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남산 계곡으로 피서를 하러 떠났다. 정오가 지난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주차장 옆 도로 한쪽에 일렬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도 그 끝에 차를 세우고 의자와 롤테이블을 챙겨서 계곡 쪽으로 내려갔다.
취사가 되는 계곡이라서 요리를 해먹을까 했지만 번거로울 것 같아서 음식을 사가기로 했다. 근처 '화덕촌'이라는 피자집에서 피자 하나를 포장 해왔다.
비가 연속으로 계속 내리다가 날이 개어서 여름 같아진 주말이었다. 새파란 하늘에 보이는 동동 뜬 구름들이 이쁘던 날. 남산계곡에 들어서기 전 작은 화장실이 하나 있었다. 따로 샤워실이나 개수대는 없었고 편의시설은 화장실과 매점 정도만 있었다.
데크 길을 한참 걸어 올라갔다. 주말 오후에 계곡을 찾아왔으니 이미 가깝고 좋은 자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적은 곳을 찾아 더 위로 위로 올라갔다. 계곡이 아주 넓어서 그런지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사람들이 적어졌다.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의자와 테이블을 폈다. 계곡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해 보였다. 발을 넣어 보니 무지 차가웠다. 계속 있으면 이가 떨릴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옷을 갈아입고 물놀이를 할려고 했는데 물이 생각보다 너무 차가워서 물놀이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남산 계곡은 온통 그늘이라서 하나도 덥지 않았다. 따로 텐트나 천막이 필요 없었다. 굳이 물놀이를 하지 않고 계곡 근처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피서였다.
사들고 온 피자를 펼쳐 놓고 맛있게 먹었다. 맴맴 거리는 매미 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 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좋은 경치를 바라 보며 먹으니 더 맛있었다. 다 먹고 흐르는 계곡 물에 발들 담궜다. 깊은 곳에 들어가면 허벅지를 넘어 온 몸을 적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 밖으로 나오니 사우나를 하고 온 것처럼 개운했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에 탄산수와 레몬주를 넣어 놓고 시원하게 마셨다. 크,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상쾌한 공기와 함께 술을 마시니 맛이 좋았다. 뜨끈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일기도 쓰며 계곡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산 계곡은 수심이 얕은 곳이 많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튜브를 탄 아이들이 많았다. 어른들 기준으로는 어푸어푸 헤엄칠 정도의 수심은 아니었으나 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만 담궈도 좋았다. 가볍게 피사하며 즐기기에 좋은 계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