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제주 여행 큰엉해안경승지 올레길 5코스 걷기 (한반도 지형 명소)
    우리나라 방방곡곡/제주도 2023. 7. 18. 21:47
    728x90
    반응형

    제주 여행에서 머물렀던 큰엉해올레펜션.

    서귀포시 남원 올레길 5코스가 지나는 길 옆에 있던 펜션이었다. 바로 옆은 금호 제주 리조트이기도 했다. 펜션이 꽤 오래되어 보였지만 깔끔하고 관리를 잘 한 것 같았다. 주변이 고즈넉하고 방 안에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아주 근사했다.


    우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이었다. 하얀색 벽에 길쭉하고 위가 둥그스름한 창이 나있었다. 그 창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그냥 해안가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와 이렇게 창을 통해서 보는 바다는 느낌이 왜 이리도 다를까? 창을 두고 보는 바다는 더 멋져 보였다. 갑자기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이 아니고 테라스에 나가서 바다를 볼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서 바다는 흐리멍텅했지만, 그 흐리멍텅한 바다라도 보인느 것이 어딘가! 숙소를 잡을 때 바다가 보이는 것이 중하지는 않지만, 보이면 좋긴 하다.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이제는 온수 잘 나오고 방 뜨시고 깔끔하기만 하면 아무데서나 잘 자게 된다.

    뷰야, 뭐 잠만 자고 말 것이고 두 발로 나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보면 되니까 그러다보면 저렴한 숙소를 더 선호하게 되는데, 그래도 역시 바다가 보이고 멋진 풍경이 보이는 숙소가 더 좋긴 하다. 뭐 당연한 소리겠지만.


    숙소를 잠깐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시간 보내기 보다 밖으로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 우리 둘은 나와서 올레길 5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때는 여름, 축축하고 바람 많이 불고 걷다보면 더운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에 걷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바다를 보며 걸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걷게 된다.


    세차게 부는 바람 따라서 파도도 세차게 쳤다. 절벽에 부딪혀 하얗게 떨어져나가는 파도들을 보고 있자니, 바다는 참 변화 무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날에는 한없이 푸르고 맑고 아름답게만 보이는데, 이렇게 파도가 칠 때면 바다는 무섭게 느껴지곤 한다. 저 파도에 휩쓸린다면 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바다는 아름다운 것 이상으로 경이롭고 대단하게 느껴지곤 한다.



    날씨가 구리구리해서였을까? 올레길 5코스를 걷는 이가 없었다. 어쩜 이리도 사람이 없을 수 있는지, 이 기다란 길을 우리 둘만 걷는 것 같았다. 이런 날씨에 걷는 우리 둘이 미련한건가. 그래도 코앞이 펜션이라서 이렇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숙소가 멀었다면 걸을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보게 된 한반도 지형의 모습. 올레길 5코스에서 유명한 사진 명소라고 들었는데 정말 그럴 법도 했다. 나뭇가지들이 절묘하게 한반도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한반도 모양 안에 푸르른 바다가 담겨 있었다. 날이 맑았더라면 더 새파란 바다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 줄을 서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테지, 하지만 우리가 갔던 날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한반도 지형을 사진으로 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은 펜션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근처 횟집에 가서 고등어 회를 사왔다. 그리고 마트표 귤과 햇반, 김, 한라산 소주와 그냥 먹고 싶어서 산 요구르트.


    고등어 회에 환장하는 우(Woo)는 열심히 한라산 소주와 회를 즐겨 드셨다.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상한 조합의 한 상이었다. 고등어 회와 귤, 그리고 한라산 소주. 맛이 있건 없건 제주여서 좋은 그리고 의미있는 그런 음식들이었다.


    밤이 되어서는 또 다시 나갔다. 그리고 올레 5코스를 다시 걸었다. 금호 리조트 방면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밤에 걷는 길은 느낌이 또 달랐다. 낮에는 덥고 흐리멍텅한 하늘과 바다 때문에 뭔가 찌뿌둥한 느낌이 있었는데, 아예 어두워서 보이질 않으니 세상이 검게 선명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걷다가 만난 어느 술집에 가서 칵테일과 맥주 한 잔을 때리고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 긴 잠을 잤다. 별 것 한 것도 없는데 이 펜션에서의 하루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음에 날 좋을 때 다시 한 번 가서 묵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