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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제주 여행,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우리나라 방방곡곡/제주도 2023. 7. 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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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는 날 찾았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으로 김영갑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 그는 제주 사람이 아니면서도 제주에 흠뻑 빠져 수십년간을 제주에 살았다. 그리고 제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갤러리에 들어서는 길목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튼실한 목대와 이리저리 몸을 비튼 것 같은 수형이 아름다웠다. 나무 위에 그리고 땅 위에도 이끼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축축하게 느껴지던 순간, 그래 제주도에 왔는데 비가 안오면 제주도가 아니지. 제주도에 여행을 올 때면 꼭 한번쯤은 비를 마주하게 된다.


    어릴적 제주에 살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제주의 날씨는 뒤죽박죽이었지. 더울 때는 한없이 덥고 바람은 또 어찌나 부는지. 비는 억쑤같이 많이 내리고, 태풍이 올 때면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했고 눈이 왕창 내린 날에는 애들이랑 뛰어나가서 눈사람을 만들고는 했다.


    정원 곳곳에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다.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고 숲의 정령 같아 보이기도 했다. 조각상은 언제 놓였는지 주변에 풀들이 무성했다. 여름날 제주는 무척 덥고 습해서 숨이 턱 막힐 것 같기도 했다.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모기에게 몇 방 물려서 고생했다


    두모악 갤러리는 매주 수요일 휴관이고, 성인 기준 입장료가 5천원이다. 실내 안으로 들어오니 시원하고 쾌적해서 살 것 같았다. 미술관 안에는 김영갑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들을 담은 사진들이 많았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제주의 모습들이 펼쳐졌다. 평소 제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한라산, 바다, 그런 모습들에 익숙했는데 사진 속 제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길을 가다 보이는 울퉁불퉁 솟아난 낮은 오름들, 돌담들, 넓게 펼쳐진 초원.

     


    어떤 사진 속에서는 제주의 세찬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새파란 청보리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좋았다. 사진 속에 담긴 제주의 바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사진을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정원을 살짝 돌아 보았다. 실내 전시된 사진들도 좋았고 갤러리 밖 정원 조경도 참 좋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고즈넉하고 잔잔한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제주 답기도 하고.


    갤러리 샵에서 기념으로 엽서를 몇 장 샀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비를 참 많이도 겪었다. 그리고 구름과 바람, 그 흐리멍텅한 날씨 속에서 걸었던 오름의 풍경은 '제주'하면 떠오를 그런 풍경이 되었다. 갤러리에서 보았던 제주의 모습들도 우리가 보았던 모습들과 비슷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 덕분에 이렇게 미술관을 찾게 되었다. 미술관에 와서 제주의 날 것의 모습을 제대로 본 것 같아 좋았다. 이름밖에 아는 것이 없는 잘 모르는 작가지만, 이렇게 어떤 존재를 사랑하고 오래도록 사진에 담고 온 열정을 쏟았다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 나에게도 그런 것이 생긴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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