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백담사 코스를 걷고 난 다음날, 설악산 비선대 코스를 걷기 위해 찾은 설악산 소공원. 주차가 전쟁이라서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소공원으로 향하는 길. 역시나 막힌다.
그래도 평일 아침 8시 즈음에 나왔더니 주차가 되긴 되었다. 저번에 토요일에 왔을 때는 더 일찍 나왔는데도 아슬아슬했는데, 이번에는 주차관리 하시는 분이 여기저기 다 이중주차를 시키고 키를 두고 가라고 말씀하셔서, 차들이 세울 공간이 많았다.
날씨가 정말 정말 좋던 날. 전날은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댔는데 이날은 해가 쨍쨍 바람도 기분 좋은 살랑이는 바람이었다. 이른 아침 나오는 바람에 아무것도 챙겨먹지 못해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초입에 식당들이 많아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다들 해장국이나 비빔밥 종류를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우리도 황태해장국 하나랑 산채비빔밥 하나를 주문해서 먹었다. 맛은 뭐 쏘쏘, 관광지 식당들이 다 그렇듯이 비싸고 맛은 그저 그랬지만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근처 카페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온 휘낭시에를 디저트로 먹었다. 단풍 나무 아래에서 먹으니 꿀맛같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카페인도 채우고, 이제 비선대로 출발!
맑은 하늘에 하얀 달이 떠 있던 날,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걸어가는 길. 비선대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라서 여유롭게 살랑살랑 단풍 구경하며 걸어갔다.
22년도인가 이맘때 즈음에 왔을 때는 단풍이 절정이어서 산 전체가 붉그스름했는데, 올해는 긴 폭염 때문에 단풍이 늦는지 비선대까지 가는 길 단풍이 군데군데 얼룩덜룩 들어 있었다.
단풍이 들었든 안들었든 그래도 설악산은 설악산이다. 다시 봐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를 벗삼아서 걷는 길, 귀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소공원 주차장에서 비선대까지는 2.4km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걷기 어렵지 않은 길이라서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는 그런 코스였다. 그래서 그냥 편안한 운동화 신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무런 마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이렇게 편한 코스인데 풍경은 또 기가 막힌다. 크, 얼룩덜룩하지만 색색깔로 물든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시 가을 설악산은 참 아름답구나!
룰루랄라 걷다가 보니 어느새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 다리에 서서 보는 풍경이 기가 막힌다. 양쪽으로 다 절경이다. 한쪽으로는 하늘 높이 솟은 노르스름한 봉우리들과 미끄러지듯 암반 위를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가 보인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에메랄드빛 계곡물과 켜켜히 쌓인 암석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의 실루엣과 알록달록 물든 아름다운 단풍이 보인다.
이제 여기서 길이 갈린다. 금강굴로 가려면 오른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하고 왼편으로 가면 양폭대피소로 가는 방향이었다. 우리는 지난번에 설악산 단풍을 보러 왔을 때, 천불동 계곡의 풍경이 인상적이었어서 다시 보고 싶어 왼쪽으로 길을 틀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그러다가 계곡 위를 걷는 데크 길도 나오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마주보며 알록달록한 단풍 세상 속을 걸었다.
우리는 단풍을 즐기러 온 것이라서 따로 정해진 목적지가 없었다. 그냥 천불동 계곡 풍경을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을 뿐,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계곡을 구경하며 잠시 멈췄다가 또 걸었다가 그렇게 여유롭게 걸었다.
하늘로 뻗은 기암괴석들과 옥빛 계곡과 알록달록 단풍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설악산의 가을 풍경. 이 모습을 또 보고 싶어서 우린 이렇게 또 설악산에 찾아왔나 보다.
천불동 계곡을 걷다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까먹고 있는 장소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도 잠시 계곡 풍경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볼까 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계곡의 넙적한 돌 위에 앉았다. 눈앞에 보이는 계곡물이 정말 옥빛이었다. 어찌나 맑고 깨끗하던지, 보면 눈이 절로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리를 펴고 먹을 것들을 꺼냈다. 먹다 남은 새우깡이랑 휘낭시에, 그리고 귤. 따뜻한 물도 담아와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셨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폭포 소리를 귀에 담고, 아름다운 단풍 세상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면 금새 행복한 기분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정상까지 갈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일기도 쓰고 커피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번에는 오련폭포까지 걸었었는데, 이번에는 가볍게 가을 바람쐬러 온 것이었으니 무리하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다. 천불동 계곡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했으니 돌아가도 아쉽지 않았다.
설악산 트레킹을 하면서 어여쁜 단풍이들을 참 많이도 보았다. 하나 줍고 걷다가 보면 또 하나가 보이고, 그렇게 줍다가 보니 일기장에 단풍잎들이 그득하게 쌓였다.
돌아가며 보이는 풍경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풍경이다. 아까 반짝이던 곳이 그늘지기도 하고, 아까 그늘졌던 곳이 반짝이기도 하고. 오면서 보지 못했던 풍광이 가면서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는 길도 돌아가는 길도 눈이 즐거웠다.
중간에 와선대에서 잠깐 화장실도 들리고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선대부터 주차장까지는 아주 편안한 길이라서 설렁설렁 걸어갔다.
신흥사 입구 근처에 매점이 하나 있었는데 무료 차 시음을 한다고 해서 들렀다. 들어가서 귀여운 뱃지를 하나 사고 따뜻한 차도 마시며 잠시 쉬고 나왔다.
트레킹을 마치고 보니 걸음수 만 오천보, 총 거리는 9.71km. 꽤나 많이 걸었는데 완만하고 편안한 길 위주로 걸어서 힘들지가 않았다.
즐거웠던 가을 설악산 단풍 산행. 다음번에는 겨울날 눈 쌓인 풍경을 보러 찾아와야겠다. 그때까지 안녕 설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