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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페트라 여행 마지막 날 저녁식사, 샌드아트 기념품 구입, 페트라 맥주 마시기 (The Sand Castle, Kilkenny Bar)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4. 3. 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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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도어 트레일을 따라 알 데이르까지 걸어갔다가 메인 루트를 통해 다시 페트라 시티 센터 쪽으로 돌아온 우리. 우리 둘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페트라'라는 도시에 끌려서 요르단에 오게 되었고, 그래서 시간을 많이 두고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어서 3박 4일로 일정도 길게 잡았는데 우린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 그런지 3일도 벅찼다.

    황량한 산 아래 촘촘하게 붙어 있던 집들
    한낮의 요르단은 무척 더웠다


    언덕을 올라 호텔에 도착한 우리, 호텔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3시 즈음이었나 싶다. 전날과 비슷하게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땀에 절어버린 몸을 씻어내는데 걷던 다리 근육의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다리와 발이 후들후들 거렸다. 내 발이 내 발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 다 씻고 나서 침대 위에서 뻗어 버렸다. 그리고 깊은 숙면을 취했다.

    오후 6시 즈음에 뽀송뽀송한 상태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몸은 피곤하지만 배가 고프니 무얼 먹기는 해야했는데, 똑같은 식당에서 먹기는 싫어서 페트라 시내를 걷다가 우리 호텔에서는 좀 떨어진 위치의 식당에 가게 되었다.

    가게 옆은 그래도 그늘이 져서 걸을만 했다
    하늘은 파랗고 해는 뜨겁고 온몸이 쑤시던 날, 밥 먹으러 행군했던 우리


    저녁이 되니까 날씨가 선선해져서 좋았다. 날씨가 딱 이정도만 되어도 걷기 얼마나 좋을까나? 한낮의 페트라는 정말 지옥볕이 따로 없었는데, 이제서야 한풀 꺾인 햇볕은 따사롭게 느껴졌다. 길을 걷다가 아주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무수히 많이 뻗은 가지마다 싱싱한 이파리들이 가득 돋아나 있었는데 어떤 나무에는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했다.

    요르단의 가로수는 올리브 나무인가..? 싶을 정도로 많았던 올리브 나무
    담벼락을 넘어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올리브 나무


    우리 집 거실에서 올리브 나무를 몇년간 오래도록 키우고 있었는데, 페트라에서 실한 올리브 나무들을 보니 집에서 키우고 있는 올리브 나무에게 좀 미안해졌다. 이렇게 건조하고 햇살이 뜨거운데서 자라나야 쑥쑥 크고 건강하게 자라는데, 거실에서 볕도 잘 못받고 있으니 집에 있는 올리브 나무 녀석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생각했다. ​

    몇분 걸었을까, 식당에 도착했다. 손님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우릴 무지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식당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바로 음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맥주를 파는 식당이 별로 없어서 먹기 쉽지 않았다. 이슬람 국가라서 그런지 맥주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팔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처럼 보통의 식당이나 마트에서는 술을 구입할 수 없었다.

    갈증을 달랠 시원한 망고쥬스와 레몬민트를 주문했다. 요르단에 와서 '레몬민트'를 무지하게 많이 마신 것 같다. 민트와 레몬(경우에 따라 설탕을 넣는 식당도 있었다)을 믹서기에 넣고 화르륵 갈아서 나온 음료인데, 갈증 푸는데 최고였다.


    요르단의 갖가지 애피타이저들을 한거번에 즐길 수 있던 플래터. 후무스(Hommous), 무타벨(Mutable), 타불레(Tabouleh), 파투시(Fattoush) 그리고 아랍 샐러드가 한 접시에 나왔다. 우와아, 사실 우리는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모르고 플래터를 주문했는데, 한 4명이서 와야 다 먹을 양이어서 남은 것들은 포장해서 숙소에 가서 먹었다. 하하하.

    - 후무스 : 삶은 병아리 콩이랑 타히니(참깨소스), 마늘, 올리브오일, 레몬즙, 향신료 등을 넣어 부드럽게 갈아낸 것인데 걸죽하고 고소한 맛이 빵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었다. 요르단 여행하며 후무스는 참 많이 먹은 듯 싶다! (그리고 후무스는 우리나라 김치마냥 가게마다 맛이 약간씩 달랐다)

    - 무타벨 : 후무스랑 비슷하게 생겨서, 이게 후무스랑 다른게 뭐야 싶었는데 무타벨은 가지로 만든 것이었다. 후무스란 비슷한 질감의 식감도 비슷한데 맛은 확연히 다르다. 구운 가지를 갈아서 만든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약간 불맛 나는 고소한 소스랄까?

