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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월 안심 연꽃 단지에서, 아름다운 연꽃밭 산책 그리고 금강행복식당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1. 8. 26. 10:57728x90반응형
퇴근하고 반야월 안심 연꽃단지로 향했다. 집 근처였는데도 불구하고 연꽃이 필 때 이곳을 와보지 못했었다. 연꽃이 필 때는 무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항상 바닷가에 가느라 바빴던 것 같다. 오늘 날은 좋은데 바람이 불어 선선해서 연꽃을 보러 일부러 찾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자주 다니던 길이라 자전거 타고 와보고 싶었는데 백신 맞은 팔이 아직 아파서 차를 타고 왔다.
전에는 나무 데크가 없었던 것 같았는데,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무튼 연밭 사이사이로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서 걷기 편했다. 커다란 연잎이 데크 사이로 삐죽 나와 있어서 만져볼 수도 있었다. 어찌나 연잎이 크던지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처럼 비 올 때 우산으로 써도 되겠다 싶었다.
동글동글한 물방울이 연잎 위에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연잎을 흔들면 물방울들이 데굴데굴 모여서 또르륵 하고 굴러 떨어졌다. 연잎 위에는 작은 돌기들이 있어서 물방울이 잎 표면에 붙지 않고 둥둥 굴러다닌다. 어릴 때 연밭이 근처에 있었다면 이 연잎을 가지고 엄청 재미나게 놀았을 것 같다.
연밭 중간에 전망대가 하나 있다. 2~3층 정도 되는 계단을 올라가 보니 연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멀리 산능성이와 아파트들 그리고 하얀 구름들 아래 끝없이 넓어 보이는 초록 연밭이 펼쳐졌다. 눈도 정화되고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들이 한없이 푸르렀다.
반야월 연꽃 단지는 무척 넓었다. 국내 최대 연 생산지라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에게? 이 정도가 최대라고?' 싶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연밭이 엄청나게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도 없이 이어진 연밭, 산책 코스로 조성된 연밭은 관광용으로 만들어졌고 실제로 재배하고 수확하는 연밭은 따로 있었다.
처음 우리가 도착한 곳 주위로는 연꽃이 별로 피어있지 않았다. 벌써 연꽃이 다 져버린건가 싶어서 연잎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안쪽 깊숙한 곳에 다다르니 연분홍 빛깔의 연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왜 부처님의 꽃인지 알 것 같다. 꽃대를 위로 세우고 활짝 피어난 연꽃은 고고하고 기품있어 보였다.
연꽃단지 안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조형물인데 액자 프레임과 함께 사진도 찍고 아래 전망도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계단 위를 올라가는데 하얀 구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연밭은 아주 아름다웠다. 연꽃이 아주 많이 피어 있어서 황홀한 풍경이었다.
출출해진 우리는 근처 단골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갔던 것 같은데 걸어서는 처음이다. 논길을 지나고 굴다리조 지나서 금강 행복식당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잔치국수 하나와 신메뉴라는 닭갈빗살 구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남편을 위한 동동주, 나는 백신 맞은 상태라 술을 먹지 못해서 이 날은 남편의 운전 기사가 되어주기로 했다.
금호강을 옆에 끼고 아름다운 강변을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잔치국수는 여름이라 그런지 국물이 차갑게 나와서 좋았다. 닭갈비야 맛없을 수 없었고.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연밭으로 돌아가려는데 반야월 연꽃단지 안내도를 보게 되었다.
에이코스부터 디코스까지 있었다. 연꽃단지는 꽤나 잘 가꿔진 산책로였다. 연근 캐릭터가 밑에 그려져 있었는데 너무 귀여웠다. 정겨운 논길을 따라 걸으며 연밭으로 돌아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지 햇살이 붉어졌다. 먼 하늘은 붉그스름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연못 위에 붉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오리들은 정신없이 흙을 들추며 무언가를 먹어댔고 연잎은 바람에 흔들거렸다. 평화로웠다.
남편은 술을 마셨으니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연밭을 거닐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주 잠깐 초록빛 별나라 세상에 다녀 온 기분이 들었다. 연꽃을 보러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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