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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홋카이도 여행 신들이 노닐다 간다는 다이세츠산(대설산)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 트레킹, 아름다운 야생화와 다람쥐
    일본 방방곡곡/홋카이도 2023. 12. 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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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날 북해도 여행에서 가장 궁금하고 기대했던 곳, 바로 다이세츠산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였다. 평소에 우리 둘 다 걷는 걸 좋아해서, 트레킹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를 알게 되었다.

    산 아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가 그리 어렵지 않은 산책(?)코스의 트레킹을 할 예정이었다.

    가로등이 아주 귀여웠다
    새파란 하늘이 아주 상쾌했던 여름날


    화창한 북해도의 여름날, 차는 우리가 묵었던 호텔 베어몬테에 세워 두고서 걸어서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로 갔다. 아사히 다케 비지터 센터 안내판을 지나쳐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아사히 다케 비지터 센터
    이른 아침에 갔는데도 차들이 많았다


    일부러 이른 아침에 찾아왔는데 이미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더 부지런하게 왔어야했나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기념품 상점이 있었고 간단히 먹을 것들을 사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힌 문구들, 아사히다케에 어서오세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힌 '아사히 다케에 어서오세요!'를 보면서 계단을 올라왔다. 이제 입장권을 끊고 케이블카에 오르면 되는데,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 입장료는 성인 기준 무려 3,200엔이었다.

    가격표와 시간표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 케이블카를 꽤나 타보았지만 이렇게 비싼 케이블카는 처음인 것 같았다. 산이 높아서 그런 것인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그 높이가 무려 2,291m에 이른다.

    아사히 다케 트레킹 루트
    아사히 다케 로프웨이 표


    표를 끊고 몇분 기다리다가 드디어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는 아주 크고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구경하며 가기 좋았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울창한 산림이 보였다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분명 산 아래는 맑디 맑았는데 어째 케이블카는 짙은 구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산 위로 오를수록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느낌이 싸했다. 이런, 날씨가 좋을 줄 알았는데 잔뜩 흐린 산을 걷게 되었다!

    각국의 언어로 적힌 경고 그림과 문구
    아사히 다케 트레킹하며 볼 수 있는 동식물들 사진


    꼭대기로 올라와 간단히 직원의 설명을 듣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바깥을 나와 트레킹 시작점에 서니 붉은 숫자로 표시된 온도계가 떡하니 보였다. 21.2도라니, 두텁게 옷을 입고 오길 참 잘했다 싶었다.

    우리가 서있던 곳은 2,291m에 21.2도 😁


    우리가 걷는 길들은 모두 축축한 공기로 꽉 차있었다. 구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날씨가 좋았으면 했는데 이렇게 구름 꽉 낀 흐린 날씨도 제법 괜찮았다. 뿌연 하늘이 더 신비롭고 묘하게 느껴졌달까?


    트레킹을 하며 눈에 보이는 세상은 보통 보던 산의 풍경과는 아주 달랐다. 키가 작고 조그만한 초록 식물들이 넓은 대지 위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나고 있었다. 초록색 카펫이 깔려 있는 것 같았지.


    길을 걷다가 잠깐 멈춰서면 다양한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난생처음 보는 꽃과 열매들을 마주하게 되면 신기한 마음에 하나하나 소중히 카메라에 담았다. 기을 따라 걸으면서 낯설었던 식물들은 익숙해지게 되었다.


    벤치가 놓여져 있길래 잠시 앉아서 쉬다가 갔다. 중간중간에 이렇게 벤치들이 많아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쉬어가기 좋았다. 우리가 앉았던 벤치 앞으로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그 연기의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 앉아 있었다.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걷는 이곳은 대설산(다이세츠잔). 대설산은 홋카이도의 지붕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대설산에는 해발 2,000여 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이 여럿 모여 있다. 우리가 걷고 있던 아사히 다케는 해발 2,291m에 이르는 최고봉이었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동물들과 고산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하얗게 눈이 내린 것 같던 들판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식물일까? 트레킹을 하기 전에 여러가지 식물 사진들이 담긴 안내판이 있긴 했는데 온통 일본어라서 그냥 사진만 찍어두고 지나왔다. 가느다란 줄기에 보슬보슬한 털들이 달린 식물들, 작은 요정들 같아서 너무 귀여웠다.


    높은 산 위에 그림 같은 못들이 여럿 있었다.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못일까? 뿌연 하늘을 그대로 담은 못은 푸르스름하면서도 희뿌연 빛깔을 띄었다.


    작은 못 근처 벤치에 앉아서 전날 청의호수에서 사온 푸른빛깔 감도는 푸딩을 꺼내 먹었다. 뭔가 운치 있는 곳에서 먹으니 맛이 남달랐다. 푸딩에서 나온 포장 스티커는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일기장에 고이 붙여 놓았다.


