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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내장산 트레킹, 원적골 자연관찰로 걷기 내장사~원적암~백련암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1. 11. 5. 15:47728x90반응형
내장사를 돌아보고 난 뒤에 연못 근처에 있던 안내판을 따라 산책로를 걸어 보기로 했다. 내장사 뒷편으로 숲 길이 하나 나있었다. 그길로 쭉 걸어가면 원적암을 지나 백련암을 거쳐 내장산 일주문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가 걷는 길이 정확히 어딘지 모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저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길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걷기 시작했었다. 평탄하고 나무들로 우거진 숲길이라서 편히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기 좋았다.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는지 종종 등산복과 스틱을 든 사람들이 지나갔다.
걷는 와중 테이블이 나타나서 잠간 쉬었다 가기로 했다. 으슬으슬 몸이 추워져서 텀블러에 담아 온 따뜻한 차를 마셨다. 그리고 챙겨온 사과와 초콜릿을 꺼내 간식으로 먹었다. 차를 마시니 몸이 따뜻하게 녹아 내렸다. 맛있는 초콜릿과 사과는 출출했던 배를 채워 주어서 다시 걸을 힘이 나게 해주었다. 산에 오면 이렇게 중간중간 간식을 꺼내 먹는 것이 재미이다.
그런데 간식을 먹나보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가방 안에 김치 사발면이 하나 있었는데, 유혹을 참지 못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한그릇 먹게 되었다. 밖에 나와서 먹는 라면은 언제나 기가 막히게 맛있다. 국물 한방울 남김 없이 싹싹 먹고 쓰레기들을 비닐봉투에 담아 베낭에 잘 넣어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인적 드문 숲 길을 걸어 갔다. 땅 위에는 파스락거리는 낙엽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나무들은 파릇파릇한 가운데 서서히 물들어 가는 와중이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 사이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알록달록한 나무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한참 평탄한 걷기 편한 길들을 걷다가 갑자기 엄청난 돌계단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원적암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원적암이 어디인지 모르겠고 왠지 이 길로 가면 산 끝까지 올랐다가 되돌아와야 할 것 같아서 여기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길에 보았던 작은 매점에서 허기를 채우고 가기로 했다. 시원한 막걸리와 직접 쑤셨다는 도토리 묵을 하나 시켰다. 쌉싸름하면서도 입에 쫀득쫀득 감기는 도토리묵이 정말 맛있었다.
시원한 막걸리는 도토리묵과 아주 잘 어울렸고, 우리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국수도 하나 더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어묵 국물에 말아 준 잔치국수. 국물을 호로록 마시며 쌀쌀함을 달랬다.
식사를 마치고 낙엽 가득한 숲 길을 걸어 내장사까지 돌아왔다. 잠깐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고 우리가 출발했던 우화정 쪽으로 다시 걸어가는 길, 이번에는 우리가 걸어 왔던 단풍나무 가득한 숲 길이 아니라 큰 길을 통해 걸어 내려왔다.
가는 길 단풍들이 이쁘게 피어 있었다. 길이 아주 잘 닦여 있어서 숲 길 보다는 운치는 덜했다. 걷다 보니 일주문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원적골 자연 관찰로'라는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내장사에 가려면 이 일주문을 통해서 가는 것이었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어쩐지 우리가 가는 길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내장사 뒤로 나있던 숲 길을 따라서 쭉 가다가 엄청난 돌계단을 지나면 원적암이고 한바퀴 쭉 돌아서 백련암까지 보고 일주문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야 길이 좀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원적암에 들어서기 전에 다시 되돌아 온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쭉 가볼걸 그랬나?
왠지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백련암을 보고 가기로 했다. 일주문에서 오른편 길로 올라가면 백련암에 닿을 수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이었지만 콘크리트로 잘 닦인 길이라서 오르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커다란 나무가 백련암 입구에 버티고 서 있었다. 수령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근사한 나무였다. 나무를 지나서 백련암에 들어서는데 우와, 사찰 뒤로 서래봉이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조용한 절을 한바퀴 둘러보며 서래봉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백련암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조그만 불상이 하나 있었다. 연잎들이 둥둥 떠있는 것을 보니 여름에 연꽃이 피어 아주 예쁠 것 같았다. 알록달록 물든 산과 나무와 어우러진 연못이 참 보기 좋았다.
백련암의 오래된 단풍나무는 아직 완전히 물들기 전이었다. 꼭대기에 달린 이파리들만 브릿지를 한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300여년이 넘은 수령의 단풍나무라는데 전체가 빨갛게 물들었다면 정말 아름다웠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머릿 속으로 완연히 붉게 물든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백련암에서는 우리가 전날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찾아갔던 단풍 전망대가 한눈에 보였다. 어제는 멀리 저 정자 위에 우리가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편에서 전망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던 서래봉 밑의 절은 아마도 이곳 백련암인가 보다.
백련암을 둘러보고 일주문 쪽으로 돌아가는 길,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올라올 때보다 걷기 수월했다. 커다란 나무들을 그늘 삼아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 서래봉으로 올라갈 수 있는 탐방로가 있었다. 미리 사전 예약을 해두어야 탐방할 수 있다고 들었다. 멀리 보이던 멋있는 서래봉, 언젠가 한 번 이곳에 다시 와서 서래봉을 올라봐야겠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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