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무주 여행 적상산 전망대와 천일폭포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2. 11. 14. 14:29
    728x90
    반응형

    늦가을 우리는 무주로 여행을 떠났다. 아마도 올 가을 단풍들이 낭낭할 때 떠나는 마지막 여행일 듯 싶었다. 먼저 찾은 곳은 적상산 전망대이다.

    적상산은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들면 마치 여인네의 붉은 치마 같다하여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과연 이름처럼 붉디 붉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전망대로 향했다.



    가을이 한창 절정을 달리고 이제 겨울로 갈 무렵이었다. 전망대를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갔다. 레이는 힘이 약해서 그런지 겨우겨우 언덕을 올라갔다. 급커브가 많고 경사가 급해서 운전을 조심조심 해야했다.


    전망대로 가는 길 중간에 천일폭포 주차장이 있었다. 온김에 폭포를 구경해보자 싶어서 차를 멈춰 세웠다. 넓은 공터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단풍 구경을 하고 있었다. 천일폭포 주차장이었지만 사람들은 천일폭포가 아니라 공터 주변에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천일폭포 안내판을 따라서 낙엽이 잔뜩 깔린 나무 데크길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짙은 갈색의 도토리 나무 이파리들과 노랗고 붉은 단풍 이파리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던 단풍이파리, 보통 보던 단풍잎보다 이파리가 커다랬고 삐죽삐죽 돌기처럼 가장자리가 솟아 오른 모양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은단풍'이라는 나무의 이파리였다. 이파리가 이뻐서 두 개를 주워 들고 일기장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보게 된 천일폭포.

    폭포가 맞는가하고 한참 갸우뚱 거렸는데 폭포가 맞았다. 물이 가물어서 폭포가 별로 흘러내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정말 웅장하고 세찬 폭포 같았는데, 영 딴판이었다. 커다란 절벽을 타고 물줄기가 흘러내리고는 있긴 했으나, 거의 돌 표면만 적시는 수준이었다.


    폭포는 흘러내리지 않았지만, 웅장한 기암과 그 사이로 비죽비죽 솟아난 나무들을 감상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왠지 더 차갑고 스산하게 느껴지던 바람, 곧 겨울이 올 것만 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천일폭포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있던 작은 연못, 연못 위에는 단풍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둥둥 떠 있었다. 바닥에는 바스락거리는 색색깔의 낙엽들, 남편은 이 장면을 보고 컬러 팝콘 같다며 좋아했다.


    주차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적장산 전망대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더 오르다가 전망대가 보여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바람이 엄청 불던 가을날, 옷깃을 여미며 전망대 위로 올라갔다.


    우리가 올라가려는 전망대는 사실 발전소의 수조였다. 전망대를 올라오면서 출입이 통제된 큰 저수지를 보았었는데 수력발전을 위해 쓰이는 곳임을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상부에 있는 물을 하부로 내리면서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꽤나 길었던 계단을 오르고 나니 시원한 전망이 펼쳐졌다. 위에 오르고 나서 먼 산들을 내려다 보니 왜 이곳이 적상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온통 붉은 빛깔의 산들이 멀리 펼쳐져있었다.


    원래 이렇게 붉은 빛깔인지 아니면 가을이 되어 이렇게 붉게 물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산들이 제각각 붉은 치마를 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땅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시원하게 보이고 굴곡진 자리마다 깊게 그림자가 배여 있었다.


    멀리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도 보였다. 이렇게 전망대에 올라서서 보니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았다. 내일 향적봉을 오를까 말까 고민이었는데, 여기 전망대에서 향적봉을 보았으니 오르지 않기로 우리끼리 합의했다.

    사실 둘 중 그 어느 누구도 오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적당한 핑계거리를 전망대에 와서 잘 찾았다. 하하.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어서 너무 추웠다. 코가 흘러내릴 정도였다. 겨울이라고 이야기해도 믿을법한 그런 날씨였다. 전망대에서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보기 힘들었는데, 계단을 내려오며 먼 산들이 또렷하게 보여서 붉은 가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비친 그림자 사진을 끝으로 카메라는 집어 넣고 호다닥 아래로 내려왔다. 으슬으슬 너무 추워서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이제 전망대를 뒤로하고 근처에 있는 안국사로 향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