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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통영 욕지도 여행기 욕지도 입항과 유동노을전망대 노을, 그리고 고등어회 저녁식사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1. 12. 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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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되어 올리는 지난 욕지도 여행기.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고등어회 맛에 빠진 남편을 위해 고등어회를 알아보다가, 사시사철 신선한 고등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욕지도였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가야 닿을 수 있는 섬 욕지도.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어 양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고등어 양식을 하기 때문에 사계절 싱싱한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다.


    미리 펜션을 2박 예약을 해두고 삼덕항으로 향했다. 당연히 배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차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야했는데 이날 자동차 입항은 예약이 꽉 차있었던 것이다. 욕지도에 차를 끌고 들어가려면 예약은 필수였다.

    우리는 싸들고 온 것들이 잔뜩이라서 도저히 맨몸으로는 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대체 어찌해야하나 멘붕에 빠졌다. 대기를 해놓으면 운이 좋은 경우 자리가 나기도 한다는 말에 무작정 대기를 걸고 기다리기를 몇십분, 정말 다행스럽게도 자리가 하나 나서 마지막 배를 타고서 욕지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욕지도를 포기하고 그냥 통영에서 놀자, 숙소를 예약한 돈은 날렸다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리자까지 생각했었던 우리에게 이렇게 행운이 찾아오다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욕지도행 티켓을 선물로 준 것인가 보다.

    운좋게 배를 타고 들어왔으니 온 세상이 다 좋게만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무룩하고 절망에 빠졌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이날은 하늘에 구름 한 점도 보이지 않았던 맑디 맑은 날이었다. 그 아래 더 푸르른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그 바다 위를 가르며 욕지도로 향했다. 상쾌한 바닷 바람에 비릿한 짠내가 코끝을 찔렀다. 나는 싱글벙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절망 끝에 맛보는 기대 없던 행복이라 더 좋았던 것일까나? 정말 배를 못탔으면 끔찍할 뻔 했다.


    밖에서 한참 바다를 구경하다가 선내로 들어왔다. 작은 창을 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먼 바다를 바라 보았다. 피곤했는지 남편은 장판 위에 뻗어 버렸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일기를 쓰다가 눈이 스르르 감겨 남편 옆에 누워 같이 잠들었다.


    드디어 욕지도에 도착했다. 욕지도 항구에는 작은 배들이 여럿 바다 위에 떠있었다. 푸르딩딩한 하늘 위로는 하얀 달이 떠올라 있었다. 자 이제 무엇부터 할까나? 우리에게 차가 있다는 것이 어찌나 든든하게 느껴지던지 모른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었지만 우리는 어디로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었다.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근처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고등어회를 사서 펜션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항구 근처에 횟집들이 많아서 어디를 들어갈까 하다가 늘푸른 횟집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사실 이 근처 식당들은 왠지 다 비슷비슷할 것 같아서 깨끗해 보이고 딱 끌리던 식당 안으로 그냥 들어갔다. 하지만 들어가기 전 잠깐동안 평점 검색은 해보고 들어갔다. 하하.


    고등어회 하나와 물회를 하나씩 포장 주문했다. 사장님은 수조안을 뛰어다니던 고등어 한마리를 잡아 즉석에서 회를 떠주셨다. 나에게는 좀 잔혹한 장면이었지만 남편은 회 뜨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회를 뜨고 물회도 포장해서 이제는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마실 물과 주전부리들을 샀다. 욕지도는 고등어로도 유명하지만 고구마도 유명하다. 근처에 고구마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고 들어서 내일 들렀다가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펜션으로 가는 길,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울긋불긋했다. 해가 지는 것일까? 운명처럼 펜션으로 가는 길에 '유동 노을 전망대'라는 곳이 있었다.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잠깐 노을 전망대 근처에 차를 세웠다. 허겁지겁 밖으로 나와 바다 쪽으로 달려가니 멀리서 둥그런 해가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황홀함에 잠겼다가 다시 차에 올라 펜션으로 향했다. 노을 전망대에서 펜션까지는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었다. 도착하니 쭉쭉 뻗은 야자수처럼 생긴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리고 멀리 붉은 하늘 아래 푸르스름한 바다가 훤히 보였다. 바다를 바라만 봐도 어쩜 이리 좋을까? 참 좋구나, 좋다를 연발하며 체크인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무로 지어진 방은 작고 아담했다. 왠지 모르게 방 안에서 짭쪼름한 바닷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포근한 침대와 주방, 화장실이 있던 작은 원룸. 우리는 배가 고파서 얼른 작은 나무 테이블을 위에 상을 차리고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남편이 그리도 먹고 싶어하던 고등어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회를 차려 놓았다. 그리고 집에서부터 챙겨온 부라타 치즈로 샐러드를 간단히 만들었다. 그리고 화이트 와인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마투아와 남편을 위한 선물 조니워커 블루.

    남편에게 생일선물 겸 크리스선물로 준 조니워커 블루, 욕지도에 와서 먹고 싶다며 남편은 블루라벨 위스키 박스 통째로 싸들고 왔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추억을 쌓고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난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욕지도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남편이 나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남편이 자주 들리는 꽃집에서 주문 제작한 겨우살이 조화 부케였다. 욕지도 여행은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기념 또 남편 생일 기념 여행이었던터라, 이렇게 내 선물도 욕지도까지 데려왔다. 마침 벽면에 길쭉한 나뭇가지가 걸려 있어서 선물받은 겨우살이 부케를 걸어 두었다. 숙소에 오며 가며 이 부케가 보일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저녁을 먹으며 어떤 영화 한 편을 보았었는데, 재미는 무지 없었다. 내가 영화를 잘못 고른 탓인 것 같다. 억지로 꾸역꾸역 영화를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멈추고, 마저 술과 음식들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신선하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하늘도 바다도 너무 검어서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면 잔잔한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 있었다. 우리는 잠깐 근처를 산책하다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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