    - 타불레 : 민트랑 파슬리 등 허브들을 잘게 으께고 토마토, 양파 등을 넣고 올리브 오일, 레몬즙 등에 버무린 샐러드였다. 중간중간에 곡물 같은게 콕콕 씹혔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알알이 터지는 석류랑 함께하니 좋았던 싱그러운 샐러드. ​

    - 파투시 : 다양한 야채들(양파, 파프리카, 토마토 등)이랑 튀겨낸 얇고 바삭한 빵 조각이 섞여 있던 샐러드. 바삭거리던 과자같은 식감의 빵이 맛있었다.


    그리고 체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고기가 훅 땡겨서 양고기 케밥을 주문했다.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은 덤으로 딸려 나왔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맛있게 잘 먹었다. 근데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호텔에서 먹으려고 바리바리 싸왔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한 페트라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올리브 나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구경도 하고, 노을지는 페트라 마을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으로도 담고 천천히 걸었다. 이제 우리가 계획해둔 남은 일정이 따로 없으니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닐 뿐이었다. ​

    그러다가 만난 'The Sand Catsle'이라는 기념품 가게. 페트라에 오면 샌드아트 작품을 하나 구입하고 싶었는데, 페트라 트레킹을 하면서는 너무 덥고 힘들고 그래서 샌드아트 판매하는 곳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어딘가에 있겠지하는 마음에 그랬는데, 진짜 여기 떡 하니 나타났다.


    사실 샌드아트 작품을 사려면 그냥 암만에서 사는게 제일 쌀텐데, 구글 평점 후기를 보니 좋기도 하고(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안에 들어가서 구경해보니 작품들 퀄리티가 남달라서 여기서 하나 구매해야겠다 싶었다. 이미 유리 병 안에 완성된 샌드아트 작품들을 구매할 수도 있었고 원한다면 모래로 이름을 새겨주기도 했다.

    우리는 페트라에서의 추억을 기념하고 싶었기에, 어여쁜 샌드아트 작품을 하나 골라서 우리의 이름을 딴 우나(Woona)를 새기기로 했다.


    마지막 후보에 올랐던 두가지 샌드아트 작품! 왼쪽은 색감이 아주 화려하고 불타는 것 같은 하늘이 인상적이어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른쪽은 가운데 꽃을 중심으로 두 낙타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하늘에 탈이 딱 떠있었다.​

    고민하다가, 우가 아무래도 저 낙타 둘이 우리 둘의 모습 같다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서 오른쪽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하하하.


    어떻게 이름을 새기나 했더니 위에 있는 모래들을 슥슥슥 긁어 내서 이름을 새기고 문양을 다시 만들면서 모래를 채우는 것이었다. 머리가 하얗던 안경 쓴 할아버지가 한땀한땀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해보였다. 이런 분이야 말로 장인이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나!​

    샌드아트 주문한 아저씨의 작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가게 안을 구경했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모자이크 관련된 액자나 기념품들이었다.


    모자이크 작품들도 너무 예뻐서 데려오고 싶었는데 진짜 가격이 넘사벽으로 비쌌다. 가격을 슬쩍 물어보고는 바로 내려놓고 그랬다. (결국에는 나중에 모자이크의 도시 마다바에 들러 더 싸면서도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페트라에서 안사길 잘했다!)

    그리고 완성된 우리의 이름을 새긴 샌드아트 작품! 요르단 여행 내내 소중하게 품고 다닌 녀석이었다. 하하하. 여기서 이름 새긴 샌드아트 작품 말고 여러개 더 선물용으로 사왔는데 하나는 모래가 섞여서 오는 바람에 날려먹게 되었다. 흑흑. 그래도 이름 새긴 녀석이 무사히 잘 와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말았다.

    우리의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샌드아트 작품 ㅋㅋ


    마지막 밤을 즐기러 페트라의 몇 없는 펍(Pub)을 찾아갔다. 둘 다 맥주를 좋아라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로컬 맥주를 꼭 마셔보는 편인데, 페트라에서는 맥주 마시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렇게 밤에 문을 연 펍을 찾아와서야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는 펍 안에 들어가서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럼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직접 바에 가서 직원에게 마실거리를 주문하고 와야했다. 우린 그걸 몰라서 멀뚱하게 앉아 있다가 '아하!'하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고 바로 맥주를 받아왔다.​

    무려 한병에 이만원 상당의 맥주였다. 귀하디 귀한 맥주! 우리가 주문한 맥주는 독하지 않고 청량하니 맛이 좋았다. 무엇보다 '페트라(Petra)'라고 적힌  글씨와 황홀한 알 데이르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먹으니 더 맛이 좋게 느껴졌다.


    페트라에서 벌써 마지막 밤이라니. 삼일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페트라를 도착했을 때, 처음 시크 협곡을 걷게 되었을 때, 처음 알 카즈네와 알 데이르를 마주했을 때, 뜨거운 땡볕 아래를 걸었을 때... 순간 순간들은 분명 진짜였는데 이제는 머릿속에 남는 기억들이 되어 버렸다. ​

    떠나기 참 아쉬웠지만, 어쩌랴! 떠남이 있어야 만남도 있고, 떠나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것일테지. 시내의 펍을 마지막으로 우린 호텔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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