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렸다. 율하 체육공원 뒷편 강변길을 따라서 달리다가,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고운 꽃향이 풍겼다. 뭔가 싶었는데 아카시아 꽃이었다. 하얀 아카시아 꽃이 지천에 가득했다.
강 주변에는 노란 유채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푸른 강이랑 초록초록한 풀들이랑 노란 유채꽃,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이다!
아카시아 꽃들 가득 핀 나무 사이를 달리고 달렸다. 햇살 따뜻하고 바람 시원하고,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자전거 타고 갈 때마다 보는 커다란 나무. 우리끼리는 할아머니 나무라고 부른다.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몰라 합해서 할아머니라 부르기로 했다. 매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어서 반가운 오래된 나무.
잠깐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할아머니 나무에게 인사를 했다. 텀블러에 싸온 시원한 커피도 꺼내 마시고 잠깐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했다.
그렇게 달리다가 우리는 고모역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따라 가지 말고 왼쪽으로 길을 틀면 고모역 가는 길이 나온다.
고모역으로 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긴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사람들도 없고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터널 주변에도 아카시아 꽃들이 만개해서 향기가 그윽했다. 옛날에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자주 먹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 껌 향이 나는 것 같아서 재미났다.
배가 고파서 근처에서 국수를 사먹었다. 메밀면으로 만든 시원한 물국수와 콩국수였다. 와구와구 맛나게 잘 먹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점심도 먹고 자전거 타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터널을 지나 율하 체육공원으로 돌아가는 길. 옛스런 풍경들에 자꾸 눈이 갔다. 이팝나무 가지마다 하얀 꽃들이 가득 폈다.
다리를 따라서 강을 건너는 길, 반짝이는 강물이 참 아름다웠다. 번잡한 도시 옆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다.
강변에 파란 수레국화도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초록빛깔 가운데 돋아난 푸르스름한 빛깔이 참 고왔다.
율하 체육공원 옆 강변 길에는 이팝나무가 한창이었다. 쌀알같이 생긴 꽃이파리들이 가지마다 가득했다. 옛 조상님들은 저 꽃들을 보고 쌀밥 같아서 흐뭇하게 보았다지?
공원 안으로 들어와서 작은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에는 오리 두 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그리고 연못 둘레를 따라 피어난 노란 아이리스, 매년 봄마다 우릴 기쁘게 해주는 꽃이다.
이팝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얀 찔레와 붉은 장미꽃을 보게 되었다.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찔레, 매년 같은 곳을 다니다 보니 계절마다 풍경이 그려지게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모습을 기대하며 벅찬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