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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팔공산 하늘정원에 올라 가을가을한 풍경 속 거닐기 (하늘정원~비로봉 트레킹)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1. 10. 5. 20:14728x90반응형
구름이 계속 끼었다가 맑아진 어느 가을 날.
팔공산 하늘정원에 찾아갔다. 대구에 살면서 팔공산을 찾은 적은 몇 번 있었다. 갓바위에 오르기도 했었고 팔공산 근처 절에 가보기도 했었다. 팔공산 아래 카페 거리와 식당가들이 유명해서 찾아간 적도 있었다. 하늘공원은 이번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가을 정취를 흠뻑 느끼고 왔다.
처음 언덕배기에 도착했을 때는 주차를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주차장은 넓지 않았고 갓길에 댄 차들도 많아서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다. 남편이 어찌저찌 겨우 난 자리에 차를 세웠다.
내리자마자 거세게 부는 바람에 놀랬다. 너무 얇게 입고 온건가 싶었다. 그런데 오르막길을 계속 걷다보니 땀이 나서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무 계단을 따라서 위로 오르고 또 올랐다. 계단 옆으로는 다른 높은 산들이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정말 높이 올라왔구나 실감이 났다.
그리고 하늘하늘 춤을 추던 억새들. 억새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가을을 맞이한 기분이 제대로 났다. 여기저기 피어있던 작은 국화들도 한 몫 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약간의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돌로 가득한 들판이 나왔다. 끝까지 올라가보니 줄줄이 이어진 먼 산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그 산 위로 하얀 구름이 띠처럼 떠 있었다.
한바퀴 둘러보고 우리는 아래로 내려와 간단히 집에서 싸온 음식들을 먹었다. 커다란 나무 의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위에서 주먹밥과 빵, 과일 그리고 육개장 컵라면을 챙겨 먹었다.
간단히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정자 위에 올라가 보았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다지 놀라운 정도는 아니었다. 아까 더 높은 곳에 올라 갔다 와서 그런가? 다만 정자의 기둥과 천장이 액자처럼 보여서 색다른 모습이기는 했다. 사진을 몇 장 찍어두고 아래로 내려와 다시 나무 의자에 올라갔다.
나무 의자에 배낭을 배게삼아 누웠다. 하늘이 쫙 눈앞에 보이는데 하얀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새파란 하늘과 구름들만 보여서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이곳을 하늘 정원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하늘정원 돌 무더기들 위에는 돌탑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우리도 빈 자리에다가 작은 돌들을 주워 탑을 하나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돌탑을 쌓는 전통은 언제부터 내려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자식의 자식까지도 돌탑을 보게 되면 그 주위에 돌탑을 쌓고 있을 것 같다.
화장실에 잠시 들었다가 비로봉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이용할 수가 없었다. 온갖 쓰레기들이 화장실 밖으로 나와 있어서 꼭 화장실이 쓰레기들을 토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변기는 흘러 넘치고 있었다.
쓰레기들을 살펴보니 여기서 먹고 남은 찌꺼기들을 다 화장실에 버리고 간 것 같았다. 자기가 먹은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가지 뭐가 그리 어렵다고 양심 없게 저러나 모르겠다. 으, 화장실 가는 건 하산 이후로 미뤘다.
구름이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던 하늘공원 길. 길 끝에 닿으면 왠지 구름이 손에 잡힐 듯 했다.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억새들과 아름다운 들꽃들이 가는 길을 즐겁게 해주었다. 가을이 참 좋구나.
나무 데크가 깔린 길을 따라서 비로봉 쪽으로 향했다. 멀리 우리가 있었던 하늘정원이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아득히 멀어졌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 나와서 편하게 걸었다. 아마도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인 것 같았다. 곳곳에 통신탑이 서있었다. 하늘로 솟아 있는 철골 구조물들은 이 산 꼭대기에는 안 어울리는 듯 했지만 거대함에 우리 눈길을 끌었다.
산 꼭대기에 여러 방송사의 통신 기지국들이 있었다. 멀리 보이던 통신탑도 이제는 눈 앞에 떡하니 있었다. 이 산꼭대기에 어떻게 건물들을 짓고 구조물들을 세운 것일까?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기가 막혔다. 높은 곳에 오르니 여러 산들이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끝도 없이 이어진 산맥을 보니 우리나라가 왜 이 나라인지 알 것도 같았다.
이제서야 비로봉 표지판이 보였다. 0.1km만 더 가면 드디어 봉우리에 닿을 수 있었다. 비로봉까지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기에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드니 맘이 편안해졌다. 기대를 품고 올라가 보았다.
곧 비로봉에 올랐다. 주위에 철조망이 사방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당황했지만 이렇게 '비로봉'이라고 적힌 비석을 보니 기념이 되어서 좋았다. 비석을 보니 진정 이 봉우리를 올랐다고 인정 받은 기분이랄까?
비로봉 앞에 돌 무더기들이 놓여 있었다. 돌탑들이 줄지어서 있길래 우리도 돌탑을 쌓아 올려 소망을 빌었다. 높다란 봉우리에서 소원을 빌었으니 더 빨리 이루어 주실지도 모른다.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아주 시원하고 상쾌했다. 저 산들도 다 저마다 이름이 있으려나? 아니면 그저 팔공산 자락 중 하나인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래로 내려가 조금만 더 가면 '동봉'에 다다를 수 있었다. 대구 사람인 남편이 팔공산 동봉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난 처음 들어 보았다. 욕심이 나서 가보고는 싶었지만 시간이 늦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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