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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상선암 진단 후 병가처리, 회사 병가용 진단서 발급받기, 전절제 수술 병원 정하기 구병원
    일상기록/갑상선암 일지 2024. 11. 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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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습게도 회사 걱정이 엄청 되었더라는. 나를 먼저 생각해야하는데 K직장인은 그렇게 안되나 보다. 수술하게 되면 회사는 어쩌지, 내가 할 일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다른 사람들이 내 몫을 하게되면 너무 너무 미안한데 그런 생각들이 계속 맴돌아서 걱정봇이 되었다 😰


    직장에 알리기

    일단 회사에 알려야했는데 수술 잡기 전이라 먼저 다 알리기는 그래서 부장님께만 말씀드렸다. 갑상선 암에 걸렸다, 아마도 몇달은 쉬게 될 것 같다, 하필 회사 바쁜 시즌이라서 너무 걱정되어서 그런 이야기도 하고, 내가 일 하는데까지는 하고 가겠다 그런 말들을 했다. 차분히 듣더니만 부장님은 나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몸만 생각하라고, 일은 알아서 조정해서 하면 된다고 얼른 수술 알아보라고 말씀해주시던 부장님. ​

    그 이후 수술이 잡히고 모두가 알게 되었을 때도 다들 나보고 무리되는 일 절대 하지 말라면서 챙겨주고 일도 뺏어가시고(?) 위해주고, 너무 너무 고마웠다. 사실 다들 알고 있으면서 내가 말하기 전까지 모른척해주던 거였고, 난 수도꼭지라서 눈물 펑펑 흘리고 말았다. ​

    본사에 오래 있다가 어렵게 발령나서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해서, 재미 붙이고 사람들도 너무 좋아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었는데 하필 올해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슬펐지만... 직장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힘을 얻고 회사 걱정 없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병가 처리하기

    수술을 해야하니 병가처리를 해야했는데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도대체 어떻게 병가처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더라. ​

    모를 때는 물어보는게 최고. 인사 관련 부서에 연락해서 정보를 얻었다. 병가 6일까지는 그냥 낼 수 있는데, 그 이상이면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세침검사를 했던 라파엘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로 병가 처리가 된다 해서, 병가는 이 진단서로 행정처리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휴직하게 되면 기간이 명시된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중에 수술이 확정되고 나서는 수술할 병원에서 '6개월 안정가료'라는 문구가 들어간 진단서를 받았다. 일단 진단서는 받아두고 몸이 나아지면 빨리 복직하고, 체력이 딸리면 이김에 좀 푹 쉬는걸로 생각하고 있다. ​

    직장 생활한지도 9년차, 여태 쉼없이 달려오느라 탈이 난 것이겠지? 아니면 그냥 무작위 사고를 당한 걸 수도 있고. 암에 걸린 건 슬프지만 이 기회에 하늘이 '몸과 마음 챙겨라'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휴식시간을 보내야겠다.




    수술 병원 정하기, 구병원

    의료 파업의 영향을 내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술을 잡아야하는데 대학 병원에서 초진 잡기도 하늘에 별따기였고, 어쩌다가 초진 예약이 되더라도 수술은 반년 뒤에나 가능한 정도였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을 여러군데 알아보다가,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을 또 알아보고 초진 예약을 여러군데 잡았다. 라파엘 병원(2차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았고 세침검사 슬라이드와 초음파 CD를 받아놔서 상급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초진 예약은 되어도 수술은 한참 뒤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가진 암 덩어리가 피막 근처에 있는 바람에, 전이 가능성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술하는게 나을 것 같았는데 불안해하면서 반년을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상선암 카페에서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된 구병원, 구병원의 전영산 선생님이 그렇게 좋다고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해서 혹시 하는 마음에 찾아갔다. 게다가 살고 있는 대구니까! 수술 후에도 병원 갈 일이 자주 생겨서 너무 멀면 또 힘들 것 같기도 했다.


    전영산 선생님은 환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셨다. 갑상선 암이라는게, 사람들이 착한암이다 예후가 좋다 그렇게 다들 말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살면서 '암'이라는 것을 목도하면 좌절감에 빠지기 쉽상인데 그 슬픈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면서도 수술하면 괜찮고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고 끊임없이 안심을 시켜주셨다. 우선 암 진단 후에 급 다운되었던 내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여태 들어보지 못했던 상세한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초음파를 다시 보고 내 갑상선에 위치한 암의 유형, 위험성, 왜 반절제가 아니고 전절제 해야하는지, 수술하면 이후 어떻게 되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장장 1시간 넘게 상담을 해주셨다. 내가 여기서 수술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렇게 시간을 써서 설명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데 너무 감동받았다. 다른 병원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래서 그냥 구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구병원 자체가 엄청 크고 다양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어서 응급상황에도 괜찮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전영산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에 믿음이 생겼다고 해야할까나? 저 선생님이라면 잘 해주실 것 같다! 그리고 상반기에만 400건 넘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셨다고 하니, 정말 눈 감고도 하실 것 같았다😅​

    수술 날짜를 잡고 나서는 선생님 왈, 여태 살던데로 똑같이 살다가 오면 된다고 음식 가릴 것도 없고 운동도 해도 되고 마음대로! 그리고 수술 후에도 그렇게 똑같이 살 거라고 걱정 하나도 하지 말라고. ​

    그래서 수술 전까지 열심히 쉬고 놀고 먹고 평소대로 보통처럼 살면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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