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여행 중 걷고 싶어서 좀이 쑤시던 어느 가을날, 우리는 직소 폭포를 찾았다. 직소폭포 주차장에 도착해서 직포폭포까지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슬그머니 이파리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하늘은 푸르고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숲 길을 따라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평탄한 길들이 주로 이어지다가 직소 폭포 거의 다와가서는 오르막길이었다. 그저 설렁설렁 걷는 길은 아니었어서 운동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 작은 유리 온실이 하나 나왔다. 그 근처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있어 잠깐 멈춰서서 구경을 했다. 연못 위에는 노란 연꽃이 피어나 있었구 빨간 꽃무릇들도 한데 모여 피어나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 꽃들을 둘러 보고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
푸릇푸릇한 콩밭을 보았다. 파릇한 콩들이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넓은 콩밭 위로 보이던 커다란 암산이 참 멋있었다. 암산의 모습이 꼭 주상절리 같아 보였다. 겹겹이 서있는 기둥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랄까?
황코스모스도 예쁘게 피어나 있었다. 노란 꽃들 덕분에 가을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코스모스 꽃밭 근처에 절이 있었는데 그 절에서는 '옴마니반메홉~' 구절이 담긴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바닥에는 덜 익은 밤송이가 나뒹굴었다. 남편이 두 발로 밤송이 까는 법을 나에게 알려 주어 몇 번 해보았는데 설익은 밤들이 튀어 나왔다.
직소폭포 가기 거의 중간지점에 다다랐다. 산길을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다 보면 물이 고여 있는 호수 같은 곳이 나왔다. 그 둘레를 따라 직소 폭포로 가는 길이 나 있었다.
커다란 호수 둘레를 따라서 걸어갔다. 야자 매트가 깔려 있는 평탄한 길이라서 걷기 좋았다. 눈앞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의 반영을 감상하며 걸어갔다.
호수 안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커다란 산봉우리가 담겨 있었다. 물 속에 작은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물고기들은 이리저리 떼를 지어서 돌아다녔다.
둘레길에 벤치가 있어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오면서 사온 부안의 명물 오디빵을 베낭에서 꺼냈다. 그리고 텀블러에 담아온 홍차를 컵에 따르고 홀짝홀짝 마시며 오디빵을 먹었다. 근사한 풍경과 함께 즐기는 잠깐의 여유!
가다가 두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선녀탕으로 가는 길이었고,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길은 직소폭포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리는 먼저 아래로 내려가서 선녀탕을 보고 오기로 했다.
선녀탕은 작은 폭포 물줄기가 모여 고인 웅덩이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막아 놓아서 물 속에 발 한 번 담궈 보지를 못했다. 이 계곡에서만 사는 어떤 생물이 있나 본데, 그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계곡이 출입 금지였다.
눈으로만 구경하고서 다시 위로 올라왔다. 헥헥거리며 올라왔는데 직소 폭포까지 또 오르막 길을 올라가야했다.
꽤나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갔다. 헥헥 거리며 오르막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직소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암벽 아래로 기다란 물줄기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높이 30m에 다다르는 직소폭포, 우렁찬 물줄기를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쉼터 난간에 기대에 서서 폭포를 바라보는데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상쾌한 산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멋진 폭포를 구경했다.
폭포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내리막 길을 지나와서 작은 호수 둘레길을 다시 걷고 다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처음 가는 길은 낯설어서 오래 걸렸는데 돌아가는 길은 금방이었다.
쉬엄쉬엄 여유롭게 폭포를 구경하고 주차장에 돌아왔더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2시간 코스라고 들었는데 역시 발걸음이 느린 우리는 한참 더 걸리고 말았다. 여유를 부린만큼 좋은 풍경들을 더 많이 보고 상쾌한 공기도 듬뿍 마셨다고 생각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