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여행에서 우리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항상 피곤하게 잠들었지만 아침이 되면 눈이 번뜩 떠져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는 왜 이리도 눈이 번쩍번쩍 잘 떠지는지 원.
이스탄불에서 머무르며 이른 아침에 두 번이나 보니스인 예리(Boris'in Yeri)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방송되어 한국인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이른 아침 이스탄불 구시가지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 친구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커다란 멍멍이들이 바닥에 늘어져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이 개들이 직립보행을 했더라면 내 키보다 훨씬 컸을 것 같다.
지나가는 발소리에도 꿈쩍 않고 잠에 빠져있는 멍멍이들. 이스탄불에는 유독 커다란 개들이 많았는데 목줄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은 지나다니는 개들과 놀아주거나 쓰다듬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이러한 개들은 어딘가에 표식이 달려 있었는데 아마도 이스탄불 시에서 번호를 매겨두거나 구분 표식을 해서 개들을 관리하는 듯 했다.
길을 걷다가 들린 곳은 리틀 하기야 소피아 모스크. 우리 호텔에서 보리스인 예리까지 가는 길에 꼭 지나가게 되는 모스크였다. 그냥 스쳐갈 수도 있었지만 모스크에 머무는 귀여운 고양이들 때문에 항상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퀴취크 아야소피아 모스크(Küçük Ayasofya).
536년에 완성된 오래된 이스탄불의 모스크이다. 아야소피아가 만들어지기 전에 건설된 교회였다가 모스크로 바뀐 것이다. 아야 소피아와 이름이 같아 구분하기 위해 작은(Küçük, Little)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에 머무르는 많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네발로 걷는 것이 아직은 어색해 뒤뚱거리는 아가 고양이도 있었다. 줄무늬가 치타 같은 고양이, 치즈색깔 고양이, 턱시도를 입은 것 같던 고양이 등 고양이 천국이었다. 우리 부부 모두 고양이를 좋아해서 신이 났었다.
귀여운 고양이들은 먹이통에 담긴 사료들을 먹거나 어딘가에 앉아 졸고 있거나 서로에게 장난 치기 바빴다. 사람들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간혹 몇몇 고양이들이 인심을 써주듯이 우리에게 다가와 털을 부비거리기도 했다. 모스크 안을 거닐고 있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하늘에는 달도 떠 있었다. 미나렛 옆에 뜬 손톱모양의 작은 달, 이슬람을 믿지는 않지만 왠지 저 달과 첨탑을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 이들이 믿는 신은 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준 것일까? 이곳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고 개를 사랑하는 마음은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고양이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놀아달라 하다가 모스크를 빠져 나왔다. 아차, 우리는 식당으로 가는 중이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 청명한 이스탄불의 여름날 아침 햇살이 따스해서 걷기가 참 좋았다. 아침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봄 날씨 같았다. 늘 아침만 같으면 좋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