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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백산 죽령코스 겨울 산행, 함박눈 펑펑 내리던 날 죽령탐방지원센터~제2연화동대피소 하이킹
    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4. 1.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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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국립 공원
    죽령 탐방 지원센터

     

    추운 겨울날 새하얀 눈이 보고 싶어서 찾은 소백산 국립공원.

    죽령 휴게소 근처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먹을 것들을 담은 가방을 챙겨 들고 죽령 탐방 지원센터 입구에 닿았다. 과연 눈이 있을까 없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소백산을 찾아 왔는데, 탐방센터 입구부터 하얀 눈들이 가득해서 신이 났다. 눈 구경 실컷 하겠구나!

     

     

    우리가 걸을 코스는 소백산 죽령코스. 죽령 탐방지원센터에서 연화봉까지 걸어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우린 제2연화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죽령 탐방지원센터로 내려왔다. 죽령탐방 지원센터에서 제2연화봉까지는 편도 4.5km정도, 왕복 5시간 정도 걸렸다)

     

    눈 쌓인 길들
    눈 위에 포근이 내려 앉은 햇살
    등산화를 신고 왔다

     

    새하얀 눈들을 보게 되어 기뻤다. 하얀 눈이 보고 싶어서 이곳에 온 것이었으니까 우리고 목표로 삼은 곳까지 못가더라도, 눈을 본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길을 걸어가며 들려오는 자박자박 눈 밟히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잣나무 쉼터
    가다가 마주친 귀여운 청설모
    멀리 보이는 천문대

     

    길을 걷다가 잣나무 쉼터 근처에서 귀여운 청설모들을 보게 되었다. 여러마리가 같이 떼지어서 이리저리 나무를 옮겨다니며 움직였다. 잣나무 사이로 멀리 봉우리 위에 하얀 등대 같은 건물이 보였다. 소백산 천문대였는데, 아주 멀어 보였다. 연화봉 대피소가 천문대 옆에 있으니 저기까지는 무조건 걸어야하는데 말이지, 왜 이렇게 멀어 보이던지!

     

    1.5km 정도 왔을 시점에서 만난 안내판
    끝없이 이어진 것만 같던 길들

     

    우리가 걷는 길들은 차가 오가는 임도였다. 연화봉으로 가는 죽령코스는 쭉 임도였다. 등산로를 걸으며 계곡도 보고 산 속 풍경도 보고 가는 편이 더 좋은데, 쭉 임도여서 걷는 길이 그리 재미나지는 않았다. 다만 눈이 가득 쌓여 있어서 그게 좋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쌓인 눈은 더 많아졌다. 높이 쌓인 눈을 깊게 눌러 밟아 보기도 하고 가지고 이리저리 뭉쳐서 가지고 놀기도 하고, 눈 덕에 산행이 재밌었다.

    눈오리 만들기!!
    귀여운 눈오리
    눈오리 두 마리!

     

    집에서 올 때 부터 눈오리 만드는 플라스틱 도구를 챙겨왔다. 겨울이 되면 '우리 이번에 꼭 눈오리 만들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히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눈 오리를 만들어 보게 되었다. 안해보고 겨울을 흘려 보냈으면 되게 아쉬울 뻔 했다.

     

    귀여운 우리의 눈 오리 둘..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눈을 만지고 놀고 그러면서 쉬엄쉬엄 갔다. 제법 높이 올라왔는지 멋드러진 소백산 산능성이가 눈앞에 보이기도 했다. 나무들은 다 벌거 벗은 상태였고 새하얀 눈은 소복히 쌓여서 그 위로 폴싹 누우면 아주 부드러울 것만 같았다.

     

    소백산 아름다운 산능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나무들로 가득한 새하얀 숲
    눈 위에 각자 손바닥을 찍어보기도 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

     

    그리고 마침내 멀리 천문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구나 싶었다. 원래 목적지는 연화봉까지였는데, 여기까지 오고서는 그냥 제2연화봉 대피소까지만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면 날이 춥기도 할 것 같고 산행하기 위험할 것 같기도 했다.

