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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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와 마들렌 성당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7. 10:57
오페라 가르니에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한참 구경하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가득한 화려한 외관의 건물이었다. 건물 꼭대기 양쪽에 솟아있는 황금빛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한동안 오페라 극장으로 불리다가 오페라 바스티유(신 오페라 극장)가 완성된 후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오페라 가르니에'라 명명되었다. 가르니에는 이 건축물의 설계자 샤를 가르니에 이름을 딴 것이다. 이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몰라도 오페라 가르니에 입장료가 무료였다. 갑자기 횡재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이곳은 유럽 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다양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화려했다. 모든 것들이 황금빛으로 반짝여서 눈이 부셨다. 천장까지 높이 솟은 기둥들은 얼룩덜룩한 붉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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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옹에서 TGV를 타고 파리로, 다시 파리 여행을 시작하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6. 16:15
리옹에서 TGV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다시 찾는 파리는 길었던 유럽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열차표에 적힌 내 자리는 TGV 열차의 2층, 1층에 캐리어를 두어야 했는데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괜히 불안했다. 자물쇠로 캐리어를 꽉 묶어 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역사에서 산 크로아상과 오렌지 쥬스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갓 내린 따뜻한 커피를 먹고 싶었는데 커피를 들고 올 손이 없어서 뚜껑 달린 오렌지 쥬스를 샀다. 커피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지만 버터맛 가득한 고소한 크로아상은 정말 맛있었다. TGV를 타고서 2시간 정도 지나 파리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고 앞으로 4일 동안 묵을 숙소 근처 지하철역인 Bir-hakam역으로 갔다. 전에 파리에서 3일동안 머물렀던 숙소가 있는 캄브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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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찾은 프랑스 안시(Annecy)에서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5. 09:27
이 날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리옹에서 안시로 떠나는 기차의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8분, 잠옷을 벗어 던지고 여행 내내 함께한 빛바랜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얼마 전 지베르니에서 산 모네의 수련이 그려진 에코백 안에 필름카메라와 필름들을 챙겨 넣었다. 리옹역에 도착했는데 아직 기차 플랫폼이 뜨질 않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침으로 먹을만한 것들을 사기로 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와중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냄새의 정체는 바로 갓 구운 크로아상! 이 냄새를 맡고 안 살 수는 없지, 나는 크로아상과 에스프레소 세트를 사서 총총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 안에서 먹는 크로아상의 맛은 끝내줬다.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한 버터향 진한 크로아상은 쓰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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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옹 오뙤흐(Hauteurs) 공원과 리옹 구시가지를 걷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4. 13:00
비가 그쳤으니 언덕 아래로 내려갈 때는 푸니쿨라를 타지 않고 여유롭게 경치를 둘러 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대성당 아래로 걸어가는 길목은 파릇파릇한 초록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이곳은 오뙤흐(Hauteurs)라는 이름을 가진 공원이었다. 나홀로 먼 이국 땅의 공원을 걷고 있으니 갑자기 내 자신이 어른이 된 것 같았다.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랄까? 난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힘차게 걸었다. 혼자라는 사실이 어떤 때는 무척 외롭고 지루하게 다가오다가, 또 어떤 때는 가슴이 벅차 오르도록 행복하기도 했다. 이 순간은 아마도 후자 쪽이었나 보다. 여행 중 왔다갔다하는 감정기복을 다스리는 것은 혼자 감당해야할 일이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뿌연 구름들 아래로 리옹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유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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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리옹 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에서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2. 13:30
비를 쫄딱 맞으며 겨우 리옹 호텔에 도착한 뒤 젖은 옷을 벗어 말리고 잠시동안 휴식을 취했다. 곧이어 나는 보송보송한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섰다. 리옹에 머무르는 시간은 단 이틀 뿐이었다. 내일은 안시에 가기로 했으니 리옹을 돌아볼 시간은 사실상 이 날 하루 뿐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다시 힘을 내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푸니쿨라를 타고 푸비에르 언덕 위로 올라와 성당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하늘에는 뿌연 구름이 가득 차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성당은 무척 거대했다. 높이 솟아오른 두 첨탑 사이로 잿빛 기둥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성당에 가까이 다가서니 건물 외벽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탄하며 올려다 보다 비를 피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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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프랑스 아를에서 리옹으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던 날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1. 13:25
이 날은 기차를 타고 아를에서 리옹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타고 떠나야해서 오전 6시 즈음에 일어났다. 전날 분명 일찍 잠들었는데 어찌나 피곤하던지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피로가 누적된 것일까? 그냥 이대로 더 잠들었다가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출발할까 싶었다. 그렇게 일어날까 말까 혼자 머릿속으로 치열한 고민을 하다가 미리 끊어둔 표값이 아까워서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7시 즈음이었다. 이틀간 머물렀던 아를 벨베데레 호텔, 정든 숙소와 안녕하고 아를역으로 향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 들어 올리며 허름한 기차에 올라탔다. 캐리어에 자물쇠를 걸어 놓고 근처에 앉았다. 지역 기차다 보니 내가 산 표에 좌석이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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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 시청사, 지하회랑과 교회 그리고 홀로 걸었던 론 강변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10. 11:16
아를 시청사 지하 회랑 크립토포르티쿠스. 아를 통합권으로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일부러 찾아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왜 이곳에 제 발로 찾아왔을까 후회스러웠다. 컴컴하고 습기 찬 지하 회랑을 나 홀로 걸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도 한 명 있었으면 덜 무서웠을 텐데 내 발소리만 넓은 회랑에 울려댔다. 간간히 켜져 있는 조명은 너무 어두워서 공포심을 떨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았다. 아치 형태의 통로가 길게 이어졌다. 걷는 길 주위로 부서진 돌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돌 조각에는 아름다운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느 시대의 유물인 것일까? 이곳은 오래전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회랑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굴러다니는 돌조각들은 아마도 로마 시대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이 유물들을 자세히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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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 고대 극장(Théâtre antique d'Alres)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 2021. 11. 9. 10:33
넓은 원형 경기장을 홀로 정처없이 걷다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경기장 부근에 있는 아를 고대 극장(Théâtre antique d'Alres)으로 향했다. 이곳도 역시 로마시대 유적으로 아를 통합권을 이용해 입장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기저기 건물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고 서있던 벽은 무너진 듯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울퉁불퉁 부서진 돌조각 위로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이 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바스라진 모습에서 아득하게 먼 시간이 느껴졌다.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로마 시민의 극장으로 쓰였는데 무려 8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사람들은 반원 모양으로 쌓인 계단 위에 빼곡히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관람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