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에서 아름다운 일몰로 가장 유명한 곳은 힌두 사원인 프놈 바켕이다. 그러나 아름다운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 일찍가서 자리를 잡아야 일몰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는 그나마 사람이 적다는 쁘레 룹으로 향했다.
앙코르 톰에서 쁘레 룹까지 툭툭을 타고 갔다. 흙먼지 나는 길들을 지나고 또 지나고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서두른 덕분에 일찍 도착해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일몰까지는 꽤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쁘레 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밖에 뻗어있는 나무들 사이에 걸려 있는 해먹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저무는 햇살을 받아 쁘레 룹은 노란 따스함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막상 다 오르고 나니 쁘레 룹 밖에서 파는 앙코르 비어를 사오지 못한 것이 무척 후회가 되었다. 다시 내려가서 사오기에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일몰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북적일테니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웠다. 우리가 올라갔을 때 이미 꽤나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와 J는 해지는 모습이 잘 보일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J는 앉아서 쉬고있고 나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해가 약간 기울기 시작할 즈음에 다시 J 옆으로 돌아와 앉았다. 우리는 스케치북을 꺼내 각자 마음에 드는 장면을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을 슥슥 그리고 있는데 점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북적였다. 해를 바라보는 방향쪽 가장자리는 이제 사람들로 빽빽해져서 발 디딜 틈도 없어졌다. 우리가 자리를 아주 잘 잡았나보다.
해가 많이 저물어서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쁘레 룹을 다른 곳보다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해가 저무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 앞으로 보이는 큰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인가보다. 해가 아래로 떨어지다가 나무에 걸린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검게 그림자 진 나무들과 태양은 서로 뒤엉킨 모습이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들었다. 눈 앞으로 이국의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씨엠립에서의 첫번째 하루가 지나가는 순간이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검은 나무들의 그림자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이다.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풍경. 좋은 것들이 함께여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