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가 활짝 피어서
하얀 눈이 내린 것마냥 보이는 때는 3월 중순 즈음이다.
우리가 매화마을을 찾은 때는 2월 말,
아직 청매화는 피어나기 전이지만
홍매화는 개화시기가 일러서 그런지 활짝 피어 있었다.
3월 중순에 매화마을에 있는
홍쌍리 청매실 농원을 찾아가면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도 미어 터지는지라
마음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한다.
우리는 광양을 봄마다 찾았던지라
만개한 모습은 여러번 보아서 이번에는 이른 시기에 찾아가보았다.
2월 말 광양 매화마을에는 붉은 매화들이 한창이었다.
사실 꽃이 이렇게 많이 피어있을 줄은 몰랐다.
주차장 주위로 홍매화 나무들이 정말 많았는데
몽글몽글 꽃봉오리들이 다 꽃을 터트린 상태였다.
벌들은 신나서 파티 중이었고
사람들도 신나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우리는 홍쌍리 청매실 농원 쪽으로 걸어갔다.
언덕길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농원이 나온다.
농원까지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지금은 축제 전이라 그런지 나름 한산해서
주차장이 널널했다.
물론 우린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갔지만..
농원 입구 쯤에 도착했더니
아주머니들이 파전을 구워서 팔고 있었다.
예전에는 국수도 팔았었는데 이번에는 파전만 팔고 있었다.
같이 먹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아마도 축제 기간에는 메뉴를 늘려서
국수도 팔지 않을까나?
그리고 여기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매실이 들어간 막걸리!
파전과 함께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막걸리를 마시니
꿀맛이었다.
다들 하얀 비닐봉투에 담아 막걸리를 몇 병씩 사갔다.
파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기분 좋게 농원 안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멋있어지는 풍경,
푸르른 강줄기가 고요하게 흐르고
고운 매화는 바람이 흔들거리며 향기를 내뿜었다.
섬진강은 멋있고 매화는 어여뻤다.
농원을 거닐다가 잡종(?) 매화도 만났다.
잡종이라고 표현하니까 좀 그런데,
매화나무 한 그루에서 하얀 꽃과 붉은 꽃이 동시에 나고 있었다.
얘는 홍매인가 청매인가 헷깔리더라.
가지를 꺾어다가 접목을 한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신기했다.
농원 위로 올라가면 장독대가 끝없이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저 안에 매실을 이용해 만든 장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농원 안에 매실과 관련된 장류나 장아찌, 쨈 등을 파는 건물이 있었다.
잠깐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매실로 만든 고추장, 간장에
매실 쨈, 매실 장아찌, 매실로 만든 과자 등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걷는 걸 좋아하니
거의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다니기가 좋았다.
걷는 길마다 아주 고요했고
새 소리, 소 울음 소리,
꼬꼬 닭이 우는 소리, 바람 소리,
그런 자연의 소리만 들려와서
걸어다니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차가웠던 겨울을 버티며
이렇게 작은 꽃송이들을 품고 있다가
마침내 꽃을 피워낸 나무들이 대견스럽다.
얼마나 애썼을까나?
이번에는 광양에서 홍매화를 참 많이 보았다.
그래서 기념 삼아 농원에서 홍매화 묘목을 하나 사왔다.
비닐봉다리에 털레털레 담아와서
집에 와 살구빛 토분에다가 옮겨 심었다.
요새 작은 나무에서
붉은 꽃들이 잔뜩 피어나
기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