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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비에이 여행 슈지츠 언덕에 오르다 (슈지츠노오카)일본 방방곡곡/홋카이도 2024. 1. 29. 19:38728x90반응형
아사히 다케 트레킹을 마치고 이제 삿포로 시내로 떠날 차례였다. 여름에 홋카이도를 찾은 이유는 청량한 비에이나 후라노를 둘러보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맥주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삿포로 시내로 돌아가 하루 묵을 예정이었는데, 돌아가는 길 비에이를 결국 거치게 되어서 전날 들르지 못했던 '슈지츠 언덕'에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운전을 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아주 시원시원했다. 광활한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마주보며 달려가는데 눈과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졌다. 쭉쭉 뻗은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지나고 마을을 벗어나면 이제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이어졌다. 이곳에 살면 왠지 눈이 좋아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슈지츠의 언덕(슈지츠노오카)에 도착했다. 따로 주차장이 마련된 곳은 아니라서 갓길이나 언덕 부근에 잘 주차를 해야했다. 몇몇 차들이 근처에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도로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곧게 하늘을 향해 뻗은 것만 같은 도로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오, 정말 신기했다. 도로가 진짜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것처럼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도로 끝에 금방 닿을 것처럼 보였지만, 멀리서 오는 차가 아주 조그만하게 보이는걸 봐서 길이가 꽤나 되는 도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멋진 도로를 보려면 도로 위에 서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차가 없을 때는 도로 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가 차가 지나가면 비켜주고 또 다시 도로 위에 모이고 그랬다.
이야, 참으로 멋있는 풍경이었다. 저 도로 끝까지 가면 하늘로 쓩 날아 오르는 거 아닌가? 하하. 나중에 삿포로 시내로 가려면 어짜피 이 도로 위를 지나가야 했기에, 신이 났다. 과연 저 위를 달리면 어떤 느낌이려나? 경사가 느껴지려나?
기이하지만 멋진 도로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이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홋카이도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라하는데, 항상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나오는 푸르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런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고 좋게 보였었다.
홋카이도에 와서 렌트카를 타고 다니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왜 그런 그림들이 그려졌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만화 속 세상은 가상의 세계로만 여겨졌는데, 이렇게 여름날 홋카이도의 풍경들을 보니 만화 속 세상은 실제와 아주 닮아있구나 느껴졌다.
언덕 위를 산책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차를 타고 하늘로 쭉 뻗은 도로 위를 달렸다. 눈으로 볼 때는 하늘로 솟아 오른 것처럼 보였던 도로, 막상 그 위를 달려보니 경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일자로 쭉 뻗은 도로였다. 아이 싱거워라~!
이제 삿포로 시내를 향해 갈 차례, 아주 높고 넓은 푸르른 하늘, 새하얀 구름들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보면서 달려갔다. 도로는 끝이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로 위에 달리는 차들이 다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다. 이 넓은 초원 속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지던 순간, 그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너무 좋았다. 렌트카를 빌려 여행하길 참으로 잘했다 생각했다.반응형'일본 방방곡곡 > 홋카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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