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도 하고 장도 볼 겸,
현풍 백년 도깨비 시장을 찾았다.
끝자리가 5와 0으로 끝나는 날마다 열리는
5일장인 현풍 도깨비 시장.
조금 늦은 시간에 찾아갔는데
차가 너무 많아서 갓길에 어렵게 주차했다.
입구에서부터 눈 돌아가게 만드는
싱싱한 해산물들,
멍게가 정말 실해 보였다.
멍게를 참 좋아하는데
사고 싶어도 양이 너무 많아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했다.
오뎅과 튀김, 닭강정, 떡, 군밤, 호떡 등등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이 널려있던 시장.
이래서 시장 구경은 참 재밌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다 먹고 싶었는데,
현풍 도깨비 시장에서 유명하다는
수구레 국밥을 먹고 싶어서 꾹 참았다.
근데 결국 유혹을 못이기고
군밤을 한뭉터기 샀다.
밤이 엄청 많이 들어있었는데
한봉다리에 5천원밖에 안했다.
냠냠 밤을 까먹으면서
시장을 더 구경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수구레 국밥 식당이 모여있는 골목,
시장길에서 옆으로 빠져야 식당들이 나왔다.
식당들이 꽤 여럿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사람들이 가장 많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이름은 십이리할매 소구레 집.
뭔가 유명해보이는 벌건 폰트가 적힌 간판과
식당 안에 가득 찬 손님들을 보니
맛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품품 솟아 올랐다.
근데 나는 수구레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소구레라고 부르네?
입구 들어서자마자 큰 솥이 보인다.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국을 끓이고 있었다.
저정도 양이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아마도 국물이 진국일 것 같았다.
소구레 국밥이 대표 메뉴이니
두개 시킬까하다가,
묵밥도 팔길래 솔깃 해서
묵밥 하나랑 소구레국밥 하나를 주문했다.
묵 쳐돌이라서 묵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진한 멸치육수 국물에
청양고추 다진거랑 김치가 송송,
그리고 참기름.
맛있었다.
묵의 맛은
사실 그리 진하지는 않았는데,
별미로 먹기에 거슬림이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수구레 국밥.
밥이랑 따로 나왔는데
아니... 너무 많아서 밥을 말기가 어려웠다.
건더기가 넘쳐흘러서
어느 정도 먹고 나서야 밥을 말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주시는 줄 몰랐는데,
아주머니 왈
다먹고 모자르면 더달라고...
이거 다 먹는데도
배 터질 삘이었는데...
엄청났다.
막걸리를 시켰는데
비슬산 막걸리가 나왔다.
비슬산 막걸리는 처음 먹어 보는거였는데
여기 근처가 비슬산이여서
비슬산 이름을 딴 양조장이 있나보다.
건더기가 어찌나 많은지
수구레랑 선지랑 양이 엄청났다.
그리고 다 먹으면 더주신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구레는 소 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부위인데
식감이 뭔가 물컹하면서도 쫄깃한,
그런 내장맛이었다.
선지는 두부처럼 탱클탱클했다.
소 특유의 향이 엄청 진해서
비위 약한 사람은 잘 못먹겠다 싶었다.
내장파인 우씨는 좋다고 먹었고
건더기 하나 남김 없이 싹 다 먹었다.
묵밥도, 수구레 국밥도
말끔히 다 먹어버린 우리.
으하하.
더 주신다고 했는데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더 먹으면 다른 군것질들을 못하니까
그냥 잘 먹었다 하고 밖으로 나섰다.
안쪽 매장도 둘러봤는데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인형이나 헤어 악세사리, 옷 등등.
그리고 건물에도 식당들이 꽤 있었는데
전이랑 찐 석화, 칼국수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다음에 오면
여기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어봐야겠다!
시장에서 마저 장을 보았다.
시금치랑 햇우엉, 과일 등등을 샀다.
시장에서 좋은 점은
적은 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단점은 카드가 안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카드를 주로 쓰는데
어딜가나 현금만 받아서,
현금을 적게 들고와서 나중에는 사기가 어려웠다.
(물론 계좌이체가 되지만,
그렇게까지해서 사고 싶지는 않은
이상한 심보..ㅎㅎ)
장을 다 보고 강을 따라서 걸으며
산책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맛난거 먹고 재미난 구경도 실컷 했던
즐거운 시장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