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무주 여행 덕유산 구천동 어사길 트레킹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2. 11. 17. 11:36
    728x90
    반응형


    단풍들이 우스스 떨어지는 늦가을.

    우리는 구천동 어사길을 찾아갔다. 가지가지마다 싱그럽게 피어났던 이파리들은 이제 땅 위에 그득했다. 마치 붉은 카펫을 땅 위에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이던 단풍나무 숲. 단풍나무들이 어찌나 많던지 숲이라 부를만 했다.




    어사길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 아름다운 단풍 숲에서 시간을 보냈다. 햇살이 이파리들에 스며들어 파도가 일렁이듯이 빛들이 흔들렸다. 아름답다! 우라는 첫 눈 밟듯이 바스락 거리는 단풍잎들을 밟았다.




    일렁어사길로 향하는 분홍색 선을 따라서 도로 위를 걸어갔다. 가다 보면 먹거리들을 파는 상가들이 줄지어 이어진 곳을 만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근처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가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다슬기.

    다슬기가 듬뿍 들어간 부추전과 다슬기 수제비, 그리고 무주 지역 막걸리.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고장마다 특화된 음식과 막걸리를 경험하는게 참 좋다.

    둘 다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다슬기를 삶고 하나하나 이쑤시개 같은 걸로 빼내서 요리에 넣고, 손이 참 많이 가는 음식인데 맛있게 잘 먹었다.​​

     



    덕유산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던 가을날, 잘 닦인 길들을 따라서 어사길을 향해 걸어갔다. 편백나무들이 줄지어 이어진 거리, 훌훌 풍기는 나무 향기가 좋았다. 길 오른편으로는 계곡이 이어졌고 세차게 물이 흐르고 있었다.




    덕유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에 도착했다. 이곳에 반달이 무인 자판기가  있다길래 혹시나 싶어서 가보았는데, 반달이는 품절. 2023년 되어서야 입고가 된다고 하니,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사가겠지? 아마도 난 반달이를 갖지 못할 것 같았다. 하하.​​



    탐방안내소를 지나서 본격적인 구천동 어사길이 시작된다. 구천동 계곡을 따라서 난 오래된 옛길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하기 좋은 산책길. 처음 진입부터 꽤나 오랜 시간동안은 계곡 따라 걷는 경치 좋은 산책길이었고, 백련사에 가까워질수록 약간 산을 오르는 느낌이 드는 돌들이 많은 길이었다.




    들어서기 전 어사길에 대한 안내판을 살펴 보았다. 숲나들길부터 시작해서 청렴길, 치유길, 하늘길을 지나 백련사까지 가는 길이었다.

    일단 목표는 백련사로 잡고 걸어갔다. 숲나들길 입구에서부터 백련사까지는 5km, 우리는 걸어가며 여기저기 한눈을 잘 팔기 때문에 아마도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서 걸어가는 길, 산은 벌써부터 겨울 준비를 하는 것인지 발가 벗겨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텅텅 빈 가지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도 군데군데 보이는 노랗고 붉은 이파리들이 지금이 가을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무 데크가 깔린 걷기 좋은 길들이 이어졌다. 이 길의 이름은 '숲나들길'이었는데, 말 그대로 숲을 나들이하는 길이었다. 중간에 하늘을 보며 누울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있어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누워서 파란 하늘을 보고, 멀리 보이는 노오란 이파리들과 붉은 이파리들을 보고, 빈 가지들 끝에 달린 대롱대롱거리는 이파리들도 보았다. 눈을 감으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햇살이 가득 스며들던 골짜기, 흐르는 계곡물은 따스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둥둥 떠다니는 낙엽들 그림자들이 물 아래 놓여있는 바위 위로 어른거렸다. 가을 이파리들과 어우러진 계곡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래서 가을만 되면 많은이들이 산에 와서 걷는 것이로구나!




    얼마전에 해인사 부근 홍류동 계곡을 다녀왔었는데, 이곳이야 말로 홍류동 계곡 같았다. 늦가을에 찾아서 그런지 바위 위로 붉은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고 흐르는 계곡물 위로도 붉은 낙엽들 투성이라서 계곡이 온통 붉었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바위 위로 물줄기가 흘러내려 폭포를 이루는 아름다운 소를 만나게 되었다. 비파담이라고 불리는 이곳, 선녀가 내려와 바위 위에서 비파를 연주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었다.




