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의동마을에 출사를 다녀오셨다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이 찍은 사진들을 보니 노란 은행나무들이 작은 길 따라 쭉 서있었고, 길가에 은행잎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노랗게 물든 풍경을 보러 남편과 함께 의동마을을 찾았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하늘과 땅이 온통 노래서 동화 속 세상 같이 몽환적이었다. 매쾌한 은행 냄새가 풍겨오긴 했지만, 풍경이 아름다우니 뭐 고약한 은행 냄새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군데군데 아직 덜 여문 은행잎들도 보였다. 연두빛과 노란빛이 뒤섞여서 더 아름다웠다. 온통 노란 세상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은 길 가장자리마다 수북히 쌓여 있었다. 복슬거리는 은행잎을 밟으며 가는 길이 즐거웠다.
아름다운 은행나무 길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남기느라 바빠 보였다. 그래도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우리도 삼각대를 세워 놓고서 기념사진들을 여럿 남겼다. 지난날을 추억하기에는 사진이 최고인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잘 까먹고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은 말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면 두고두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어서 좋다.
은행나무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도 노란 은행잎들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아름다우니 사람들이 많이 찾고 그러니 이곳은 복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른 새벽에 의동마을을 찾는다면 더 유유자적 길을 거닐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내년에는 그래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