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장마일까? 8월이 지나가고 9월이 왔는데 요근래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맑은 하늘 보기가 참 어려웠다. 구례에 집 알아보러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 남원에서 정말 오랫만에 본 맑고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삼포가든에서 더덕 장어구이를 배부르게 먹고 잠깐 근처 산책이나 하고 가자 싶어서 다리를 건넜다. 우리가 건넌 다리는 요천교, 발밑으로 흐르는 강이 요천이었다. 남원에 놀러갔을 때 숙소에서 광한루까지 걸어가던 중에 요천 위 다리를 건너서 지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뀌 꽃이 많이 피어나서 요천이라고 불리웠다는 강,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가웠다.
요천 백리숲길 이정표를 따라서 난 길을 걸었다. 푸르른 벚나무가 길을 따라 줄지어 서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강물에 닿아 반짝반짝였다. 옆으로는 요천, 또 반대편 옆으로는 논과 산이 펼쳐졌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걷는데 기분이 상쾌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걷기만 하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할 정도로 더웠는데 말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꼈다. 눈도 즐겁고 내 발걸음도 즐거운 길이었다.
논둑을 가로질러 가는 노란 버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새파란 벼, 팔랑이는 벚나무 이파리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철 지난 노란 금계국, 길 따라 일렁이는 그림자들. 요천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듬뿍 보았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 날 다시 와서 걷고 싶은 곳이었다.
최근에 옛날 드라마를 한 편을 다 봤다. '더 패키지'라는 2017년도 드라마인데 아주 재밌게 봤던터라 ost를 즐겨 듣고 있었다. 이 날 '햇살 쏟아지는 날에'라는 곡을 들으며 요천 백리 숲길을 걸었는데 너무너무 행복했다. 노래와 함께 경쾌하게 더위 없이 신나게 걷는 것이 얼마만인지.
요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어서 호기심에 내려가 보았다. 맑은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몇 번 물수제비를 던지다가 다시 올라왔다. 요천교를 건너 차로 돌아와 집으로 향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