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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도 여행 첫날, 금오도 비렁길 3코스 걷기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3. 9. 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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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신기항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비렁길 5코스를 돌고 안도를 둘러볼까 싶었는데, 비렁길 카페 이모님이 3코스를 강추하셔서 3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일단 비렁길 3코스만 돌아봐도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아서, 이번에는 3코스만 걷고 펜션에 체크인한 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원학교회 근처 안내판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에 본 귀여운 애기 메리골드

     

    보통 3코스의 시작점은 학동이나 직포쪽인 것 같았는데, 비렁길 카페 이모님이 학동쪽 '원학교회'로 가서 근처 넓은 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3코스를 돌고난 뒤 직포쪽에서 도로 따라서 30분정도 걸어가면 금방 차로 갈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일단 네이게이션에 '원학교회'를 찍고 와서 차를 세웠다.

    어디로 가야하나 싶었는데, 마침 비렁길 코스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을 따라 가니 학동쪽에서 출발하는 3코스 시작점이 나왔다.

     

    금오도 비렁길 안내도
    오른쪽으로 가면 3코스, 왼쪽으로 가면 4코스였다
    3코스를 걷다
    가는 길마다 보랏빛 맥문동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작은 숲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푸릇푸릇한 여름날의 트레킹. 초록빛이 싱그럽게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길들이 쭉 이어졌다. 비렁길 3코스를 완주하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우리는 천천히 다니는 걸 좋아해서 3시간 정도 잡고 걸었다. 전날 비가와서 그런지 길들이 찐득거리고 미끄럽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다녔다.

     

    개울을 건너는 다리
    전날 비가 와서 물이 세차게 흘렀다
    이러다가 길이 안보이겠는걸?

     

    길은 정비된 듯 정비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분명 비렁길 같긴 한데 잡풀이 우거져서 길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곳도 있었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구간은 울타리가 부서져 있거나 계단 밑판이 부서져 있어서 위험해보이는 구간도 있었다. 아무래도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남도의 여느 섬처럼 동백나무들이 많았다
    동백나무 열매
    싱그러운 양치식물들
    나무가 우거진 길은 그늘져서 걷기 좋았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만 여름날의 열기는 대단했다. 걷다가 잠깐만 멈춰서면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다. 등줄기에서 주루룩 땀이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오는데 비 오듯이 흘러내린다는 말이 이토록 딱 맞을 수가 없었지. 나중에는 옷이 다 젖어버려서 포기하고 계속 걸었다. 여름에 트레킹하기란 쉽지 않구나.

     

    비가 온 탓인지 찐득거리는 진흙길이 많았다
    위에서부터 물이 좔좔좔 흐르고 있었다 ​

     

    사실 전날 비가 좀 많이 내린탓에 3코스 걷기가 괜찮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다. 금오도에는 1코스부터 5코스까지 비렁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3코스가 난이도가 제일 높다고 들었다. 계단도 많고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해서 비가 왔으니 미끄러우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1박 2일 머무르는 동안 시간이 얼마 없어서 비렁길의 여러 코스들 중 한코스를 택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비렁길 카페의 이모님 말 듣고 가장 아름답다는 3코스를 택했는데 진짜 힘들긴 힘들었다. 보통 때였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갔을텐데 더위가 정말 강적이었다. 게다가 전날 비가 내려서 땅도 질퍽하고 물이 길을 이루면서 세차게 흘러서 피해다녀야했다. 뭐, 결론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보았고 어딜가도 더운건 매한가지였을테니 3코스를 택하길 참으로 잘했다 싶다.

     

    비렁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바다
    파도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전날 비가와서인지 산위에서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나무위를 타고 자라나던 귀여운 이파리
    대체로 이런 길들을 계속 걷게 된다

     

    대체로 동백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걸었다. 낙엽들이 쌓인 흙길을 걷기도 했고 바위들이 잔뜩 있는 오르막 길을 걷기도 했다. 여름날인데다가 날씨가 습하고 더워서 잠깐 멈춰서 쉬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모기들이 달려들어서 혼쭐이 났다. 여름철 섬에 오를 때는 긴팔과 긴바지가 필수, 그리고 이왕이면 기피제도 잔뜩 뿌린다음에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금오도 비렁길 안내판을 종종 만나게 된다
    푸르른 바다
    바위에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

     

    간간히 보이는 시원한 바다가 가슴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먼듯 가까운듯 보이는 바다에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좋았다. 이래서 게속해서 섬을 찾고 둘레길을 걷는가 보다. 끝없이 이어진 것만 같던 길을 걷다가 출렁 다리를 만났다. 가파른 두 절벽 사이를 지나는 다리였다.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이 아찔했다.

     

    출렁다리를 건넜다
    다리 옆으로 보이던 가파른 절벽
    먼 바다는 고요하기만 했다
    벽화가 귀여웠다

     

    남도의 섬들을 돌면서 섬을 두르고 나있는 길들을 걷다 보면 동백나무 우거진 숲을 자주 보게 되었다. 금오도에도 동백나무들이 많았는데 동백꽃이 피어날 때에 오면 장관이겠다 싶었다. 보통 보던 동백나무들과는 다르게 다 키가 크고 제멋대로 자라난 모양이다. 키가 큰 동백나무들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나서 듬성듬성 햇살이 땅 위로 스며들 때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서 낮은데도 밝으면서도 어두웠다
    낙엽 위에 일렁거리는 햇살이 고왔다
    귀여운 비렁길 안내판

     

    열심히 걷다 보니 어느새 매봉 전망대에 가까워졌다. 나무 데크 길이 이어지고 멀리 바다가 보였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풍경은 예술이었는데 땡볕 아래를 걸으려니 꽤나 힘들었다. 동백나무들이 겹겹히 서있던 그늘진 숲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윽고 매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상에 올라서니 보이는 쫙 펼쳐진 바다와 가파른 해안 절벽이 한눈에 보였다.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던 길
    저 멀리 어딘가가 우리가 출발했던 곳일까?
    새파랗고 청량한 바다
    드디어 매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해안 절벽
    멀리 보이는 바다와 섬

     

    매봉전망대를 기점으로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서 매봉전망대까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사람들을 꽤 많이 마주쳤다. 대부분 직포 쪽에서 시작해 3코스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거꾸로 와서 사람들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정상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가는 길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가뿐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이어진 길들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길이다
    낙엽 위로 일렁이는 햇살

     

    내려가는 길은 훨씬 덜 힘들었다. 계속 땀이 줄줄 흘러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늘진 동백나무 숲 사이사이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꽃들이 필 즈음에 다시 금오도를 찾아와야겠다 싶었다. 그 때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와서 여러 코스들을 돌아보고 싶다.

    한참 걷다 보니 곧 나무들 사이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야호!

     

    가까워진 마을, 거의 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직포에서 시작하는 3코스 시작점
    우리가 찾았던 3코스 식당

     

    직포 쪽 3코스 시작점에는 해충 기피제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우리는 3코스를 돌며 여기저기 모기에게 뜯겨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코스를 시작했으면 우리 모기는 덜 물렸겠는걸? 다음에는 꼭 모기 기피제를 챙겨와야겠다 마음 먹으며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에 와서도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까지 다시 30분을 걸어가야했는데, 완전 땡볕이었다. 그래서 주춤하고 일단 너무 덥고 배도 고프니 맛난 점심이나 먹고 가자 싶어서 근처 3코스 식당에 들어갔다. 일단 먹고 생각하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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