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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씨엠립 붉게 물든 앙코르 와트(Ankor Wat)에서
    아시아 여행기/캄보디아 (Cambodia) 2021. 5. 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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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여행 책자들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앙코르 유적에 대해 공부를 좀 했었다. 알아보면 더 알아볼수록 앙코르 와트에 대한 기대는 커져갔다. 오랜 세월 정글 속에 파묻혀 있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앙코르 와트.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앙코르 제국의 흔적을 엿보러 발걸음을 서둘렀다.




    해자 위로 놓인 넓은 다리를 건너 앙코르 와트에 들어섰다. 앙코르 와트는 이 해자 덕분에 어마무시한 자연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해자의 너비는 무려 190m에 이르는데 마치 흐르는 강 같았다.

    앙코르 와트를 둘러보니 다른 유적들에 비해 그나마 온전하게 보존된 느낌이었다. 다른 유적들을 둘러보러 갔을 때는 걷는 걸음마다 여기저기 돌덩이들이 굴러 다녔다. 그리고 거대한 나무가 유적 한가운데에서 자라나기도 했다. 앙코르 와트는 앞서 보았던 유적들 정도는 아니었다.





    기둥이나 벽면에 빽빽하게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하나하나 기품 있었고 아름다웠다. 조각 속에는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는 얼굴과 섬세한 손짓이 담겨 있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벽에서 튀어 나와 걸어다닐 듯한 생동감 있는 조각들이었다.




    크메르 제국의 왕들은 자신과 신을 동일시하며 이를 대외적으로 내보일만한 상징적인 사원을 건립하고 그 사원에 묻혔다고 한다. 앙코르 와트는 수리아바르만 2세가 힌두교의 신 비슈누와 하나가 되고자 세운 사원이다.




    앙코르 와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석조 건물이라고 한다. 바닥, 기둥, 벽, 천장 모두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많은 돌들을 도대체 어디서 가져와 깎고 다듬었던 것일까? 사람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수리아바르만 2세는 완공된 앙코르 와트를 보지 못한채 죽었다고 한다. 건설에만 몇십년이 걸렸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공사였을 것이다. 돌로된 기둥과 벽, 천장에 가득한 부조들을 보니 왜 앙코르 와트가 크메르 예술의 정수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앙코르 와트가 건설된 시기는 12세기경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약 천년이 흘렀다. 부조 속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글을 몰라도 누구나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형상들이었다.




    1층 회랑 벽면에는 유명한 힌두교 신화가 조각되어 있다. 태초의 신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었다. 아수라들과의 싸움에 힘이 부친 신들은 영생을 얻고자 했다. 영생을 얻으려면 우유바다에 약초를 넣고 수없이 휘저어 암리타(Amrita)를 만들어 마셔야했다.




    신들은 암리타를 얻으면 나눠줄 것을 약속하며 아수라들을 끌어 들였다. 만다라 산을 등에 짊어진 거북이로 변한 비슈누를 가운데 중심축으로 삼고 거대한 뱀 바수키를 로프삼아 우유바다를 천년동안 휘저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여러 생명들이 탄생했다.




    압사라도 그 중 하나이다. 휘저은 우유바다에서 6억명의 아름다운 무희들이 탄생했다. 기다란 기둥과 벽면을 가득 채운 압사라의 전신 부조는 우리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어떤 예술가의 손길이 닿았던 것일까? 압사라가 입은 옷의 흘러내린 천 조각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앙코르 와트의 3층으로 가는 계단은 무척 가파르다. 꼭대기의 탑은 힌두교 전설에 나오는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이 계단은 천상의 계단이라고도 불린다. 계단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느껴졌다. 인간이 아닌 신이 오르는 계단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난간을 꽉 부여잡고 한칸한칸 발을 내딛으며 올라갔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높게 솟아오른 탑을 바라보았다. 저 높은 곳까지 어떻게 돌을 끼워 맞추고 세세하게 조각해낸 것인지 감히 상상이 안간다. 캄보디아 인들은 앙코르 와트를 무척 신성시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자신들의 선조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유적을 남겨놓았으니 말이다. 비록 과거 크메르 제국의 영광은 흔적만 남고 사라졌지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긴 하루가 지나가고 마침내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하늘은 묘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지는 해는 길게 빛을 늘어뜨리고 내가 서있는 기둥 사이로 스며들었다. 기둥 사이에 서서 열기구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았다.




    3층을 다 돌아보고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긴 줄이 늘어져있었다. 안전 때문에 한꺼번에 내려갈 수가 없어 차례차례 줄을 지어 내려가야 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더 무서웠다. 계단을 한칸씩 한칸씩 밟으며 내려가는데 발끝 너머로 허공이 보여 진땀이 났다. 오금이 저려 오는데 발을 조금이라도 헛디디면 끝장이니 굳은 몸으로 흔들림 없이 내려갔다.




    다 돌아보고 3층에서 내려오니 입구가 통제되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3층 위로 가보지 못할 뻔 했다. 입장과 폐장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했다.




    앙코르 와트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코코넛 하나를 샀다. 얼음 가득한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었으니 무척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겠거니 상상했다. 부푼 기대를 품고서 한입 쭉 빨대로 빨아 먹었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고 맹맹한 쌀뜨물을 먹는 기분이랄까? 다시는 코코넛을 사먹지 말자 다짐하고 캔 사이다를 하나 샀다. 한입 들이키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짜릿하던지.




    프놈바켕 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으니 앙코르 와트에서 일몰을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앙코르 와트는 일출이 유명하다. 앙코르 유적군 중 유일한 서향사원인 앙코르 와트, 비슈누의 방위가 서쪽이기 때문에 그렇다.




    떠오르는 해를 뒤로하고 앙코르 와트의 검은 실루엣이 연못에 비치는 모습이 끝내준다고 한다. 남다르게 아름다운만큼 일출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미리 앙코르 와트에 와서 자리잡고 대기한다고도 하더라.




    일출이든 일몰이든 사실 뭐가 중요할까? 해가 뜨고 지는 시간들 속에 담긴 온 세상은 그저 아름답다. 이렇게 일몰이라도 보게된 것에 감사했다. 늦은 오후의 노란 햇살을 받아 따뜻함을 머금은 앙코르 와트. 연못 위에 앙코르 와트가 살포시 담겨있었다.




    천년의 시간동안 이 자리에 서있었던 앙코르 와트. 해는 수없이 뜨고 저물었고 나는 그 와중에 서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한없이 앙코르 와트를 쳐다보게 되었다. 지상의 세계가 아닌 아득히 먼 신들의 세계 속에 있을 법한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우린 이제 앙코르 와트를 떠나려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붉게 타올랐다. 노을이 너무 이뻐서 발걸음이 더뎌졌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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