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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갈레 여행 갈레포트 숙소 베아트리체 하우스, 갈레포트 고택에서의 티타임과 여행의 단상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4. 10. 29. 10:35728x90반응형
여행지의 숙소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대체 어디서 자야할지 감을 못잡겠는 것이다. 스리랑카 갈레도 그러했는데, 갈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하루 뿐이니 아무래도 갈레포트 주변에서 머무는게 나을 것 같았다. 갈레포트 내에 있는 숙소 위주로 검색하다가 '베아트리체 하우스'라는 곳을 예약하게 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갈레포트의 베아트리체 하우스는 아주 오래된 고택이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인사하고 고택의 초인종을 누르니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문을 열어 주셨다.
안에 들어서니 나무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집 안에는 엔틱한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했다. 호스트인 마리는 우리의 방을 안내해주었다. 집 안에 방이 여러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부킹닷컴으로 예약했는데, 호스트와 집을 공유하며 같이 쓰는 에어비앤비 같았다.
안내받은 우리의 방은 밖으로 통하는 별도의 출입문이 있었다. 그리고 주출입문으로 통하는 거실과 이어지는 문도 달려 있었다. 작은 화장실이 하나 딸려 있었고, 침대 위에는 모기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일단 짐을 풀고 거실로 나왔는데 할머니께서 티를 내어주시겠다고 해서 잠시 거실을 돌아 다니며 집 구경을 했다. 이야, 이 집은 뭔가 스리랑카라기 보다는 유럽의 어느 고택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택 안에는 작은 정원도 있었다. 정원 가운데에 욕조가 놓여져 있었고 그 주위로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모두 할머니의 손이 닿은 듯 정갈하고 깔끔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블랙티랑 밀크티를 말씀드렸는데, 밀크티는 손수 우유를 끓여서 만들어 오시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뭔가 어딘가에 돈 주고 묵는 것이 아니라 아는 할머니 집에 놀러온 기분이 들었다. 자꾸만 뭘 내어주실려고 해서 말이다.
차를 마시며 마리 할머니와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마리 할머니는 은퇴한 생물학 교사라고 하셨다. 남편은 뱅커였는데 은퇴했고, 딸이 두명있는데 35살, 30살이라서 우리 나이와 비슷했다.
이 고택을 지은 사람은 네덜란드 인이었다. 스리랑카는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이 땅에 네덜란드 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집을 지었던 네덜란드 인의 딸 이름이 베아트리체여서 집 이름이 '베아트리체 하우스'라고. 집은 지어진지 250년이 넘었다고 했다.
갈레포트 안에 좋은 학교가 있었는데 두 딸들을 이 학교에 걸어다니게 하고 싶어서 이 집을 구매했다고 하셨다. 오래전 빚을 내서 이 집을 사고 열심히 벌어 빚도 다 갚고 딸들도 독립시키고 둘이서 살고 있다고.
어쩌다 보니 우리 둘도 한국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할머니께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낯선 세계의 사람과 낯선 대화, 삶의 방식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도 다르고, 집 생김새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먹고 입는 것도 다르고 모든 것들이 달랐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결혼을 하고 빚을 갚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하는 모습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아가면서도 사는게 별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반응형'아시아 여행기 > 스리랑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