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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뮌헨 피나코텍(Pinakothek) 그리고 육개장 한그릇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Germany) 2021. 6.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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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에서 내려 모던 피나코텍을 찾아 걸었다



    님펜부르크 궁전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나와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뮌헨 시내를 구경할지 아니면 피나코텍(Pinakothek)에 갈지 무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고민 끝에 내린 내 결론은 피나코텍에 가자는 것이었다.


    피나코텍 모던(Pinakothek der Moderne)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일 가고 싶었던 노이에 피나코텍(Neue Pinakothek)은 화요일마다 휴관이었는데 마침 이 날이 화요일이었다. 노이에 피다코텍에는 인상주의 학파의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도 이곳에 있다고 들었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뮌헨 시내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미술관에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아쉬운대로 피나코텍 모던(Pinakothek der Moderne)에 가보기로 했다. 피나코텍 모던에는 20~21세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피나코텍 모던(Pinakothek der Moderne)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핸드폰 매장에 들러 돼지코와 잭을 구입했다. 유럽여행을 올 때 잭을 여러개 챙겨 왔었는데 바보같이 돼지코를 안가져 왔다. 돼지코 없는 잭은 무용지물이었다. 아무것도 충전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져온 잭도 고장나 버렸다.

    집밖을 떠나 오랫동안 여행을 해야하니 착실히 준비를 했는데도 이렇게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 27번 트램을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고 나니 피나코텍에 도착했다. 뮌헨 원데이 교통 이용권(6.2유로)을 이용해서 하루 종일 트램을 자유롭게 탈 수 있었다.


    모던 피나코텍과 알테 피나코텍



    모던 피나코텍 옆에 섰을 때 멀리 보이던 노란빛 건물이 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이었다. 14세기와 18세기 사이의 작품들의 전시되어 있는데 거의 종교화, 르네상스 시기 신화를 담은 작품들이 주류이다. 프랑스에 있는 유명한 미술관과 비교하자면 루브르의 느낌이랄까? 난 이 시기의 작품들에서는 매력을 잘 못 느껴서 애초에 가려는 생각도 없었다.




    피나코텍 모던. 콘크리트 거대한 회색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높다란 원형 기둥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건물 외관을 둘러싼 통유리창에는 푸른 하늘이 비쳤다. 문득 예전에 들렀었던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이라는 곳이 떠올랐다.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으로 자연속에 조화롭게 자리잡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콘크리트 벽체에 동그란 구멍이 송송 박혀있어서 뮤지엄 산이 떠올랐던 것일까?




    님펜부르크 정원을 둘러보며 중간에 초콜릿으로만 허기를 채웠던터라 배가 많이 고팠다. 뮌헨 중앙역에서 물과 파니니를 사서 가방에 넣어 챙겨왔다. 물은 볼빅(Volvic)이라고 적힌 프랑스산 물이 제일 괜찮아서 유럽여행 중 계속 이 물만 사먹었다. 물은 무맛이지만 이렇게 깔끔한 '무맛'이 나는 물이 의외로 별로 없었다. 걸핏하면 물에 탄산이 함유되어 있거나, 탄산이 없는 물이지만 쓴맛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피나코텍 근처 돌바닥에 앉아 물과 파니니를 꺼내어 먹었다. 유럽여행 중 대부분 내 식사는 길바닥 혹은 걷는 와중에 해결했고 주메뉴는 샌드위치였다.




    다 먹고 미술관에 들어가려는데 입구를 찾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다. 바보같은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Eingang'이 왠지 느낌상 독어로 '입구'라는 뜻 같아서 이렇게 적힌 곳으로 다가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피나코텍 건물 내부에 있는 어느 카페에 들어가서 그 안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피나코택 매표소가 나왔다. 들어가서 10유로를 주고 입장권을 구입했다.

    나는 백팩을 매고 있었기 때문에 필히 짐을 맡겨야 했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테러 위험 때문인지 백팩을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한층 밑으로 내려가서 코인락커에 가방을 보관하려는데 이번에는 동전이 없었다. 으악, 다시 위로 올라와 매표소에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또 다시 내려와 짐을 보관했다. 한번에 되는 것이 없구나 한숨을 푹 쉬고 겨우겨우 관람을 시작했다.




