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되면 율하 체육공원에 벚꽃이 만발한다. 우리는 매년 이맘 때 즈음에 공원을 거닐고는 한다. 한적하고 넓은 공원 사이사이로 난 길마다 벚나무들이 잔뜩 꽃을 피워냈다.
겨우내 빈 가지만 덩그러니 있던 거리, 얼마 전까지는 봉오리들이 그렁그렁 맺혀 있어서 언제 터지려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트렸다. 전날 경주를 다녀왔지만, 경주보다도 율하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왜인지, 경주는 너무 번잡스러워서 꽃을 보기에는 너무 소란했나 보다.
포도송이처럼 퐁글퐁글 가지 끝마다 탐스럽게 열린 벚꽃들, 나무들이 점점 더 커가면서 매년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매년 이곳에서 벚꽃을 보는지라, 벚꽃을 볼 때면 한해가 지나갔음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공원 곳곳을 거닐었다. 가지마자 새파란 싹들이 돋아서 푸릇푸릇했다. 버드나무에도 싹이 돋아났고 조팝나무들도 작고 귀여운 하얀 꽃들을 잔뜩 피워내고 있었다. 달달한 조팝나무 꽃향이 코에 풍겼다.
율하 체육공원 안에 있는 작은 연못 위에는 멋진 반영이 떠 있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5월이 되면 이 연못에 아이리스들이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그러면 또 한해가 반이나 지나갔구나 느끼겠지.
율하 체육공원 끝에 다다르면 금호강을 볼 수 있다. 이곳도 겨울 내내 빈 가지만 덩그러니 있어서 황량했는데 머리털이 쏭쏭 난 것처럼 푸릇한 싹이 가득 돋아나 있었다. 강변에서 쑥을 캐고 있는 할머니들이 많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길을 걷기 위해 강변으로 나왔다. 안심 도서관 뒷편에 아주 커다란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길이 있다. 그곳에 가서 잠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머리 위에는 벚꽃이 그렁그렁, 눈앞에는 연두빛 초록으로 물든 강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다.
이 봄이 다 가면 이제 벚나무에도 푸릇한 싹이 돋아날테고, 그러다가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다시 봄이 오겠지. 내년 봄에 우리가 또 이 벚꽃을 마주하며 서있을지는 모르게지만, 언제나 이모습 변치 않고 있어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