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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뮌헨 님펜부르크, 파고덴부르크와 바덴부르크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Germany) 2021. 6. 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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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막달레넨클라우제를 나와 울창한 숲길을 걸었다. 잔잔한 호수 위에는 파란 하늘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담겨 있었다. 멀리 무성한 나무들 너머로 하얀색 앙증맞은 건물이 보였다. 드디어 파고덴부르크에 도착했다.


    파고덴부르크 근처 호수
    멀리 보이는 파고덴부르크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파고덴부르크는 막달레낸클라우제를 만들었던 요제프 에프너가 만든 궁전이다. 선제후 막스 엠마누엘과 그의 가족들이 운동한 뒤 티타임을 가지기 위한 공간이었다.




    파고덴부르크는 인도, 아랍 그리고 중국 스타일을 접목한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동양의 탑을 '파고다(pagoda)'라고 불렀는데, 이 건물의 모습이 동양의 탑처럼 생겨서 파고덴부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얗고 커다란 아치 유리창으로 스며든 햇살 덕분에 건물 안이 훤했다. 바닥은 마치 체스판 같은 모양이었다. 푸른 빛깔의 작은 타일들이 촘촘히 벽을 채우고 있었고 하얀 천장에는 푸른색으로 칠한 고풍스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1층을 둘러보고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들어서면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들이 드러난다. 2층은 침실로 이용되던 공간인데 마치 중국의 어느 궁궐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서 같은 건물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명 이국적인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의 방이었다. 검게 옻칠해진 벽과 노란 벽지 위에 그려진 꽃 그림들을 보니 병풍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시기에 중국풍 스타일이 유행이었고 중국에서 만든 자기가 귀족들에게 사치품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여태까지 보았던 그림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중국의 옷 같기도 하고 아랍 문화권의 옷 같기도 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림에 담겨 있었다.




    파고덴부르크를 돌아보고 난 뒤 마지막 목적지인 바덴부르크(Badenburg)로 향했다. 정원 중앙을 관통하는 운하를 넘어 반대편으로 가야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쉬엄쉬엄 걸었다. 벤치에 앉아 일기를 쓰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계속해서 걸었던 님펜부르크 정원 숲길
    일기를 쓰며 잠시 쉬어갔던 벤치에서 보이던 풍경
    운하 끝에 보이는 님펜부르크 궁전의 모습
    숲길을 거닐며 만난 조각상과 작은 폭포
    호숫가의 귀여운 오리



    바덴부르크(Badenburg)

    바덴부르크 역시 요제프 에프너가 만든 곳이다. 그가 만든 여러 건출물들을 몇군데 돌아보고 나니, 그는 정말 대단한 건축가였구나 싶었다.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건축물들을 창조해서 각 공간마다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었다.


    바덴부르크의 메인홀



    바덴부르크의 메인 홀은 그 어느 곳 보다도 아름다웠다. 드높은 천장에 그려진 신들의 세계 그리고 아름다운 아기 천사들의 조각. 사방에 자리잡은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여름을 맞은 푸릇한 나무들이 보였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메인 홀이 닿았다. 님펜부르크의 스톤홀에서 보았던 올림피아가 그려진 천장 그리고 화려한 내부보다도 이곳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아마도 나 혼자여서 그런 것일까?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거니는 사람은 나 뿐이어서 무척이나 고요했다. 이 고요한 공간 속 사박사박 내 발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리는 듯 들려왔다. 울려퍼지는 소리와 이 건물 그리고 나, 왠지모르게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도 벅차게 좋구나. 다시금 느꼈다.




    이곳 또한 파고덴부르크처럼 중국풍의 벽지와 장식들로 잔뜩 꾸며져있다. 검은 옻칠과 적색의 석재로 꾸며진 벽 아래로는 목욕탕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나온다.




    이 외딴 곳에 목욕탕을 지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일련의 궁전들을 돌아보면서 이들은 참으로 호화롭게 살았겠다 싶었다. 괜시리 부럽기도 하면서도 감당못할 사치스러움에 거북스러워지기도 했다.




    바덴부르크를 마지막으로 님펜부르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도 위 표시된 갈만한 곳들이 더 많이 있었지다 돌아보기에는 나에게 시간과 체력 모두 부족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하루 날잡아 이곳 님펜부르크와 정원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 이 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와야겠다. 그리고 님펜부르크 궁전은 패스하더라도 이 넓은 정원과 별궁들은 꼭 다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발걸음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하는데 다리가 무지 아파왔다. 그래도 어찌하랴, 아직 갈 곳들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계속해서 걷는 나홀로 뚜벅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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