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여행 술탄 아흐매트 무덤에서

지난포스팅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유람선에서 본 일몰과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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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소피아와 술탄 아흐매트 모스크를 둘러 보고 나서 이제 돌마 바흐체 궁전으로 가야지 발걸음을 옮기다가 우연히 술탄 아흐메트의 무덤에 들르게 되었다.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근처에 무덤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야 소피아나 술탄 아흐매트 모스크보다 더 장식적이었고 화려했다.

들어서기 전 돔 모양의 천장에 장식된 타일들에 먼저 눈이 갔다.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이었다. 붉은색과 파란색을 사용해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무늬들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기둥에서 뻗어져 나온 반원 모양의 둥그런 아치가 독특했다. 색깔이 다른 돌들을 연달아 붙여 만든 것 같았다.

빨간 카펫 위에 화려한 꽃무늬 장식을 한 관들이 놓여 있었고, 그에 하얀 터번이 하나씩 올라가 있었다. 이곳은 술탄 아흐메트를 비롯해 그의 황후, 자식 등 친족들의 관들이 모여있는 가족 무덤이었다. 우리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무덤 내부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동그랗고 높은 천장에는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하나 달려 있었다. 투명한 유리 재질의 푸르스름한 촛대 위에 불이 켜져 있었다. 모스크의 아름다운 타일 장식들과 참 잘 어울리는 샹들리에였다. 샹들리에 주위로 작은 종모양 등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무덤 안을 은은하게 비춰 주었다.

1층에는 붉은 카펫 위에 관이 놓여져 있고 커다란 창들이 사방에 나 있었다. 그 창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서 안을 비추고 있었다. 창과 창 사이 벽에는 푸른색 타일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활짝 핀 꽃 같기도 하고 공작새의 깃털 같기도 한 푸른 문양이 담긴 타일들이었다. 하나하나 따로 보면 제각각의 모양이었는데, 하나로 모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묘하게 이어져서 길게 이어진 덩쿨을 보는 것 같았다.

1층의 커다란 창 위로는 사방으로 파란색 띠가 둘러진 것 처럼 타일을 붙여 놓았다. 푸르스름한 타일 위에는 알 수 없는 아랍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코란의 한 구절이지 않을까 싶었다. 글자를 적어 놓은 것이지만 난 글자를 모르니 그저 아름다운 문양으로 보였다.

2층 위로부터 난 창문은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은 화려하고 복잡한 무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덩쿨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어떤 사물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닌 그저 선과 색 뿐이었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건축물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을 묘사한 그림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기하학적이며 대칭을 이루는 덩쿨이나 꽃 등의 아름다운 무늬들과 장식적인 아랍 글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보통 '아라베스크(Arabesque)'라 부른다.

이스탄불에 여행을 오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바로 이 아름다운 무늬들이었다. 화려한 색과 끝없이 이어진 선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무늬들은 오래도록 바라 보아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 속에 아무런 의미가 담겨 있지 않으니 구태여 무언가를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기만 하면 되었다.

우연히 들렀는데 너무나도 좋았던 술탄 아흐메트 무덤.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제격이었던 장소였던 것 같다. 가장자리를 천천히 한바퀴 돌며 아름다운 타일들과 샹들리에, 장식 무늬들을 보니 눈이 참 즐거웠었다. 아야 소피아나 술탄 아흐매트 모스크처럼 번잡하지 않았고 냄새가 풍기지도 않아서 천천히 즐기면서 건축물을 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스탄불을 다시 찾는다면 추억 삼아 다시 찾고 싶은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