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태종대 수국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딸려 나오는 수국 명소가 하나 있었다. 영도 분홍 수국집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사진을 보니 파스텔톤의 분홍 집 담벼락에 수국이 만발해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태종사를 나와서 태종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영도 분홍 수국집에 가려면 차를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편이 낫다는 말들이 많아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태종대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관음정사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버스들이 많은 차고지를 지날 때는 정말 분홍집이 나오는게 맞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 길 끝으로 분홍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잿빛 콘크리트 담벼락과 칙칙한 길들을 지나서 갑작스럽게 멀리 보이던 분홍집은 이 동네와 아주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점점 더 집 가까이 다가 갈수록 동화 속 세상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홍집 아래로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무어라 지칭할 수 없는 오묘한 빛깔들의 꽃들이 서로 뒤섞여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커다란 수국 꽃다발을 올려다 놓은 것 같다.
수국이 이렇게나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 덕분일 것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지극정성으로 기르고 있는 수국들도 이렇게 풍성히 꽃 피우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분홍집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수국을 아끼는 마음이 이렇게 나타난 것은 아닐까? 어여쁜 수국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파란 계단 위로 강아지 한마리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수국을 보러 일부러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강아지도 신경이 많이 쓰이겠다 싶었다. 수국을 구경하는 와중에 분홍집에 살고 있는 누군가와 마주쳤더라면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나도 언젠가 마당 넓은 내 집에서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그 꽃들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생각하며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