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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비오는 날에 찾은 도화헌 미술관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2. 5. 9. 08:00728x90반응형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바다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비가 내리니 어디를 가야할까 싶었다. 고흥에 '도화헌 미술관'이라는 폐교를 개조해 만든 작은 미술관이 있다길래 찾아갔다.
책 읽는 소녀상을 보니 이 건물이 학교였음이 짐작간다. 오래 전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나 중학교 건물에 어떤 동상이 있었을까?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어여쁜 꽃밭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오니 정겨운 마루 바닥이 보였다. 그래, 옛날에 학교에서 매일 청소 당번을 정해서 책걸상을 뒤로 쫙 밀어 놓고서 마루 물청소를 했었지. 아득하다. 학교에 오니 내 옛 시절들이 떠올랐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행이 이래서 좋은걸까?
열리고 있던 전시는 김경자 작가의 '꿈을 꾸듯'이라는 주제의 개인전이었다.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들이 주였다. 소녀와 보자기, 전통적인 문양과 색감, 새, 가면이 주 이미지였다.
환상 속의 이미지들,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은 새들과 꽃 그리고 소녀. 물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에 떠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색색의 작약과 아네모네.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그림에 가득했다.
기억에 남는 그림 중 하나였던 아네모네. 그리고 투명한 천을 두르고 있는 소녀. 물 속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이미지의 그림에 눈이 가서 한참 쳐다보았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와서 미술관 주위를 잠깐 걸었다. 촉촉히 젖은 땅에서 풀냄새가 그윽하게 났다. 정자 옆에는 작은 연못도 하나 있었다. 비가 와서 모든 것들이 다 선명하게 보였다. 촉촉히 젖은 세상, 비가 내려서 어딜가야하나 고민이었는데 비 덕분에 이렇게 미술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다.
매번 전시가 바뀐다고 하니 다음번이 궁금해지는 미술관이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찾아오고 싶은, 다음 고흥 여행에도 이 작은 미술관에 들러 힐링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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