    독어를 잘 모르니 작품들의 제목이나 설명이 적힌 문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어떠한 관념이나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 담아두고 작품을 바라보기는 힘들었다. 직관적으로 나에게 와닿는 인상과 느낌이 중요했던 전시 관람이었다. '모던'은 현대미술의 총집합이라 난해할 것 같았으나 의외로 그렇지만은 않았었다.


    Wilhelm Lehmbruck : Der Gestürzte (1915)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두 눈과 가슴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색채가 강렬하고 화사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과 분위기가 그림에 담겨 있으면 나도 모르게 더 눈이 갔다. 역시 나는 노이에 피나코텍에 갔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노이에로 갔었으면 오늘 본 작품들을 보지 못했을테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기억해 두고 싶은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사진을 찍어두었다.


    August Macke : Madchen unter Baumen (1914)
    Erich Heckel : Reclining Woman (1909)
    Henri MAnguin : Der Parkweg (1905)
    Ernst Ludwig Kirschner: Bildnis Dodo (1909)
    Emil Nolde : Tanz um das Goldene Kalb(1910)
    Pablo Picasso: Painter and his model (1963)
    Josef Thorak : Zwei Menschen
    피나코텍 모던 전시관 내부 모습



    고개를 올려다보면 천장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피나코텍 모던 미술관은 자연채광을 이용해 전시관 내부를 밝혔다. 너무 환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자연의 빛과 함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경험했던 여러 미술관들의 전시실을 떠올려 보았다. 꽉 막힌 공간에 작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답답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이곳은 작품마다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자연광이 전시장 내부로 스며들어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하얗고 새파란 콘크리트조 공간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빛 덕분에 그렇지 않았다.




    피나코텍 모던은 엄청나게 넓었다. 나는 늦은 점심 이후 낮 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 계속해서 걸어다니며 전시를 관람했다. 아직 볼 것들이 한참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로 보고싶지가 않았다. 더 이상 끌리는 작품들이 없었다. 내가 지쳐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전시관을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미술관 기념품샵에서 좋았던 작품이 담긴 엽서 3장을 구입했다. 밖으로 나오니 매표소 직원들은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구나 싶었다. 피나코텍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오늘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긴 했었는데 왜 비가 안오나 싶던 차였다. 장대비가 쏟아져서 우산을 썼는대도 온몸이 축축해졌다.




    트램 27번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숙소에 도착해 나름 방수가 되는 패딩으로 바꿔 입었다. 왼쪽 발바닥에는 커다란 물집이 생겨서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물집을 째고 조그만 밴드를 붙였다. 쉬고 싶었지만 비바람을 뚫고 중앙역으로 나섰다.

    퓌센가는 길을 함께했던 동행 둘과 중앙역에서 만났다.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 쯤 지났을까? 역 밖으로 나와 구글 지도를 보고 걸었다. 우리는 '김씨네 가게'라고 불리는 한식당에 찾아가고 있었다.

    다들 비바람 녹아든 추위와 피곤에 절여져 있었다. 한식이 너무나 그리운 상태였다. 유럽여행 가기 전 몇년 되는 것도 아닌데 한식이 뭐 그리 그립겠냐고 생각하고서는 그 흔한 라면도 하나 안챙겼었다. 그런데 역시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 하나보다. 도저히 못 참겠더라.




    나는 육개장을 시켰다. 육개장 하나가 13.9유로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 유럽땅에서 육개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육개장은 정말 너무 맛있어서 감동의 맛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육개장을 모조리 다 합해도 이곳 육개장 맛은 못따라갈 거 같다. 이건 마치 선조가 전란이 끝난 후 은어를 '도로 묵이라 하여라' 한것과 비슷한 상황 같지만 말이다. 몽글한 계란과 고사리 그리고 소고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었다. 나는 밥알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다.

    이날은 뮌헨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한식당을 나와서 중앙역 근처에 있는 펍에 들어섰다. 셋이서 맥주를 딱 한잔씩만 마시고 해산했다. 내일 뮌헨을 떠나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숙소에 와서는 짐정리를 했다. 그리고 폭신한 침대에 몸을 눕히고 잠들었다. 뮌헨 그리고 독일에서 맞는 마지막 밤. 내일은 짤츠부르크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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