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한 오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간에 유달산 조각공원을 찾았다. 목포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언덕 위에 올라서서 일몰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 조각공원을 찾았다.
주차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차 다섯대 정도 겨우 들어갈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가 간 곳 말고 다른 입구도 있는 것일까 싶었다. 차를 세워두고 조각공원으로 들어서는데 멀리 목포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붉은 노을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고 작은 집들과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각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커다란 비석. 유달산 조각공원이라고 적혀있는 바위를 보기 시작할 때부터 잔잔한 음악이 귓가에 들려온다. 익숙한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며 조각들을 구경하고 낙엽 날리는 길을 걸으니, 갑자기 우리 둘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조각공원 안내도에 조각들의 위치와 이름이 다 적혀 있고, 조각 앞에는 간단한 안내판이 있었다. 공원에 들어서기 전 미리 안내도를 사진찍어두고 다니면 둘러보기 더 좋다.
벚나무들은 벌써 이파리들을 거의 다 떨궈버린 것 같았다. 듬성듬성 이파리들이 매달린 텅 빙 가지 아래를 걸었다. 벚나무 낙엽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이쁘장하게 가지치기 된 둥그런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다.
조각공원 위로 올라가는 길은 조금 경사가 져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도 되지만 공원 끝 즈음에 완만한 오르막 길이 나있어서 어렵지 않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중간 즈음 가니 아름다운 조각상이 옆에 서 있는 분수대를 볼 수 있었다.
날이 좀 어두워져서 분수대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조명들이 시시각각 제 빛깔을 바꾸며 물줄기에 빛을 비췄다. 물줄기들은 끊임 없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귓가에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오니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그저 좋다, 그런 생각만 들었다.
분수대를 지나서 공원 꼭대기에 올라서서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런데 해는 공원 뒷편에서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런, 해가지는 방향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붉게 물든 하늘과 목포 시내의 모습이 아름다워 한동안 벤치에 앉아 바라 보았다.
시간이 흐르자 조각공원 가로등마다 노란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도시도 반짝반짝 빛났다. 도시는 불빛을 채워 넣어 긴 밤을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조각 근처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두워진 저녁에도 조각들을 둘러보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밤이 되니 더 운치있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는 그저 큰 바위 하나만 가져다 놓아도 왠지 눈이 돌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산책로 곳곳마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널려 있으니 눈이 즐거웠다.
아까 좋았던 분수대에 다시 들렀다. 어둠이 내리니 더 아름다워진 분수. 벤치에 앉아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분수대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 보았다. 솟아오르는 물줄기 뒤로 케이블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거렸다.
뻗어나오는 물줄기와 불빛만 보아도 좋았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곳이 근처에 있었다면 아마도 매일 밤 산책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색에 빠질 수 있는 멋진 공원이었다.
한동안 분수대 근처에 앉아있다가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 해가 질 무렵 이곳에 도착해서 벚나무 길을 지나왔을 때, 텅 빈 가지들이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건만 밤이 되니 작은 전구들이 알알히 박혀 있어 나무들이 반짝반짝거렸다.
어째 밤이 되니 더 아름다워진 공원이다. 반짝거리는 나무들을 보니 텅빈 가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반짝거리는 노란 불빛들만 보여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 내려갔다.
밖으로 나오니 완전히 어둠에 빠져든 세상, 멀리 보이는 조각상이 반짝였다. 목포에 올 때마다 들르고 싶은 사색하기 좋았던 유달산 조각공원. 다음번에는 이른 아침 새벽에 한 번 찾아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