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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여행 용산사와 타이페이의 달밤
    아시아 여행기/대만 2021. 6.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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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먼홍러우를 나와 어두워진 거리를 걸었다. 근처에 식당들이 꽤 많았는데 야외 테이블이 가득해서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식당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호객 행위가 엄청니서 어디든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제발 가만히 좀 두면 좋을텐데, 배도 그렇게 고프지 않아서 좀 더 돌아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타이페이 골목골목을 탐방하듯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국어가 적힌 간판을 발견했다. 할인마트 도매소매라고 또렷히 적혀있는 붉은 간판을 보니 괜히 신나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가게 안은 한국 음식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컵라면을 하나만 챙겨 왔던터라 이곳에서 컵라면을 여러개 더 샀다. 앞으로 두고두고 저녁 때마다 먹을 심산이었다. 실제로 날마다 밤에 후루룩 먹었던 컵라면의 맛은 최고였다. 아무리 대만 음식들이 맛있었다 한들, 결국에는 라면이 생각이 나는 것은 도대체 왜 때문이었을까?




    시먼 거리를 걷다보니 정말 명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명동 거리에서 흔히 보던 옷가게나 스포츠 매장들이 즐비했고, 건물 구조나 길거리 모양새도 비슷했다. 사람이 많라 굉장히 어수선했고 도시 불빛 때문에 어둠이 내렸음에도 훤했다.

    시먼홍러우를 둘러 보고 시먼의 밤거리도 걷다가, 용산사의 야경을 보러 다시 시먼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사역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어두 컴컴 훵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더 걸으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셨는데 갑자기 탑골공원이 생각났다. 구글 지도를 켜고 용산사를 찾아갔다. 점점 사람들이 북적였다.




    어두운 밤 용산사는 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큰 절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누군가가 용산사 들어서는 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초를 3개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도 초를 받아 들고 용산사 안으로 들어왔다.




    초를 꽂아놓은 자리는 하얀 연기 때문에 뿌옇게 보였다. 이 초들을 피우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초를 피우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기도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초를 피워 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소망을 되내어 보았다. 소원이 이루어질까?




    용산사는 보통의 절과는 다르게 불교, 유교, 도교가 뒤섞인 절이라고 한다. 부처만 모시는 곳이 아니라 여러 신들을 모시는 곳이니 분위기나 절의 모습이 보통 절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용산사 야경을 돌아보고 근처 야시장을 구경하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별다르게 구경할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타이페이 101 빌딩 야경을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어둠이 내린 타이페이, 하늘에는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타이페이를 떠올리면 생각 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리는 멀리서 빌딩 야경을 바라보고 돌아섰다. 전망대 위로 가서 타이페이 시내 전경을 볼 수도 있었지만 위로 가보지는 않았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에서 저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정처 없이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푹푹 찌는 더위가 엄습했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 휴대용 미니 선풍기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맥주와 망고스무디, 봉골레 파스타와 닭꼬치를 시켰다. 정말 슬프게도 맛은 그냥 그랬다. 배가 고팠는데도 맛이 그저 그랬으니 정말 맛이 없었나 보다.




    '그래, 맛 없는 것도 추억이다' 우리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주문한 음식들을 다 먹지도 못한채 숙소로 향했다. 타이페이 101 빌딩과 숙소가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구글 지도를 잘못 봤는지 우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더 걸었다. 다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그냥 택시를 탈 걸 사서 고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로 돌아왔다.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인지 맛없는 저녁을 먹고 와서 그런 것인지 우리는 다시 출출해졌다. 점심에 먹다가 남아 싸가지고 온 만두와 새우 볶음밥을 먹었다. 거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더했다. 그리고 호텔 냉장고 안에 있던 맥주와 쥬스를 꺼내 마셨다. 나름 진수성찬이었다. 식당에서 사 먹었던 저녁 식사 보다 훨씬 더 맛나게 먹었다.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씻고 마지막은 시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산 마스크 팩으로 마무리했다.




    얼마나 총총 돌아다녔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티비를 켜놓으니 어떤 영국인 아저씨가 요리하는 TV 프로그램이 연속해서 나왔다. 은근 재밌어서 계속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타이페이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 우리는 다음 날은 지우펀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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