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날 영주에 들러 희방계곡 따라 트레킹을 했다. 희방탐방지원센터에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세워 두었다. 탐방지원센터 주위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산의 모습을 둘러 보았다. 색색깔로 물든 산의 모습을 보니 가을의 절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탐방지원센터에 국립공원 여권 스템프 찍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소백산 국립공원 도장을 찍었다. 소백산 도장은 귀여운 여우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연화봉까지는 3.6km였고 우리가 다녀올 희방사까지는 1.2km 밖에 안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마음 편히 가지고 단풍 구경 실컷 한다 생각하고 가을을 만끽하며 걸어갔다.
희방계곡을 옆에 두고서 따라 걷는 길, 물소리를 벗삼아 걷기 즐거웠다. 길 위에는 낙엽들이 가득 쌓여서 걸을 때마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벌거벗기 시작한 나무들과, 노란 이파리들을 대롱대롱 매단 나무들이 보였다.
가는 길은 아주 즐거웠다. 가을 풍경에 눈이 즐겁고, 물소리에 귀가 즐겁고, 맑은 공기에 마음도 즐겁고. 길을 걷다가 자주 멈춰서고 또 다시 걷고 그랬다. 산 꼭대기까지 오른다기 보다, 가을을 즐기며 만끽하는 것이 이곳에 온 이유였으니 가다가 벤치를 만나면 잠깐 앉아서 물소리를 듣고 단풍도 주워보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1km 남짓 거리인데도 우린 오래 걸렸다.
드디어 만난 희방폭포. 사실 희방폭포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아무런 기대 없이 왔는데 막상 마주하니 너무 아름다워서 놀랬다. 잿빛 절벽 사이로 가느다란 수염들을 매단 것처럼 폭포가 쏟아 졌다. 그리고 절벽 주위로 피어난 색색깔의 단풍들과 바위 틈에 쌓인 갈색 낙엽들이 폭포가 쏟아지는 풍광과 어우러져서 기가 막혔다.
너무 멋있어서 폭포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마침 아주 편안한 벤치와 테이블이 폭포 옆에 있어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었다. 다음에는 맛난 주전부리나 도시락들 더 많이 가져와서 폭포와 함께 즐겨야겠다 생각했다.
폭포를 지나서 희방사까지는 쭉쭉 이어진 나무 계단을 따라 꽤나 올라가야 했다. 올라갈수록 경치는 더 끝내주게 멋있어졌다. 천천히 쉬엄쉬엄가면 전혀 힘든 코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린 즐겁게 올라갔다.
희방사로 가는 길 아찔한 다리를 지나게 된다. 이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본 소백산의 풍경이 이번 트레킹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산이 겹겹이 쌓여서 굽이져 보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 모습을 보러 아마도 희방사 코스에 다시 오겠구나 그 생각이 들었다.
계곡 너머 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 바로 우리의 목적지 희방사이구나!
대웅전에는 왠 고양이 한마리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고양이의 포스가 엄청나서 들어가기가 좀 그랬다. 들어갔다가 고양이가 놀래서 달아날 것 같기도 했고, 그도 아니면 수행하고 있는(?) 고양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고양이일까, 뭔가 불심 깊어 보이는 참한 고양이었다.
희방사는 작고 고요한 절이었다. 찾은 이가 우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슨 공사를 하는지 인부들이 내는 기계소리가 험악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멀리 산 풍경을 바라보고 서 있는 탑을 바라 보고는 길을 돌아섰다.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가는게 나을 것 같아서 길을 서둘렀다.
물 소리 따라 걷고, 단풍 따라 걷고, 다리 위에 올라 서서 멋진 소백산의 전경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폭포도 보는 정말 멋진 코스였던 소백산 희방사 코스. 이곳은 어렵지도 않고 걷기 좋은데 풍경은 또 기가 막히니 아무래도 우리는 이곳을 자주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