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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교토 여행 지온인과 블루보틀, 비와호 기념관을 지나 헤이안 신궁까지
    일본 방방곡곡/교토 2023. 2. 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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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야마 공원을 나온 우리는 교토의 벚꽃 명소인 헤이안 신궁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마루야마 공원에서 10여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었다. 우리는 길거리에 활짝 핀 벚꽃들을 구경하며 설렁설렁 걸어갔다.


    지온인이라는 절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울타리로 입구가 막혀 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었는데 먼발치에서 보아도 건축물이 참 웅장하고 멋있었다. 좌우로 커다란 벚나무들이 꽃을 방울방울 터트리고 있었다.



    지온인 입구를 지나서 길을 걷다가 오래된 고목을 만났다. 기둥이 아주 두껍고 수형이 아름다웠던 고목, 누군가 정성 들여서 가꾸는 듯한 나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붉은 동백꽃, 꽃과 나무를 한참 들여다 보다가 다시 걸었다.


    그리고 이날 우리는 무척 아름다운 벚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되었다. 그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오래된 나무였다. 멀리 핑크빛 꽃무더기가 보여서 가까이 다가섰더니, 축 늘어진 가지마다 꽃송이들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연핑크색 포도 송이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았다. 벚나무 아래에는 보랏빛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그런 풍경이었다. 교토는 어디를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이렇게 곳곳에 아름다운 벚나무들이 많아 산책하기 좋았다.



    때마침 해가 저물고 있었다. 벚나무 뒤로 저무는 태양, 그리고 벚꽃에 아른거리는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이 근처를 지나가는 이들 모두 여기서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런 풍경 때문에 교토에 찾아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벚꽃을 구경하다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중이라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멋진 교토의 풍경들 때문에 길을 걷고 멈추고 또 걷고 멈추고 반복하다 보니, 이러다가 헤이안 신궁에 닿기도 전에 해가 다 저물어 버릴 것 같았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블루보틀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엇? 이 근처에 블루보틀 매장이 있구나 싶어서 구글 지도에 블루보틀을 찍고 찾아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매장 안에 들어가서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물건만 사고 나오면 빨리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원두와 머그 같은  것들만 사서 나왔다. 도쿄 여행을 갔을 때 블루보틀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던 우리. 그 기억이 떠올라 교토 블루보틀도 찾아간 것이었는데 커피를 마시지 못해 아쉬웠다.


    블루보틀에 들렀다가 다시 헤이안 신궁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비와호 기념관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의 물을  교토로 끌어오기 위해 만든 수로를 기념하며 만든 곳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계단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푸릇푸릇한 잔디들과 핑크빛 벚꽃 그리고 멀리서 뿜어대는 분수까지, 상당히 이국적인 벚꽃 풍경이었다. 여기서도 한참 서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이렇게 아름다우니 어찌 멈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이제 곧 세상이 어두워질 것 같았다. 아니라 다를까 헤이안 신궁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이미 해는 멀리 산 너머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오후 5시까지만 개장하니 이미 들어가기는 늦은 것 같았다.


    기다란 강둑에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다. 노란 빛을 흠뻑 받아 벚꽃들이 반짝였다. 강물 위에도 노란 빛들이 흔들렸다. 낮이 지나가고 밤이 오니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붉은 헤이안 신궁 도리이를 지나왔더니 중학생 즈음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뭔가 일본(?)스러운 옷을 입고 알 수 없는 춤을 추던 아이들,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덩달아 흥이 올랐다.


    도리이를 지나며 왼편으로 보이던 현대적인 건물은 교토 국립 근대 미술관이었다. 조명 덕분에 건물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꽤나 걸었던지라 다리가 아파서 잠시 스타벅스에 들렀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근처 서점도 구경하다가 차와 기념품 몇가지들을 골라 사왔다.


    헤이안 신궁에 가려고 했는데 신궁에는 안가고 온종일 걷다가 지나가버린 오후였다. 신궁에 바로 갔었다면 많은 것들을 볼 수 없었을테지. 여행은 항상 계획대로만 되지 않아 그래서 더 즐거운 것 같다. 물론 결과가 좋을 때만 이렇게 생각하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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