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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여행 느보산에 올라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모세기념교회 모자이크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6. 4. 8. 10:06728x90반응형
마다바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제라시로 향했다. 제라시로 가는 길에 느보산에 들리기로 했다. 우리 둘에게는 종교가 없었지만, 그래도 느보산은 왠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전설처럼 지금까지 이어진 모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속의 장소. 그 장소에 가서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나?


척박한 누런 땅들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달려갔다. 길가에 보이는 푸른 나무들은 우리나라 가로수처럼 억지로 심어 놓은 나무들 같았다. 길가에만 나무들이 보이고, 그 뒤로 펼쳐진 땅은 허허벌판이 대부분이었다.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입장료를 내가 들어간 느보산. 언덕 위에 올라서 먼 땅을 바라보니 왠지 턱하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언덕이 하나님께서 약속한 그 땅인가? 요르단을 여행하며 수없이 보았던 별 다를 것 없는 광야였다.
멀리서 모래폭풍이 일고 있었다. 나무 하나 찾아보기 힘든 척박한 땅이었다. 약속된 땅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약속된 땅이 이렇게 황량했다면, 조금은 실망스럽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그저 감격스러웠을까.


오래도록 떠돌던 민족에게는 약속된 땅이 절실했을 것이다. 마침내 그 땅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떠올려보면 난 그저 씁쓸한 기분이 들 뿐이었다. 오래도록 떠돌던 민족은 그들이 바라는 자리를 찾았지만, 동시에 갑자기 자리를 빼앗긴 자들이 생겨버렸고 수많은 이들이 죄없이 죽어갔으니.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십자가는 말이 없었다.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종교를 가진 이들은 황량한 언덕 아래를 바라보며, 그리고 저 십자가를 바라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까 궁금했다.
언덕에는 모세를 기념하는 교회가 있었다. 요르단에서 늘 보던 거친 땅과 암벽의 색이 그대로 담긴 교회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곳을 찾은 타국의 순례객들이 스페인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모세 기념 교회는 오래된 교회를 일부 보존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듯 했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돌 덩어리들이 무수히 많았다.
교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온전하게 남아있는 모자이크 작품들이었다. 바닥면에 자리잡은 모자이크는 온전히 잘 보존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교회의 바닥을 장식했던 모자이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모자이크 작품에는 기하학적인 문양과 생동감 넘치는 사람, 다양한 동물들의 형상들이 담겨 있었다.




오랜 세월이 무색하게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동물과 식물, 사람들의 색깔이 아주 선명했다. 우리 인간의 짧은 삶과 비교하면 저 조그만한 모자이크 돌조각들은 얼마나 오랜 삶을 살아온 것인지, 그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저 모자이크들은 꽤나 오랜 시간동안 그대로 남아있겠지? 사람들은 사라지고 이렇게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래전 사람들과 우리가 모자이크 조각들로 연결된 느낌이 들기도 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모자이크들을 감상하다가 교회 밖으로 나왔다. 황량한 언덕과 십자가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종교인이 아닌 나에게 성경 속 이야기들은 전설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현장을 마주하고 나니 오래된 역사의 무게가 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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