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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리랑카 여행기 스펙타클 스리랑카 갈레 여행, 갈레 병원 응급실에 간 겁쟁이 쫄보 이야기
    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5. 7. 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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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레 여행 중 있었던 웃픈 이야기. 바로 갈레 시내 한복판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갔던 이야기이다.

    이게 실화인가 싶은데(적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는군) 놀랍게도 실화라는거. 스리랑카 올 때 중국 경유해서 오다가 중국 상해 화장실에 갇혔던 사건도 엽기적이었는데, 어떻게 갈레 병원까지 가게 되었는지 마가 껴도 단단히 꼈던 여행이었다. 허허허허. 지금은 다 웃긴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그 때는 정말 심각했다는거 🥲


    갈레 포트를 돌아보면서 등대도 구경하고 해변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작은 성벽을 따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가 무척 거칠어서 수영을 하려나 싶었는데, 해변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아주 무더운 날씨였다. 수영복을 챙겨와서 수영을 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수영을 하고 나서 씻고 채비하고 다시 나올 생각을 하니 진이 빠져서 그냥 바라보고 발에 물을 담그는 것으로 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다가 엄청 깨끗해보이지도 않았고, 바다 안에 가득한 스리랑카인들의 시선도 느끼기 부담스러웠다.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충분히 느꼈다.. )


    굵은 입자의 모래였다. 스리랑카 여행은 우리 둘의 12주년 기념 여행이였다. 그래서 모래 알갱이 위에 커다란 나무 막대기로 기념 메시지를 슥슥슥슥 그리던 와중에, 갑자기 종아리 쪽이 엄청 가려운거다. 그래서 슥슥슥 긁는데 뭔가 이상했다.


    딱 이렇게 두개의 이빨 자국이 나있었다.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좀 가려운건 확실했다. 이런 형태의 물림 자국은 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지네 아니면 뱀 물린 자국이라는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이거 뱀이면 어뜨케 ...? 😨😨😨😱😱😱'


    그렇다. 뱀의 경우에는 독사가 이렇게 이빨 두개 자국이 난다고 인터넷(?)에서 그랬다. 갑자기 불안함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진짜 독뱀에 물렸으면 바로 해독제를 맞아야하는데,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독이 발현되어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하필 곧 출국이었는데 비행기에서 발현되면 어쩌지?

    인터넷을 보니 그런 사례들이 많았다. 몇시간 뒤에 갑자기 증상이 와서 해독제 맞으러 간 경우, 몸이 검게 변했다는 둥 무튼 무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나도 공포에 질리고 우도 공포에 질리고 둘 다 서둘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고 소피 할머니에게 이야기하니 남편이 잘 안다고, 할아버지를 불러 오셨다. 슥 보시더니 걱정 말라고 그냥 벌레 같다고, 자기가 알로에 발라주겠다며(여기서는 벌레 물리면 알로에를 바르나 보다) 정원에 가셔서 알로에를 슥삭 잘라 오셨다. 알로에로 저 이빨자국을 문지르니 피가 줄줄 나와서 더 섬뜩했다.


    진정하라면서 괜찮다고 차도 내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래, 뱀에 물렸을리가 있나? 독사였으면 바로 꼴까닥이겠지 이럴 순 없어, 하지만 스멀스멀 가슴 한 쪽에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독사에 물렸다면, 나중에 독이 슥 몸에 퍼지게 된다면? 타국에서 운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흐어어어엉.


    그래서 이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갈레에 Hospital 검색하니 몇 군데 나와서 제일 가까운 곳을 찍어 놓고서 걷기 시작했다.

    이 멍청스럽고도 어이없는 에피소드 덕분에(?) 갈레 포트 안에 쭉 머무를 뻔 했던 우리 둘은 갈레 시내를 돌아보게 되었다.


    갈레 포트를 벗어나니 날것의 스리랑카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갈레 포트는 유럽풍의 건축물들과 기념품 가게들과 카페, 식당들로 관광지 같은 분위기였는데 포트 밖은 그냥 사람 사는 곳이었다.


    차들이 어찌나 많이 다니던지! 도로 위에 수두룩 빽빽한 자동차와 커다란 버스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리랑카 캔디처럼 갈레도 대도시 같았다. 오래 전부터 번성했던 바닷가 근처 도시였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아닐까.


    구글 지도를 따라서 'Hospital'을 찾아갔다. 여기저기 여행을 참 많이 다녔는데 외국 와서 병원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살다살다 별 경험을 다해보네, 그런 생각 뿐이었다. 오히려 앞서 느꼈던 공포는 점점 사그라들고, 아무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져가서 병원에 괜히 온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뭐,  이미 와버린 이상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일단 병원에 들어가보자고 우가 이야기했다. 병원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데스크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일단 응급실에 한 번 들어가보라 하셔서 응급실로 갔다.


    왠 외국인 둘이 갑자기 응급실에 들어왔으니 모두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다가왔다. 뱀에 물린 것 같아서 왔다하니 의사가 손전등까지 켜며 요리조리 보았다.

    사실, 이것만 봐서는 뱀인지 정체불명의 벌레인지 알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독뱀인지 그냥 뱀인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아마도 이상 없을 것 같은데 확신은 못한다, (그냥 우리 생각이랑 똑같았다.) 만약에 정 불안하면 여기 입원해서 24시간 관찰해볼 수는 있다. 호텔처럼 밥도 주고 재워도 주고 풀코스로 대접해준다고 농담도 하심.


    모든 간호사들이 우리 주위로 모여서 웅성웅성 뭐라 이야기하는 자꾸 자기들끼리 웃어댔다. 의사는 두 손을 뱀 모양으로 만들면서 코브라 시늉을 하더니만 이런 뱀한테 물린거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 🐍

    점점 그 공간 안의 분위기가 웃음으로 번지면서 불안은 사그라들었다. 그래, 암것도 아닐거야. 사람은 쉽게 죽지 않지.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웃기네, 미쳤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절뚝거리는 것만 같은 발을 이끌고 의사와 간호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 정말 침대 위에 누워 이불킥을 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민망한 사건이다. 병원에 왜 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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