     

    멀리 보이던 천문대가 가까워졌다
    제2연화봉을 알리는 커다란 비석
    연화봉에 가려면 2.7km를 더 가야했다

     

    안내판을 따라서 제2연화봉 대피소로 올라갔다. 오르막 길을 오르고 올라서 드디어 높은 곳에 다다라 멋진 산맥들을 눈에 담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소백산의 산줄기들, 산 줄기줄기 마다 새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하늘은 구름들이 점점 들어차서 하애졌고 산은 검고 하앴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절경!
    영상으로 담아 본 제2연화봉에서 바라 본 아름다운 소백산의 모습

     

    우와, 감탄만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설경! 이곳까지 오르기가 쉽지는 않았다. 춥고 길도 미끄럽고 힘들었는데 오르고 나니 힘들었던 내 몸뚱이는 어느새 날아갈 것만 같이 가벼워졌고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쳤지만 눈앞에 펼쳐진 산과 하늘의 모습이 장엄하고 멋있어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이제 우리가 챙겨온 주전부리들을 먹을 차례였다. 소백산 제2연화봉 대피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대피소 안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족히 30명은 넘어 보였다. 대피소 안은 단체로 온 산악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둘은 그 틈바구니를 지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갔다. 챙겨온 먹을 것들을 꺼내 간단히 배를 채웠다.

     

    꼬마깁밥과 컵누들 그리고 커피
    냠냠 맛나게 먹었던 꼬마 김밥 그리고 생강쿠키

     

    다들 버너를 챙겨오셔가지고 라면도 끓여 먹고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던데, 그 모습을 보니 우리가 챙겨온 음식들이 아주 소박하게(?) 보였다. 특히 끓인 라면은 어찌나 먹어보고 싶던지 군침이 꼴깍했다. 다음에는 우리도 버너를 챙겨와서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

    하얀 구름으로 가득찬 하늘, 천문대도 흐릿해졌다
    산이 이제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있던 소백산

     

    대피소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나오니 아까보다 더 추워졌다. 불과 몇십분 만에 날씨가 휘리릭 바뀌어 있었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있긴 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순식간에 바뀔 줄이야. 소백산의 칼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뺨을 후려 치는 것 같았다.

     

    새하얗게 변한 세상
    쌓인 눈들을 밟으며..
    안녕 소백산~~

     

    대피소를 나와서 연화봉까지 가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아서 서둘러 하산해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냥 가기는 아쉬우니 새하얀 눈들이 가득 쌓인 눈밭 위에서 발자국도 남기고 기념 사진도 찍고 그러다가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아이젠을 착용했다.

    커다란 눈송이들이 휘날렸다
    눈 내리는 산에서 드립 커피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는데 하산하는 길에 비가 아닌 눈이 내렸다. 온도가 낮아서 그런지 비가 눈이 되어 내렸다. 눈송이가 큼지막한 함박눈이었다.

    펑펑펑 하늘에서 쏟아지는 새하얀 눈, 이렇게 눈다운 눈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 했다. 눈을 맞으며 눈 쌓인 길을 걷는데 몸은 추운데 마음은 따뜻해지고 행복감이 느껴졌다. 중간에 멈춰 서서 먼 산줄기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셨다.

     

    눈이 꽤 많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나무들에게 다가갔다
    벌써 새하얀 눈이 내려 앉았다
    귀여운 눈 오리를 또 만들었다

     

    눈이 오니까 기분이 완전 들떴다. 하산하는 길이 오를 때 보다 더 신났던 것 같다. 눈을 보고 싶어 왔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다니! 너무 좋다! 내려가는 길에 푸릇한 크리스마스 나무처럼 생긴 전나무들이 모여 있어서 다가갔다. 새하얀 눈이 벌써 가득 내려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쪼그려 앉아서 열심히 눈 오리를 만들어서 나무 위에 올려주고 왔다.

     

    나뭇가지 위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눈을 밟으며 내려가는 길
    눈사람을 만들고 눈의 천사도 만들었다

     

    눈으로 하고 싶었던 것 다 했던 날. 하산길에 빙구(?) 같지만 눈사람도 만들었고 눈밭 위에 풀썩 누워서 눈의 천사도 만들어 보았다. 눈 맞으며 눈길을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걷다 보니 고도가 낮아졌고 눈은 어느새 비가 되어 내렸다. 눈은 차가워도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비가 되어 물방울이 몸에 닿으니 어찌나 차갑고 질척이던지 모른다.

     

    죽령 휴게소에서 마신 칡즙과 마즙!

     

    내려온 김에 몸이나 녹일까 싶어서 죽령 휴게소에 들렀다. 칡즙과 마즙을 팔고 있어서 하나씩 주문해서 홀짝이며 몸을 녹였다. 컵라면을 하나 먹을까 싶다가 에이, 집에서가 밥을 먹자 싶어서 참았다. 추적추적 하늘에서 비가 내려오고 으스스 춥던 늦은 오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왕복 5시간 넘게 걸었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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