    잠깐 푸딩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허연 구름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작은 못 위는 온통 구름들로 뒤덮였다. 구름이 왔다가 떠나고,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해서 우린 코앞의 날씨도 짐작할 수 없었다. 너무 높은 곳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손을 넣어보라고 되어 있어서 돌 틈의 작은 구멍에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다. 바깥은 쌀쌀한데 이 구멍 안은 뜨끈했다. 뜨거운 듯 따뜻한 수증기가 후루룩 구멍 안을 감돌고 있었다. 이곳이 화산임을 느끼게 하는 재미난 체험이었다.


    트레킹을 하며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꽃은 봉오리인 채로 아직 덜 피어나있던 파란 꽃들이었다. 평소에 꽃집에서 자주 보던 '용담'이라는 꽃처럼 생겼더라. 진짜 용담이 맞으려나?

    용담으로 추정되는 푸른 꽃


    대설산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안내판에 나와 있었다. 붉은 여우와 토끼 그리고 다람쥐. 이 중에 하나라도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들판은 무척 조용했고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보니 아까 멀리 보이던 두 연기 기둥이 아주 가까워졌다.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것 같던 연기, 마침 하늘에는 온통 하얀 구름들 뿐이었다. 끓어오르는 연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하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길을 계속 걷다가 보니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두 연기 기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연기 기둥을 구경하러 갔다.


    눈앞이 온통 하얀 연기로 가득했다. 길 위에도 하얀 가루들이 흩어져 있어서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보였다. 짙은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와, 진짜 살아있는 산을 보는구나! 산이 숨을 내쉬면서 뿜어내는 연기 같았다. 이래서 이런 산을 활화산이라 부르는 것인가?


    연기 기둥을 보고 호수를 보러 왔다. 멀리서 연기가 쉼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하늘은 온통 새하앴다. 그리고 호수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띄고 있었다.


    하얀 구름은 점점 더 기세를 넓혀갔다. 이제는 하늘 뿐만 아니라 호수까지도 다 덮어버릴 것 같았다. 이러다가 진짜 코 앞도 안보일 정도로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


    벤치에 앉아서 매점에서 사온 우유를 하나 꺼내 마셨다. 원래 저 멀리 호수 위로 멋진 산봉우리가 보인다고 했으나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하얀 구름 뿐이었다.


    뿌연 구름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이 아쉬웠지만 어쩌랴, 다음에 또 오라고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우리 둘의 기념 사진이나 남기자 싶어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멀리 벤치 아래에서 움직이는 생명체가 보였다.

    벤치 아래에 있던 다람쥐 발견!!


    꿈틀거리는 귀여운 생명체는 바로 다람쥐였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이기 시작하고 다들 귀여운 다람쥐에 홀려 버려서 걸음을 멈췄다.

    진짜 너무너무 귀여웠다
    복실복실한 엉덩이와 꼬리
    선명함 줄무늬와 똘망한 눈동자 🐿


    으아아악! 너무 귀여웠다. 곳곳에서 '카와이~' 소리가 들려오고 우린 연신 귀엽다 귀엽다를 연발했다. 귀여운 다람쥐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걸 아는듯이 어디 도망가지도 않고 계속 주위를 돌아다니며 열매 먹기에 심취했다.


    냠냠 열심히 식사 중인 다람쥐를 바라보며 귀여움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봐도 계속 귀엽던 다람쥐! 아사히 다케에 와서 그 어떤 동물도 못볼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람쥐를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양 볼이 빵빵한 다람쥐
    냠냠 열매를 쥐어 먹고 있던 다람쥐


    우린 정말 다람쥐에 홀렸던 것 같다. 추위도 잊고 한 자세로 한동안 계속 다람쥐만 쳐다 보았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가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즈음에 몹시 추워졌다. 우린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걸음을 서둘렀다.

    동화 속 풍경 같던 야생화들의 향연
    멀리 눈 쌓인 설산과 흐르는 물줄기
    구름 속을 걸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길, 한동안 사방 천지에 구름들이 꽉 차있었다. 이제 신들의 세상 속에서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갈 차례였다.

    구름으로 꽉 차있던 케이블카 구간
    드디어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왔다


    마침내 밝은 세상이 보이던 순간, 이제 아사히 다케와는 영 멀어져버렸구나 실감이 났다. 잠깐동안 상상도 못했던 먼 세계에 다녀왔다. 구름 속을 거닐었던 순간들이 황홀한 기억으로 남았다.

    크로켓과 맥주 그리고 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1층에 있던 매점 같은 곳에서 감자 크로켓을 사먹었다. 그리고 아사히다케 비어(Asahidake Beer)를 한 잔 들이켰다. 아시하다케에는 왠지 다시 올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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