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울을 찾았다. 오랫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서울 나들이를 했다. 더 현대가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은 진작에 들었었는데 이제서야 와본다.
지방에는 이렇게 크나큰 쇼핑몰도 없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보기 어려우니, 서울 왔을 때 꼭 들러보고 싶었다. 주말이라서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진짜 이리도 많을 줄은 몰랐다.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자동차를 끌고 왔더라면 주차만 한세월 했겠다. 백화점 오픈 시간이 10시 30분이고 우린 11시 30분 즈음에 도착했는데 이미 5층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있는 '라 그랑지'는 인산인해였다.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대기를 해두었는데 앞에 400팀이 있었다. 하하하. 안에 들어가지는 못해도 근처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들과 각종 상점들이 있어서 잠깐 구경을 하다가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사실 점심도 겨우 먹었다. 식당마다 웨이팅이 어마어마했다.
다행이도 나는 미리 현대식품관 어플을 깔아서 웨이팅 신청을 해놓은 덕택에 조금 기다렸다가 바로 가서 먹을 수 있었다. 6층의 베트남 음식점인 '랑만'이라는 식당에서 4인 기준 셋트를 먹었는데 음식이 엄청 빨리 나왔고 음식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점심을 다 먹고나니 라 그랑지 웨이팅이 거의 절반 넘게 줄어들어 있어서 이왕 온 거 기다렸다가 들어가보기로 했다. 10여분 즈음 더 기다렸을까? 드디어 입장하라는 카톡이 와서 라 그랑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기다리면서까지 와야할까 싶었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아름답던 커다란 트리. 빨간 곰인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작은 전구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붉은 곰인형을 팔았더라면 단박에 사왔을텐데 따로 곰인형을 팔지는 않았다. 가운데 커다란 트리가 하나 있었고, 사방으로 오두막들이 있는 구조였다. 오두막 안에는 각기 다른 컨셉의 소품들로 꾸며져 있는 것 같았으나, 우리는 가보지 못했다.
왜냐면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불가능이었다. 그래서 오두막은 포기하고 가운데 있는 대형 트리만 겨우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빨간 트리 앞에서 기념 사진을 몇 장 남기고서 트리 사방으로 있는 작은 가게들을 돌아보았다. 사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줄들로 공간들이 꽉 차있어서 가게들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귀여운 곰돌이 인형들 천국이던 이곳, 기념삼아 곰돌이를 하나 사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아쉬웠다. 아니면 구입할 수 있었는데 너무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 내가 찾지 못한 것일까나?
붉은 트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더 현대를 빠져나왔다. 어마무시한 인파 속에서 빠져나오니 평온했다. 시골쥐가 도시에 상경해서 코를 베인다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간만의 서울은 정말 어질어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