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리 공원에서 삿포로 맥주 축제가 파할 때까지 신나게 즐기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 맥주 부스들이 얄짤없이 오후 9시가 되니 문을 닫았기에 망정이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아마 밤새 놀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편의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을 것들과 마실 것들을 사가기로 했다.
호텔에 들어가서 마실 맥주랑 한국으로 가져갈 술, 과자, 젤리 등 먹을 것들 위주로 구입했다. 편의점을 나와서 곧장 호텔로 돌아가려니 그 또한 아쉬워서 호텔 옆에 있는 '나카지마 공원'에서 밤 산책을 하다가 호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어느 가을날 삿포로 여행을 왔을 때 이 공원을 거닐며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공원 옆에 있는 삿포로 파크 호텔(Sapporo Park Hotel)을 예약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공원을 좀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시원한 맥주도 마시면서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로.
길은 어두웠지만 곳곳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걷기 어렵지 않았다. 수목이 우거진 아름다운 공원, 우리는 공원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호수의 둘레길을 따라서 걸었다. 손에는 비닐 봉다리 그리고 그 속에 가득한 맥주와 과자들! 밤공기는 선선했고 취기어린 우리 둘은 걷기만 해도 신났다.
오래 전 가을날 이곳을 찾았었다. 그 때도 어두운 공원을 걷다가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 보다가 호텔로 돌아갔었다. 그 기억 속 이미지들이 환상처럼 머릿속에 떠다녔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붙잡을 수가 없고, 모든 것들은 달라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한없이 슬프다가도 떠올릴 기억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다.
오래된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길들, 호수를 따라서 걷다가 벤치가 보여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둠이 싹 깔린 공원에서 맥주를 한 캔씩 뜯었다. 홀짝홀짝 마시며 우리의 마지막 밤을 기념했다. 언젠가 이 공원에 다시 와서 또 추억을 곱씹고 있겠지.
호텔로 돌아와서도 바로 잠들지는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또 자리를 펼친 우리, 편의점에서 사온 술과 주전부리들을 꺼내서 먹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일찍 잠들기가 아쉬웠다. 사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근처 시장에 들러서 맛난걸 먹기로 했는데 시간은 점점 더 늦어졌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워서는 내일 일찍 일어나기는 글렀군 생각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