    또 다시 만나게 된 아름다운 작은 폭포. 우리는 넙적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베낭에서 뜨거운 물을 담아온 텀블러를 꺼냈다. 종이컵에 커피 믹스를 쏟아 붓고 뜨거운 물을 부어 진한 커피를 만들어냈다. ​

    약간은 으스스하게 느껴지던 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들이키고 세차게 흐르는 폭포 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길가에는 파릇파릇한 조릿대들이 양쪽으로 피어나 있었다. 햇살을 받아서 새파란 이파리들이 반짝이고 길가에는 기다란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낙엽들을 밟으며 따뜻한 숲 길을 걸어가니 마음의 근심은 모두 사라지고 상쾌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노란 이파리들이 매달린 아주 높이 솟아 올라 있던 나무들, 아마 아까 의자 위에서 멀리 보였던 노란 나무들이 이 나무인가 보다. 검색해보니 일본이 원산지인 '낙엽송'이었다. 하늘로 쭉쭉 뻗은 곧은 목대가 아름다웠다.




    숲나들길과 청렴길을 지나서 치유길에 들어섰다. 이제 백련사까지는 3km정도가 남아 있었다. 낙엽들이 켜켜히 쌓인 골짜기를 지나가는데 해가 산 뒤에 가렸는지 산이 어둡게 보였다. 햇살이 들이칠 땐 따뜻하게만 보이던 숲이 갑자기 황량해보였다.​​



    골짜기를 지나가며 해가 들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따뜻한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해가 사라지면 왠지 으스스해졌다. 그러다 다시 햇볕이 골짜기를 비추면 괜히 힘이 솟아나도 즐거워졌다. 어느새 우리는 4km 넘게 걸어왔다.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햇살이 비치는 구천동 계곡은 참 아름다웠다. 물 위에는 무수히 붉은 낙엽들이 떠있고 바위 틈에도 붉은 낙엽들이 가득했다. 2km 정도 더 가면 백련사인데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다 저물어 버릴 것 같아서 이만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왔던 어사길이 아니라 반대편 잘 포장된 도로 같은 곳으로 갔다. 어사길로 가면 해가 거의 산 너머로 넘어가버려서 컴컴하고 추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곡 옆 도로 쪽으로 내려가니 아직 해가 비추고 있어 따뜻하고 계곡 풍경도 보기 좋았다.




    도로 쪽으로 내려가니 중간에 휴게소도 있었다. 이야, 다음번에는 더 일찍 출발해서 돌아가는 길에 맛난 음식들을 사 먹어 보아야겠다. 메뉴판에 적힌 음식들을 보니 맛나 보였다. 메뉴판 옆 송어를 물고 있는 곰 동상이 귀여웠다.




    그리고 또 다시 지나가게 된 비파담. 이제 해가 저물어보여서 텅 빈 앙상한 가지들이 더욱 차가워 보였다. 이파리들은 거의 다 떨어졌는지 넙데데한 바위 위가 붉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어사길로 가보자 싶었다.




    어사길 걸어가며 보았던 소원을 이뤄준다는 큰 바위 틈을 지나왔다. 이제 지나다니는 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곧 있으면 어둠이 짙게 스며들 것 같던 골짜기, 약간 으슬으슬 몸에 찬 기운이 느껴져서 잠시 바위 틈 위에 앉아 따뜻한 육개장과 차를 마시고 가기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와 수영하고 싶게 생긴 커다란 소 옆에서 육개장을 하나 까먹었다. 뜨끈한 국물이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그리고 바삭 짭쪼름한 김과 귤과 캐모마일 티. 요상한 조합이지만 맛나게 잘 먹었다. 산을 다니며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내소를 지나고 도토리 나무 낙엽들이 잔뜩 깔린 갈색 길을 지나서 주차장에 드디어 도착했다. 우리가 밥을 거하게 먹고 출발했던 시간이 오후 1시정도였는데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지던 5시 즈음이었다.

    단풍 든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았으니 눈 쌓인 겨울날 다시 이곳을 걸어보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