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백꽃을 보러 우리는 여수를 찾았다. 여수 소노캄에 방을 예약해두었어서 체크인을 하고 조금 쉬가다 바로 오동도로 향했다.
여수 소노캄에서 오동도 입구까지는 도보로 5분도 안걸렸던 것 같다. 입구에서부터 둑길을 따라서 오동도까지는 그래도 꽤 걸어야한다. 예전처럼 걸어갈까 하다가 동백 기차가 딱 보이길래 한 번 타보기로 했다.
우리는 오후 4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탔다. 열차는 시간대가 다양했는데 이용료는 성인 1인당 천원이었다.
걸어가기에 그리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 기차를 타고 가니 금방 도착했다. 우리는 갈때만 재미삼아 기차를 타고 올때는 그냥 경치 구경하며 걸어갔다.
오동도는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섬을 둘러본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3월 중순으로 넘어가는 오동도에는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동백 나무마다 붉은 꽃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아직 못다 핀 봉오리들도 많아서 아마도 3월 말 다되어 가면 절정이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 섬을 바라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생겼다하여 '오동도'라 불린다고 한다. 오동도가 유명한 이유는 붉은 동백꽃 때문이다. 섬에는 수천그루의 야생 동백나무들이 있어서 매년 3월이 되면 꽃 잔치가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동도를 찾았다. 그래서 섬이 북적일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어디로 뿔뿔히 다 흩어졌는지 걷는 길이 한적했다. 걸음걸음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갖 새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며 합창을 했다. 온세상 새들이 다 오동도에 모인 것 같았다.
섬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동백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이어졌다. 짙은 초록색 잎사귀에 붉은 동백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툭툭 꽃송이들이 땅 위에 떨어져 이리저리 흩어져있었다.
오동도 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예전에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테이블마다 붉은 동백꽃들이 놓여 있었고 근처를 지나다니는 고양이들도 여전했다.
아름다운 동백숲을 천천히 거닐었다. 숲 속에서는 상쾌한 향기가 났다. 걷고 숨쉬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만 같은 그런 길들,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걸으니 눈도 즐거웠다. 동네에서 보던 작고 잘 가다듬어진 그런 동백이 아니라, 이리저리 비틀리며 멋대로 자란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길은 바로 둘레길이었다. 섬 해안선을 따라서 나있는 둘레길을 걸으면 우거진 동백나무 그늘을 지났다가 다시 나왔다가를 반복한다. 그리고 길 옆으로는 푸르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보며 원없이 걸을 수 있어서 섬이 참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가 찾았던 날에는 미세먼지가 심했어서 푸르른 수평선을 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동백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딱 좋은 시기에 온 것 같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 그래도 꽃이라도 많이 보았으니 잘 된 일이다.
오동도를 돌아보고 섬을 나왔더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노을이 좀 요상하게 보였지만, 바다 위에 반짝이는 햇살이 아름다웠다. 이만큼이라도 해지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기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멀리 우리가 머물고 있는 여수 소노캄이 보였다. 3월 내내 동백꽃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다가 이제 벚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겠구나, 봄에는 꽃들 보러 다니느라 하루하루가 바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