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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페트라 여행 알 데이르 트레킹 (리틀 페트라에서 시작하는 백도어 트레일, 알 데이르 뷰 포인트 카페)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3. 12.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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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우리가 가기로 마음 먹은 곳은 바로 페트라의 알 데이르(Ad Deir, The Monastery 수도원)였다.

    페트라 고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지는 알 카즈네(Al Khazneh 보물창고)인데, 알 데이르는 그 보다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고대 건축물이었다.

    알 데이르로 가려면 페트라 메인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8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고, 리틀 페트라로 통하는 길을 따라 가는 방법(보통 백도어 트레일이라 부른다)도 있다. 우리는 전날 체력 소비를 많이해서 조금이라도 덜 걸을 것 같은(?) 백도어 트레일을 통해 알 데이르까지 가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풍경
    멋있었던 암산들
    도로 위를 유유히 지나가던 당나귀


    백도어 트레일을 통해 알 데이르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리틀 페트라까지 가서 수도원으로 가는 트레일 입구까지 가는 지프차를 타야 했다.

    리틀 페트라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도 되는데 인터넷을 서칭하다가 페트라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 버스를 알게 되어서 이용해보기로 했다.

    페트라 비지터 센터


    페트라 비지터 센터(Petra Visitor Center) 안쪽으로 들어가서 검표하는 곳 근처로 걸어가면 작은 미니 버스를 볼 수 있다. 알파(Alpha)라고 적힌 문 열린 버스가 바로 리틀 페트라 쪽으로 가는 무료 셔틀 버스였다.

    알파라고 적힌 문 열린 미니 버스를 탔다
    작은 버스 안에 사람들이 꽉 찼다


    사실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다. 그래서 버스에 올라 타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알 데이르 가는 버스냐고 물어 보았다. 우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수도원(Monastery) 가는 버스가 맞다며 걱정말라 이야기했다. 우린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점점 더 작게 보이던 마을
    셔틀 버스가 멈췄다!


    버스 기사는 조금 더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꽉 차고 나서야 출발했다. 작은 버스는 굽이굽이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갔다. 우리가 머물던 마을이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높이 올라왔다. 구글 지도를 켜서 위치를 확인해보니 '리틀 페트라(Little Petra)' 근처였다.

    오른편으로 암석을 깎아 만든 건축물이 하나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작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의 모습

     
    리틀 페트라는 따로 입장료가 없는 곳이었다. 이곳까지 오기가 힘들지만, 오고 나면 멋진 건축물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알 카즈네나 알 데이르 보다 웅장함은 덜 했지만, 돌에 새겨진 지붕과 벽의 모양이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깊은 협곡의 모습


    잠깐 리틀 페트라를 돌아보고 아까 버스를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을 쫓아 걸어갔다. 멀리 우리가 타야 할 지프차가 얼핏 보였다.

    그전에 검표소 같은 곳을 자나야했는데 여기서 어떤 사람이 페트라 입장권을 체크했다. 우린 전날 한국에서 미리 구입했던 '요르단 패스'로 페트라 입장권 2일권을 받았는데, 여기서 그 티켓을 내밀고 지나왔다.

    지프를 타러 가는 사람들
    지프 위에 올라 탔다


    인당 5JD를 내고 지프차 위에 올라 탔다. 지프차가 꽉 차기 전까지는 출발하지 않아서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지프차에 차양막이 드리워지긴 했지만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다들 힘들어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모자를 꺼내 쓰거나 스카프를 두르기 시작했다.  

    귀여운 당나귀 그리고 그늘 위에 뻗은 멍멍이
    Addeir(Monastery)가 적힌 표지판을 보고 안심했다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졌다


    지프차는 황무지를 거칠게 달려갔다. 돌 덩어리들이 있는지 차는 자주 흔들리고 덜컹거렸다. 황무지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길을 알고 찾아가는지 신기했다. 대체로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가 눈에 보였는데 중간중간 들판 위에 서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작은 천막 위에 요르단 국기가 펄럭였다
    이곳이 알데이르로 가는 트레일 중 마지막 상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고양이 한마리
    뜨거운 태양과 암산

     
    검은 천막으로 만들어진 작은 매점을 지나 트레일에 들어섰다. 파아란 하늘 위에 태양이 무섭도로고 번득이며 열기를 내뿜었다.

    6월의 요르단은 결코 쉽지 않은 날씨였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건만 태양은 이미 제 모습을 다 드러낸 상태였고 몹시 뜨거웠다.

    돌산 위로 닦인 길을 따라 걸어갔다
    우리의 그림자들
    계단은 계속 이어졌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들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벽돌 같은 것들을 쌓아서 만든 계단들도 있었고, 원래 있던 암석을 깎아 내려 만든 계단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계단의 돌들이 반질반질했다. 오랜 세월이 느껴졌다.

    멀리 보이던 암산
    거대한 바위 협곡
    길게 늘어선 우리가 걷던 산의 그림자


    우리가 걷는 이 길의 끝은 바로 수도원이었다. 끝은 알았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몰랐다. 그저 끝이 나올 때까지 우린 계속해서 걸을 뿐이었다. 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아름다워서 계속 즐거울 뿐이었다.

    우린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어느새 거대한 암산들이 발 아래 보이기 시작했다.

