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날,
보랏빛 맥문동 꽃을 보러 성주 성밖숲을 찾았다.
우연히 길거리를 거닐다 보게 된 맥문동들이 꽃을 활짝 피웠길래 기대를 한껏 품고 방문했다.
성밖숲은 조선시대 풍수 지리학적인 이유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이다.
버들나무들은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몇백년 되는 오래된 버들나무들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무들이 우거진 숲 사이로 나있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푸른 하늘 아래 이파리 무성한 나무들은 내가 상상하던 여름 풍경에 딱 어울렸다.
조금 덥긴 했지만 양산을 쓰고 걸으니 걸을만 했다.
그런데 꽃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간간히 몇 송이만 피었을 뿐이다.
아는 지인이 이야기 해주기를 올해는 맥문동 꽃이 피지 않을 거란다.
맥문동을 싹 새로 심었는데 날씨도 그렇고 아직 맥문동이 어려서 꽃대가 안나왔다고 한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으니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간간히 핀 보랏빛 꽃들을 구경했다.
기다란 꽃대가 초록풀 사이로 솟아 올라 나와 보랏빛 꽃을 피워냈다.
몽글몽글 맺힌 꽃송이들이 무척 예뻤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성밖숲을 떠났다.
보랏빛 꽃들을 못 본것은 아쉬웠지만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걸어서 즐거웠다.
푸른 하늘 아래 초록빛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파릇한 맥문동들,
청량한 여름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내년 8월에 꽃들을 보러 다시 이곳에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