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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 여행 후시미이나리 신사(여우신사)와 카페 버밀리온
    일본 방방곡곡/교토(Kyoto) 2023. 3.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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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여름날 찾았던 후시미이나리 신사(伏見稲荷神社). 그 때의 기억이 좋게 남아있어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 때도 사람이 많았는데, 벚꽃 핀 봄날에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곡식과 풍요를 담당하는 이나리 신을 모시는 곳이다. 곳곳에 이나리 신의 사자인 여우를 형상화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입에 벼를 물고 있고 붉은 천을 목에 두르고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이나리 신의 심부름꾼인 여우는 보통의 여우가 아닌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여우이다. 그래서 신사에 있는 여우는 보통 하얀 여우로 묘사된다. 신사 주변의 카페나 상점에서 하얀 여우와 관련된 캐릭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북적이는 인파를 따라서 붉은 도리이가 겹겹이 이어진 길을 걸었다. 초록색 숲과 대비되는 선명한 주홍빛깔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낯선 신의 세계로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기념삼아 작은 도리이를 하나 구입했다.




    사람들은 신에게 소원을 빌고 도리이를 기부한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도리이들은 에도시대 때부터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도리이마다 알 수 없는 한자들이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기부자나 소원과 관련된 문자 같았다.




    끝없이 이어진 도리이 아래를 걷다 보면 마침내 잔잔한 고요를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더라. 울창한 대나무 숲과 신비로운 사원, 이제서야 찬찬히 주위를 거닐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장소라고 하는데 켜켜히 쌓인 돌들과 짙푸른 이끼들을 보니 오랜 세월이 느껴졌다. 어딜가나 주황색 도리이가 있었고 여우상이 있었다.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벚나무들이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미 저물어가기 시작한 꽃들은 바람에 흩날려 이파리들을 잔뜩 떨구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사람들, 곱게 기모노를 차려입은 여자들, 연못에 떨어진 꽃이파리들, 모든 풍경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도리이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정상까지 오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우리는 적당히 걷고 분위기를 즐기다가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가 찾은 카페는 버밀리온(Vermillion)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운좋게 야외 테라스에 자리가 있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벚꽃잎이 떨어진 연못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곳,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과 따뜻한 녹차를 주문했다. 한동안 따뜻한 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며 눈앞의 풍경을 바라 보았다. 가져온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보낸 시간 중 이 카페에서 보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카페에서 기념품들을 팔고 있어서 잠깐 둘러보며 구경했다. 백여우가 그려진 부채, 가방, 파우치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다. 우리는 여기서 작은 마그넷을 하나 샀다.




    돌아가는 길에 말차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었다. 백여우가 그려진 바삭한 쌀과자가 박혀 있는 귀여운 아이스크림이었다. 어딜가나 보이던 하얀 여우, 지금 생각해보면 하얀 여우 인형이라도 하나 사올걸 그랬다 싶다.




    아름다운 봄날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봄과 여름을 겪어 보았으니 단풍 물드는 가을과 눈 쌓인 겨울에도 다시 찾아오고 싶다.

    그 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날 반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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