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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봄날 벚꽃 만발한 현충원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서울, 경기 2021. 4. 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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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12


    모처럼 화창한 주말이 찾아왔던 오래 전 봄날.

    이른 아침 호텔에서 나서는데 하늘이 어찌나 파랗던지 첫눈에 반해버렸다.

    외투 없이 다녀도 될 정도의 따뜻한 날씨,

    오랫동안 내가 고대하던 완연한 봄 날씨였다.

    이런 날은 그냥 걸어만다녀도 좋다.

    하늘만 봐도 기분이 들떠서 신이났다.






    서울에서 이틀간 머물렀던 곳은 용산에 있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호텔이다.

    서울 올 때마다 주로 여기서 묵는 것 같다.

    가격도 적당하고 서울역 근처라 KTX 타기도 편해서 자주 찾는다.

    그랜드 머큐어 앰버서더와 이비스 앰버서더 호텔 사이에는 노란 조각상이 하나 있는데 반영이 예뻐서 올 때마다 한 번씩 보고간다.








    현충원까지는 택시를 타고 10여분 정도 걸렸다.

    현충원 앞은 사람들과 노점상, 주차하려는 차들로 번잡했다.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서자 멀리 넘실거리는 연분홍 물결이 보였다.

    흐늘어진 능수벚꽃이 꽃망울을 한껏 터트렸다.








    푸른 하늘 위에는 몽실몽실 구름들이 가득했다.

    고양이가 발자국을 톡톡 찍어놓고 지나간 것 같았다.

    현충원 가장자리를 크게 두르고 있는 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가는 길목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가득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하늘하늘 나리는 꽃잎들, 어찌나 많이 떨어지던지

    그 아래를 지나가면 살결 위로 톡 꽃잎이 닿았다.

    황홀한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이곳에 서있었다.







    솟아오른 빌딩들이 멀리 보이고 푸른 하늘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비석들이 있었다.

    이렇게 창창한 날 꽃으로 물든 세상 아래 많은 죽음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비석마다 지역과 연도가 적혀있었다.

    특히 '전사'라는 단어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연도를 살펴보니 아마도 6.25 전쟁 때 돌아가신 분들인 것 같았다.

    비석에 이름이 없어 더욱 더 슬프게 느껴졌다.








    한구석에 목련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이들을 위로하는 것일까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일까?

    순백색 꽃잎이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살아있었다면 나처럼 이곳에 와서 걸었을 수도 있었을 사람들,

    허망하게 죽어간 이들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떠한 명분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다시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현충원에 있는 벚나무들은 다른 지역에서 보던 것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수령이 오래되어 보인다고 해야하나?

    나무 둘레 굵기가 두텁고 꽃이 피어난 모양새가 큼지막했다.










    요근래 서울에 들를 때마다 미세먼지가 가득 꼈던터라 어디든 먼 곳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맑은 하늘 아래 또렷하게 타워가 보였다.

    푸르른 나무들과 핑크빛 벚꽃들이 현충원을 감싸고 있었다.





    현충원에는 벚꽃도 한창이었지만 노란 개나리도 절정이었다.

    날이 좋아서인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노란빛이 더 화사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에 별이 떠있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에는 연두빛 새싹이 돋아났고 가느다란 가지는 바람에 살랑였다.

    계절이 지나며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다.












    보랏빛 소래풀 군락위로 수양벚꽃이 휘늘어져 있었다.

    이곳에 유독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유가 있었다.

    벚꽃들이 여기저기 한껏 피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우리나라에서 수양벚꽃을 이렇게 많이 보기는 처음이었다.










    충무정 옆으로 흐늘어진 수양벚꽃 그리고 파란 하늘.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얽혀서 눈부신 장면을 만들어 냈다.

    오랫동안 기억될 풍경이다.








    벚꽃 아래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아름다운 벚꽃을 봐서 한없이 기쁘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4월 봄의 추억을 안고 현충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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