늘이 보였다. 기차에서 내리니 갑자기 피곤이 확 몰려왔다. 오늘 하루 뉘른베르크에서 뮌헨으로, 다시 뮌헨에서 퓌센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또 다시 뮌헨. 이동하면서 알게 모르게 피로가 엄청 쌓였나 보다.




    기차에서 내려 뮌헨 중앙역으로 들어오니 경찰(POLIZEI) 그리고 기자들이 가득했다. 한창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 뮌헨 중앙역으로 들어오던 때였다.




    이 당시에는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이후 숙소 안에서 TV로 BBC World news를 보다가 사연을 알게 되었다. 시리아 난민 중 어떤 어린 아이가 바닷가에 얼굴을 파묻고 죽었는데 그 장면을 담은 사진이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자는 쪽으로 유럽 내 여론이 흐르고 있는 와중에 헝가리가 제한 없이 난민들을 기차에 태워 보내는 일이 발생한다. (독일과의 외교적 마찰 때문이라고)

    이후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생각보다 더 많은 난민들이 몰려들어 헝가리 정부는 기차 탑승을 제한했다. 이에 반발한 난민들은 걸어서 오스트리아와 독일까지 가겠다고 선언한다. 도로 위를 끝없이 걷고 걷는 난민들의 행렬이 TV에 나오기도 했다.

    내가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여행했던 때, 난민 문제로 유럽 전역이 한창 시끌벅적했던 시기였다. 여러사람들이 카톡으로 괜찮은지 혹시 위험하지는 않은지 물어 봤었는데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다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맘 한구석이 아릿해지고 너무 슬퍼지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였다. 숙소에 와서 TV가 있으면 얼른 켜서 뉴스를 보고  어떻게 되었나 계속 확인하게 되고, 신경쓰게 되더라. 지난 유럽여행 생각하면 '난민'이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올 정도이니.




    다들 힘들었기에 저녁을 따로 먹으러 가지 않았다. 모두들 뮌헨 중앙역에서 먹을것들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간단히 샌드위치와 마실 물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 우걱우걱 먹고, 정말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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