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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설렁설렁 트래킹하기 & 주왕산 청솔식당 황기백숙과 손두부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1. 9. 8. 13:57728x90반응형
우리가 자주 찾는 산을 하나 꼽아 본다면 바로 주왕산일 것이다. 대구에서 나름 가깝기도 하고 산길이 잘 닦여있고 평탄해서 아무런 부담 없이 트래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 가을이 가까워진 9월에 주왕산을 찾았다. 우리는 먼저 배부터 채운 뒤에 걷기로 했다.
우리는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주왕산 청솔식당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미리 전화를 드려서 황기백숙(₩35,000)을 예약해 두었다. 주왕산 등산로 입구에는 식당들이 참 많았다. 검색을 이리저리 해보다가 평이 좀 괜찮은 식당을 찾아간 것이었다. 솔직히 기대가 하나도 없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서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주왕산 올 때 마다 정식 코스로 삼아야겠다.
미리 전화 예약을 할 때 2명이 황기백숙만 시키면 양이 좀 적을 수도 있다 하셨다. 그런데 막상 와서 음식 나오는 것을 보니 우리 같은 작은 위장을 가진 이들에게는 충분한 양이었다. 식당에 들어오면서 아주머니께서 전을 맛나게 부치고 계시는걸 봐서 그게 뭐냐고 여쭤보니 '산나물전'이라고 하셨다. 그러고 말았는데 먹어보라며 조금 가져다 주셔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두부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촌두부를 판다길래 안 먹어볼 수가 없었다. 두부에 황기백숙, 산나물전 그리고 동동주까지 푸짐하게 한 상을 먹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나는 아직 백신 여파로 술을 먹지 못해서 동동주를 입에도 못 댔다는 것이다.
식당이 주르륵 이어진 길들을 지나서 매표소에 다다랐다. 주왕산을 찾는 이라면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대전사를 지나서 산행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무조건 매표를 해야한다. 처음에는 난 절에 갈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표를 꼭 사라고 하는가, 그런 불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려려니 하고 매표를 한다. 자주 찾다보니 대전사에도 은근 정이 붙었고 매표한 돈이 주왕산을 가꾸는데 잘 쓰일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와 기붕 얹은 대전사와 거북손 같이 생긴 주왕산이 한 곳에 어우러진 모습이 참 아름답다. 매번 올 때 마다 대전사는 갖가지 꽃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9월 초입에 들어선 지금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왔다. 걷기에 좋은 날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햇살도 좋았던 날이었다. 이런 날은 그저 무작정 걷기만 해도 좋지. 주왕산의 청명한 공기가 마스크 속으로 스며들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올까?
중간에 화장실이 하나 나오는데 근처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면 테이블과 의자가 곳곳에 놓여져있다. 우리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잠깐 쉬다 가기로 했다. 눈앞으로 커다란 절벽이 있었고 그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멋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챙겨온 커피를 마시며 주전부리 과자들을 먹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기암괴석이 하나 보인다. 미소암, 우리가 지어준 이름이다. 왠지 돌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지어 주었다. 위쪽에 음푹 파인 곳은 눈 같고 밑에 갈라진 부분은 웃고 있는 입 같아서 돌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리를 건너다 보이는 시루봉. 시루봉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 하여 그리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루를 본 적도 없는 나는 다른 이름이 더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았다. 사람 얼굴을 닮았으니 얼굴바위가 나으려나?
시루봉 밑에 커다란 벌집이 하나 붙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벌이 날아들 것만 같아 무서웠다. 나는 긴팔 긴바지를 입고 주왕산에 갔다. 그래서 벌레들에게 물리지 않았는데 산행을 하다 보니 몸을 벅벅 긁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아무래도 모기에 물린 것 같았다. 아직은 모기가 입이 비뚤어진 시기가 아닌가 보니 긴팔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이 벌레를 피할 방법이다.
학소대를 지나고 졸졸졸 흐르는 작은 폭포들을 지나서 드디어 용추 협곡에 들어섰다. 주왕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첫째로 대전사 앞 거북손 같이 생긴 산의 모습이고 두번째가 바로 이 협곡이다. 해가 어디로 갔는지 온통 그늘이 져서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양쪽 바위는 아주 날카롭게 베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각조각난 바위들이 세월이 지나 이렇게 협곡이 되었다. 바위 틈새로 풀들이 무성히 자라나고 있었다.
협곡에서 조금만 더 가면 오른편으로 폭포가 보이기 시작한다. 용추폭포라 불리는 이 폭포는 예전에 보았던 모습 보다 더 커보였다. 요새 비가 많이 내려서 물이 많아져 그런가? 폭포 아래로 고인 물이 맑은 옥빛을 띄어서 무척 아름다웠다. 나무 데크 위에 서서 한동안 폭포를 바라 보았다.
우리의 정식 코스는 여기까지, 이 위로도 쭉 올라가본 적은 있지만 보통은 용추폭포까지만 보고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면서 설렁설렁 부담 없이 걷는 이 코스가 우리에게는 딱인 것 같다. 돌아가는 길 협곡 아래 흐르는 세찬 물줄기를 구경했다. 멀리 보이는 큰 돌은 아슬아슬하게 돌과 돌 사이 위에 서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 보고도 싶고 물 속에 발도 담가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멀리 데크에서만 지켜봐야하다니, 그래서 잘 이곳이 지켜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돌아가는 길 커다란 바위 옆에 작은 돌들이 켜켜히 쌓여 있었다. 우리는 바닥에서 작은 돌을 하나씩 주웠다. 그리고 어느 탑 위에 조심스럽게 쌓아 올렸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소원이 이루어질까?
잔잔한 물길을 따라서 걸어 오는 길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언제 와도 늘 좋은 주왕산, 단풍 드는 가을에는 아마도 사람들로 꽉 차서 지금처럼 여유롭게 다니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단풍이 가득 물들었을 때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작년 가을에 주왕산에 왔을 때는 다른 등산 코스로 가는 바람에 협곡이나 폭포를 보질 못해서 아쉬웠다.
다시 대전사로 돌아왔다. 커다란 은행나무는 이파리들이 새파랬다. 가을날 노랗게 물든 모습을 상상했다. 담벼락에는 왠 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근처에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고양이. 고양아 안녕, 주왕산 안녕, 가을 날 다시 찾아올께.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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