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것 같지만 아직인 것 같았는데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에 순천을 찾았다. 따뜻한 남쪽 매화들은 이미 꽃을 터트린 상태였다. 우리 집 근처 매화 나무 몇 그루도 꽃을 화르르 터트렸기에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우리가 먼저 들린 곳은 순천 사운즈 옥천.
수형이 정말 아름다운 매화 나무 한그루가 화르륵 잔뜩 꽃을 피워냈다. 홍매화를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녀 보았는데,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어난 홍매화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항상 타이밍 놓쳐서 어설프게 피거나 저물어버린 모습을 보았었는데, 이번엔 딱이었다.
날씨는 또 어찌나 좋던지, 새파란 하늘은 꼭 형광 물감을 부어 놓은 것 같았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쨍한 파란색이랑 대비되어 진분홍 매화 꽃들이 더 도드라져 아름다웠다.
사운즈 옥천 안에 들어가서 보는 것보다 이렇게 졸졸졸 흐르는 개울물 너머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기념 사진을 몇 장 찍고서 우리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카페 안에는 매화 말고도 동백 꽃도 한장이었다. 동백 나무도 어찌나 이쁘던지, 붉은 꽃들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떄마다 커다란 꽃잎들이 흔들거렸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냥 바깥에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던 날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실내 자리는 꽉 차있었는데, 우리는 바깥을 더 좋아하니 문제 없었다. 정원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림자들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딸기라떼를 주문해서 바깥에 있는 테이블 근처에 앉았다. 사람들이 많아서 음료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음료 값이 다른 카페보다 훨씬 비쌌는데 맛은 평범해서 조금 띠용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잠깐 머무르는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정원을 가꾸려면 분명 손이 많이 갈 것이다.
카페 정원 담벼락에 서면 옥천이 보인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홍매화,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왔다. 이렇게 가득 꽃을 피운 모습을 보니 봄이 오긴 온 것 같다. 아직 날은 좀 쌀쌀하지만, 이 꽃들을 보면 어느 누가 봄이 아니라고 할까?
홍매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바라보고 또 사진을 찍고 영상도 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을 바라보면 꽃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있으면 남도에 매화 물결이 넘실거리겠지. 바쁘게 돌아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