    산이 발 밑에 있었다
    어떤 이들은 나귀를 타고 가기도 했다
    해가 강렬해서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다
    높은 산 위, 요르단 국기가 펄럭였다
    왠지 외로워 보이던 하얀 나귀


    어느 구간부터는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을 따라서 걷게 되었다. 거대한 암벽을 바로 옆에 두고 걸었는데, 암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켜켜히 쌓인 지층들이 보였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저 안에 녹아들어있는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절벽들이야 아주 오래 되었을 것이고, 이곳을 지나다닌 이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영겁의 시간 속에 우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절벽 옆으로 난 좁은 길들을 따라서 걸어갔다
    겹겹이 쌓인 층이 보이던 절벽
    층마다 빛깔이 다 달랐다
    멀리 보이던 산은 마치 카파도키아의 로즈벨리 같아 보였다


    알 데이르에 가까워질수록 바위와 모래들이 붉어졌다. 한 때 페트라가 로즈 시티라고 불리웠다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진분홍 장밋빛을 띄는 바위들과 굴러다니는 돌덩이들, 그리고 깎이고 깎여 한없이 작아진 모래 알갱이들까지, 말 그대로 로즈 시티였다.

    알 데이르에 가까워지자 암석들이 장미빛을 띄었다
    이거..화석인가?
    알 데이르에 거의 다와갈 즈음에 만난 산양

     
    우리가 얼마나 걸었던가? 우리 시야에 뭔가 커다란 형체가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큰 덩어리를 유심히 살펴보니, 누군가 만든 듯한 건축물이었다. 우와, 드디어 알 데이르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드디어 왼편으로 알 데이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서둘러서 알 데이르의 정면을 마주하는 순간, 이야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앞서 보았던 알 카즈네 보다 훨씬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사람의 몇십배는 될 높이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던 알 데이르, 저리 커다란 암석을 어찌 깎아내린 것일까?

     
    인간이 아닌 신이나 외계인이 만들었을 것 같은 그런 건축물이었다. 아주 오래된 옛 사람들이 저 높다란 암벽을 어찌 타고 올라갔을까나? 그리고 저 커다란 돌을 깎아 내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나? 그리고 이곳을 지나친 수많은 이들은 과연 이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곳은 수도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후대의 사람들이 이곳을 수도원으로 썼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애초에 이 거대한 암벽에 어떤 목적으로 저런 건축물을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오래된 전설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나 보다.
     

    멋진 기념 사진을 남겼다

     
    알 데이르가 보이는 어느 바위 동굴 같은 곳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사람들이 많아서 꽤 기다렸다 사진을 찍게 되었다.
    보통은 이렇게 줄을 서서 사진을 찍지 않지만 왠지 이곳에서는 하나 찍어야 할 것 같았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젊은날의 우리를 알 데이르를 배경삼아 담고 싶었다.
     

    View 라는 글자를 보고 쫓아 올라갔다
    저 꼭대기를 말하는 것일까? 돌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이 이미 멋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길을 걷다가 'View'라는 안내판을 보고 화살표를 따라서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작은 암산 꼭대기에는 천막이 있었고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저곳에 가면 멋진 뷰를 볼 수 있다는 것인가? 호기심에 가보았던 꼭대기에는 베두인의 천막이 있었다.
     

    요르단 어디서나 이렇게 바로 짠 오렌지 쥬스를 쉽게 마실 수 있었다
    각종 음료들과 무알콜 맥주

     
    우린 오렌지 쥬스 한잔과 무알콜 하이네켄 한 병을 주문하고 뷰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알코올이 땡겼으나 알코올을 팔지 않아서 마실 수가 없었다.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에서는 술이 아주 비쌌고 그마저도 찾기 어려웠다.


    작게 보이던 알 데이르
    알 데이르 반대편은 온통 메마른 산이었다

     

    거대하고 웅장했던 알 데이르가 작은 레고 장난감처럼 아주 작게 보였다. 한 손으로 쥐고 이리저리 옮길 수 있을 것처럼 작게 보였다. 반대편으로는 메마른 암산이 보였다. 우리가 걸어온 길들과 비슷하게 보였다.

     

    알 데이르
    무알콜 맥주와 오렌지 쥬스

     

    알 데이르를 바라보며 맥주와 오렌지 쥬스를 들이켰다. 맥주는 무알콜 맥주였는데, 왜인지 모르게 알콜이 들어간 것처럼 맥주를 마시니 좀 알딸딸해졌다.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나?

     

     

    베두인 할아버지가 악기를 꺼내 연주를 해주셨다. 그리고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다. 뭔가 구슬프게 들리던 노랫자락과 연주, 우리는 한동안 할아버지의 음악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베두인들이 만들었다는 장식품들
    목걸이들
    아주 오래된 동전들

     

    할아버지의 노래와 연주도 들었으니 뭔가 이곳을 기념하고 싶은 물건을 사가고 싶었다. 한참 고르다가 집어든 것은 베두인이 만들었다는 낙타 장식품이었다.

    알고보니 나중에 암만에서 이런 장식품들을 무지하게 많이 팔고 있더라. 하지만 이때만 해도 여행 초반이고 몰라서 무심코 샀는데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 하하하. 그래도 이 할아버지도 먹고 살아야하고 연주도 들었으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천막을 나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길, 눈에 계속 알 데이르가 밟혔다. 그리고 나귀 한 마리가 외롭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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