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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여행, 페트라 한식당 반석에서 육개장과 청국장을 먹다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4. 3. 2. 10:15728x90반응형
페트라의 마지막 아침,
이날은 3일동안 묵었던 페트라 호텔을 떠나 홍해 근처의 아카바로 가는 날이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마지막이 오고야 말았다.
간단히 아침삼아서 먹은 어제 남아서 싸온 음식들. 요르단 식으로 먹은지도 어언 5일차, 이제 슬슬 매콤하고 마늘향 강하게 풍기는 그런 음식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달달하고 찰지고 고소한 한국식 쌀밥도 그립고! 중간에 라면을 먹긴 했지만 5일이면 많이 버텼다.
그래서 우린 한인 식당에 찾아가기로 했다. 페트라에 한인 식당이 있을 줄 몰랐는데, 구글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게 되었다. 반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식당이었는데, 시내 중심지와 약간 떨어져 있어서 렌트카가 없으면 찾아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두근두근 기대를 품고 차를 타고서 7분여간 달려갔다. '한식당 반석'이라는 한글이 적힌 현수막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한식당, 감격스러웠다.
길 옆의 공터에다가 차를 세워 두었다. 차에서 내렸는데 입구가 어딘지 모르겠어서 둘 다 헤매고 있었는데, 우리 옆을 알짱거리던 요르단 꼬마들이 '코리안?'이라면서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켰다. 오, 찾았다! 완전 가정집 같은 건물이 한식당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식당.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시는데, 한국말로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안쪽에 자리를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받았다.
우리는 육개장이랑 청국장 찌개를 주문했다.
밑에 깔아 주신 종이를 보니 이 식당의 예전 이름은 '서울 페트라 한인식당'이었나 보다. 사장님은 왠지 선교 활동을 하시다가 여기 정착하신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밑에 적힌 오엑스 퀴즈를 풀어보니 재미났다.
먼저 여러가지 반찬들이 나왔다. 으아아, 이 먼 땅에서 반찬들을 만나게 되나니 감격스러웠다. 연근 조림과 물김치, 무말랭이, 무채, 해초무침이 나왔다. 그리고 아삭아삭한 김치까지!
반찬들을 한 두점 냠냠 먹고 있는데 전이 나왔다. 부추전인가? 간장에 톡 찍어 먹으니 혈관부터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으흐흐흐, 역시 한국인은 한식인가봐... 😅🤣
외국에 오면 왜 이렇게도 육개장이 맛나던지! 에전에 유럽 여행 갔을 때도 어느 한식당에 들러서 만 오천원짜리 육개장을 한뚝배기 뚝딱 했었는데, 여기서도 못참고 육개장을 주문했다. 매콤하면서도 마늘향 확 나고, 육개장 안에 있던 고사리와 콩나물에 감격했다.
그리고 청국장 찌개! 요르단에서 청국장이라니 믿기지 않았지만 진짜 청국장이었다. 꾸리꾸리한 냄새와 안에 가득한 콩들, 찌개를 흑미밥 위에 훅 덜어서 슥슥 비벼 먹는데 천상의 맛이었다.
밥 모자라서 한 공기 더 달라고 하셨는데 흔쾌히 주셨다. 우린 거의 모든 그릇을 설거지 하듯이 다 먹어버렸다.
(아주머니께서 설거지 할거리가 별로 없으셨을 듯....😅)
다 먹고 나니 아주머니께서 맛 좀 보라며 딸기도 가져다주셨다. 탱글탱글한 새콜달콤 딸기였다.
아, 한식당이 있는 줄 알았다면 페트라에 머무는 동안 한 번 더 왔을 것 같은데 늦게 알게되어 아쉬웠다. 아니지, 참고 참은 뒤에 이렇게 먹게 되어서 더 꿀맛 같았던 건가?
떠나기 아쉬워가지고 도시락도 만들어서 파신다고 하셔서, 나중에 아카바 호텔 안에서 먹을 생각으로 불고기 만두 들어간 도시락을 하나 주문했다. 도시락을 챙겨 들고 식당을 나오는데 어찌나 든든하던지 🤣🤣🤣
식당을 나와서는 이제 진짜 페트라와 이별 할 시간이었다.
요르단에서의 5일차, 우리는 아카바로 떠날 차례였다. 이제야 좀 이 도시에 익숙해질 참이었는데 떠나야하다니! 참 아쉬웠다.반응형'지구별 여행자 > 요르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